[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성명] 추모의 날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날’이 되길 바란다.
김용균, 김재순으로 불리기도 하고 구의역 김군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한해 한국에서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현장에 그나마 사회적으로 호명된 이름이다. 대부분은 그 삶에 대한 애도를 표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 동료들은 갑자기 날벼락처럼 다가온 죽음에 무너져 내리고 마는 것이다.
정의당 노동위원회는 4월 28일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며, 더 이상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며칠 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원청인 한국제강 대표이사에게 법정 구속 판결이 났다. 그 사업장은 이전에도 산재 사망 사고가 있었다. 사용자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다기엔 형이 너무 가볍다.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둔 어제도 레미콘 제조업체에서 60대 노동자가 교반기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한국이 OECD 최악의 산재 국가라는 사실은 여전히 국가나 기업이 중대 재해에 대해 관대하고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용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무겁다며 법의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정의당 노동위원회는 중대 재해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사용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해 노동, 시민 사회 단체와 힘 모아 싸워 왔듯이 이윤보다는 생명 존중 사회로 가기 위해 앞으로도 싸워나갈 것이다.
한편 얼마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후보로 박종길(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현 삼성전자 안전보건 상임고문) 씨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을 기억한다. 그뿐이 아니라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2차 하청 업체 공장에서 휴대전화 부품을 만들던 37명의 노동자가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았고, 이 중 한 명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다.
윤석열 정부가 삼성 출신의 인물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선임한다는 것은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워왔던 삼성 자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삼성에서 산재 은폐를 일삼고, 산재 인정을 방해해 온 업무를 하던 사람이 거론된다는 사실이 모순이다. 이런 뜻에서 박종길씨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반대한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시민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날’이 되길 바란다.
2023년 4월 28일
정의당 노동위원장 조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