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강은미 의원, 전원위원회(3일차) 토론 전문
존경하는 김영주 부의장님, 동료 의원 여러분,
정의당 국회의원 강은미입니다.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정치를 만들고자 19년 만의 국회 전원위원회를 개최하는 이 자리가 제대로 된 정치개혁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먼저 20대 국회에서 개정된 현행 선거법의 개정부터 시행까지의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20대 국회,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국민의 힘은 국민 다수의 요구와 국회 다수의 합의를 거부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자당의 이익을 위해 선거제도 개혁 취지를 무력화하는 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함께 했던 민주당 역시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자기부정을 저질렀습니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선거제 개혁 취지를 무력화하는 사고를 친건 양당인데 아무 죄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보려 합니다.
이번 선거제도 논의는 지난 과정에 대한 기득권 양당의 철저한 반성, 그리고 위성정당 창당과 같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반칙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료의원 여러분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입니다.
세계 7번째로 3050클럽에 진입했고 K문화와 콘텐츠로 세계적인 위상을 떨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은 어떻습니까.
출생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8명으로 인구소멸을 걱정해야합니다.
청년들은 무한경쟁과 불평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지옥이라 부릅니다.
노인빈곤율은 OECD에서 압도적인 1위입니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 어느 삶의 궤적에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흔적은 없습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이 수많은 산적한 문제, 행정이 모두 풀 수 있습니까.
5년만다 뽑이는 대통령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까.
결국 입법부인 국회가 나서야 하지만,
법과 제도를 만들 때 청년의 삶과 존엄한 노년이 판단기준이 아니고,
자당의 유불리와 다음 선거 유불리가 판단의 기준이 되버렸습니다.
그래서 여당일 때 찬성했던 법안도 야당이 되면 목숨걸고 반대하고,
야당일 때 찬성했던 제도도 여당이 되면 마치 대한민국에 큰 일이 날것처럼 반대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만드는 온갖 가짜 뉴스와 혐오 발언은
확증 편향을 일으켜 진영간의 극한 대결을 부추깁니다.
이런 혐오와 극한 대결 정치는 협력과 연대가 가능한 다당제 정치로만 극복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시민들을 설득하며, 비례대표 국회의원 비율을 적어도 3:1까지는 늘려야 합니다.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리고 특권은 내려놔야 합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승자독식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선거제도의 민주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비례성’입니다.
선거 결과가 얼마나 국민의 의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21대 총선에서 서울의 경우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55%를 득표하고 84%의 의석을 차지했고, 미래통합당은 42%를 득표하고 16%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군소정당을 지지한 약 4% 시민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당했습니다.
세계적인 정치학자 ‘마이클 갤러거’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국민의 투표가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왜곡되는 정도’를 측정해보면,
대한민국이 최악입니다.
이러한 불비례성, 민의 왜곡을 극복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느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도 사표를 줄일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안입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기초의원 선거에서 경험했듯이, 비례성 강화의 효과는 제한적이고,
지역주의 개선이나 권력 분산의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학계에서는 오히려 지역구 국회의원 등, 권력자 중심의 파벌정치, 금권선거, 선거구 쪼개기를 통한 의석 나눠 먹기 등, 각종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미 같은 제도를 시행하다가 폐기한 바 있는 대만과 일본 등, 해외의 사례를 검토하고,
선호투표 방식의 ‘단기이양제’와 같이 비례성을 높이고 단점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함께 고안하며, 부분 시행이나 시범 시행 등으로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보다 더 확실하고 안전한 대안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미 효과가 검증된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례대표제의 비례성 강화 효과는 이미 검증이 끝났습니다.
‘대한민국과 같은 혼합형 선거제도에서 지역구 선거의 불비례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의 비중을 높이고,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서 과소대표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긴 시간에 걸쳐,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이제는 받아들일 때입니다.
국회의원 숫자, 이제는 늘려야만 합니다.
1948년 제헌국회 당시, 국회의원 숫자는 200명으로 1인당 인구는 10만여 명이었습니다. 1990년 13대 국회 당시에는 국회의원 299명으로 1인당 인구 14만여 명,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의원 1인당 인구가 17만 명에 달했습니다.
(PPT)인구만이 아닙니다.
1991년에 약 27조 원이었던 정부 예산은 올해 639조 원으로 20배가 넘게 폭증했고,
1988년에 70만 명이었던 공무원 숫자는 이제 117만 명으로 67%가 증가했으며,
법안 발의도 13대 국회, 938건에 비해 20대 국회, 2만 4천여 건으로
3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경제, 문화, 사회, 환경 등 모든 분야가 더욱 복잡하고 고도화된 점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크게 변하는 동안, 국회의원 수는 299명에서 한 명 증가한 300명입니다.
(PPT)대한민국 국회의원 1인당 인구는 OECD 38개국 중에 네 번째로 높습니다.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나라 중에서는 가장 높습니다.
우리보다 많은 국가는 미국, 일본, 멕시코뿐이지만,
미국은 독특한 연방제 국가로서,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국가이고,
일본은 상원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90년대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결국, 대한민국보다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많은 나라는
OECD 국가 중에는 멕시코 뿐 입니다.
1인당 인구, 예산의 폭증으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 처리는 물론,
예산심사, 국정감사, 법안심의 등 모든 면에서,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은 너무나 막강해졌고,
동시에 그만큼 부실의 위험도 커졌습니다.
마치 작은 경차에 열 사람이 올라탄 형국입니다.
차도 망가지고 사람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환경에 의해 국회의원은 국민의 삶에서 더욱 멀어진 것입니다.
행하는 권력은 더욱 커졌지만, 과중한 업무로 인해 의정활동의 질은 떨어지고,
만날 수 있는 주민은 더 적어지고,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삶에서 멀리 떨어진
권력자로 전락해왔습니다.
그리고 국회는 죽느냐 사느냐의 정쟁만이 지배하는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동료의원 여러분, 우리 모두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국회의원 정수 300명,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님들도 다수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함께, 의원 개개인의 효과적인 의정활동과
국회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의원 정수를 합리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쓸모도 없는 국회의원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말씀,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백번도 천번도 더 이해합니다.
하지만, 비례대표 없애고, 국회의원 숫자 줄이면, 대한민국 국회는 더 쓸모없어집니다.
줄이면 줄일수록 특권만 늘어나고, 권력만 더 강해질 뿐,
더 무능해지고, 더 못나지고, 더 싸움박질만 해댈 것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회의원 늘리면, 권한은 줄어들고, 일은 더 많이 하고, 더 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세비는 최저임금의 3배 수준으로 축소하고,
의원수가 늘어나는 만큼 보좌진 줄여서,
똑같은 비용으로 더 나은 국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 삶’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국회,
다양한 시민들을 빠짐없이 대표할 수 있는 국회로 변해야 합니다.
더 많은 새 얼굴이 국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부디 마음을 돌려주시길, 국민 여러분께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드립니다.
시민의 모습을 닮은 연대와 협력의 다당제 정치로 나아갑시다.
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상대방이 죽어야 내가 사는
증오와 대결의 정치는 이제 종식되어야 합니다.
연대와 협력, 다양한 민심이 분출되는 다당제 정치만이
정치불신, 정치혐오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다당제 정치가 안착되기 위해, 다양한 시민들의 모습을 대표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비례대표는 확대되어야 합니다.
국회가 더 많은 시민들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부터 노년까지 너무나 불행한 우리 시민들의 삶을 바꿔내기 위해
의석수 역시 늘어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가 가지고 있던 특권, 세비는 과감히 내려놔야 합니다.
전원위원회가 연대와 협력의 다당제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4월 12일
정의당 원내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