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통절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왔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제 참석
“정부는 이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회는 깡통전세 특별법을 4월 안에 입법합시다.”
※ 아래는 2023년 4월 18일(월) 오후 7시 30분 인천 주안역 앞에서 진행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합동추모제’에 참석한 심상정 의원의 추모사 전문입니다.
□ 정의당 국회의원 심상정입니다.
□ 전세사기 피해자들, 우리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비통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죄인의 심정으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 지난 2월 돌아가신 청년은 “정부 대책이 너무 실망스럽다.” 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며칠 전 돌아가신 청년은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 때부터 남동공단을 다니면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자력으로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엄마한테 2만원만 빌려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어머님께 너무 죄송합니다.
□ 우리 청년들이 이렇게 성실하게 일해서 한 푼 두 푼으로 쌓아올린 미래를 하루아침에 빼앗기고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몸부림칠 때, 과연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 정치는 무엇을 했나, 참으로 통절한 심정입니다.
□ 우리 미추홀구, 우리 피해자 여러분들을 비롯해서 고인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대책위를 꾸려서 정부를 만나고, 관료들을 만나고, 국회를 드나들면서 당면한 생존대책을 촉구하고, 하루하루 피말리는 일상을 버텨내오셨습니다.
□ 전세사기를 어떻게 개인 간의 사기범죄로 치부할 수 있습니까? 전세사기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정책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이고, 또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재난입니다. 사회적 재난에 휩쓸리지 않도록 우리 국민들을 지키고 응급조치를 해야 할 책무가 정부에 있습니다.
□ 저는 작년 국정감사 때 깡통전세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깡통전세 예방을 위한 법안과 깡통전세 공공매입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우리 피해자대책위에서 요구하시는 경매중지 행정명령도 수없이 외쳐왔습니다.
□ 정부는 늘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요란한 행정에 몰입했던 윤석열 정부는 고인들의 죽음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기꾼 잡는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우리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피해지원센터 만들고, 안심전세앱 만들고, 긴급주거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우리 피해자 여러분들은 도움이 안된다고 말씀하셨어요. 500호의 주거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9건에 그쳤습니다.
□ 우리 청년들은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사기꾼들이 우리 청년들의 목숨을 볼모로 잡았다면, 정부는 그 죽음을 방치한 것입니다. 정부는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세 분이 연달아 돌아가시니까 오늘 윤석열 대통령도, 여당에서도 경매중지 행정명령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선 피해보상하고 후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그 말이 들끓는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면피용 말이 아니라면, 당장 내일 경매중지 행정명령을 내리십시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같은 공공기관의 경매중지만이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앞장서서 시중은행들과 대화하여 모든 경매가 중단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그리고 경매중지는 시작일 뿐입니다.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우리 피해자들이 일상을 되찾고 다시 희망을 설계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이를 위해 범정부 TF를 구성해야 합니다.
□ 국회도 제 역햘을 해야 합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긴급한 민생 법안은 서둘러 처리해야 합니다. 내일 모레(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있습니다. 깡통전세 특별법 바로 상정해서 4월 안에 법안 처리해야 합니다. 국회도 마음 먹으면 못할 게 없습니다. 하루 저녁에도 수십조, 수백조를 엎었다 뒤집었다 하지 않습니까.
□ 우리 젊은 청년 세 분을 잃었고, 지금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잇습니다. 정부는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출 책임이 있습니다.
□ 우리 피해자 여러분들을 간담회와 토론회에서 만날 때마다 너무 죄송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저 절박하고도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면서 참으로 부족한 저와 정의당의 모습에 슬펐습니다.
□ 우리가 아까 다같이 구호를 외쳤듯이 피해자 여러분들의 탓이 아닙니다. 다들 힘내시고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저의 정의당은 여러분들과 함께 기필코 국가가 국가로서의 책임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