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정미 대표·이은주 원내대표 외, 제44차 상무집행위원회 모두발언
일시: 2023년 4월 10일 (월) 09:30
장소: 국회 본관 223호
■ 이정미 대표
(미국정부 불법도감청에 한 마디도 못한 채 넘어간다면 주권국가 대통령 자격상실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미국정부가 한국정부를 도감청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미 언론이 밝혔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미국의 불법도감청은 대한민국에 대한 심대한 주권침해를 버젓이 자행한 중대사태입니다.
마땅히 우리 정부는 즉각 미국정부를 향해 이와 관련한 사실 규명과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고,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황당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한마디로 미국 눈치보기부터 한 모양새입니다.
주권침해 상황에 항의 한 마디 못하는 비굴한 태도로 호혜평등의 외교관계를 어떻게 확장시켜 나갈수 있겠습니까. 국익을 포기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안보구멍이 숭숭 뚫린 대통령실에서 무슨 외교전략을 짜겠다는 것입니까.
동맹이 열번 중요하면 그를 위한 신뢰구축은 백번 중요한 일이고, 동맹국들간의 주권수호는 천번 중요한 것이 외교관계의 기본입니다.
한미정상회담 성사에 목매고 미국에 한 마디도 못한채 어물쩡 넘기려 한다면, 주권국가 대통령 자격상실이란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농민과 국회를 상대로 선전포고하는 것입니까.)
윤석열 대통령 양곡관리법 거부권으로 농심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을 포퓰리즘으로 낙인찍었지만, 정작 포퓰리즘의 당사자는 그 누구도 아닌 대통령 자신입니다.
정부는 양곡관리법의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정확히 설명해왔다고 하지만, 정작 해당 법안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거부권을 행사했음이 드러났습니다.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벼 재배면적의 증감에 따라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시장격리 면제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격리 면제 조항을 쏙 빼놓은 자료 분석결과만 가지고 양곡관리법을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생산량을 모두 사들여야 하는 법’으로 매도했습니다.
이미 해당 자료를 제출한 농촌경제연구원은 면제 조항이 포함되는 순간 효과를 분석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결과적으로는 기존 분석과 동일할 것”이라는 궤변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닥치고 거부권’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반대논리를 끼어 맞추는 정부의 주장은 억지주장입니다.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아야 할 것은 양곡관리법이 아니라, 자료를 왜곡하고, 국민과 정부의 정보격차를 악용해 멀쩡한 법을 악법으로 둔갑시키는 정부 여당의 행위 그 자체입니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법안 모두 반대하겠다”는 삼권분립에 반하는 망발도 그만두십시오. 이 나라 농민들과 국회를 상대로 전쟁이라도 치르자는 선전포고입니까. 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 반쪽짜리 자료 말고, 제대로 된 근거를 들어 토론하십시오.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정의당은 농민 생존권과 국민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제대로 된 양곡관리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과 맞설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솜방망이 처벌법’으로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된 이후, 공기업 산재 사망자의 수가 5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연간 사망자수가 평균 20명에서 7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한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기업 내에서 중대재해 발생 경고 조치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산재 예방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터는 여전히 산재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작년 산재 사망자 수는 256명으로 2021년보다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어도 민간 기업들의 산재 예방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도 윤석열 정부와 경제계는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이 과중한 처벌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실효성이 부족하니 적용 범위와 처벌 규정을 제한하자고 주장합니다.
며칠전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현장의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기소됐던 건설사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로 겨우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일하는 노동자의 목숨 값이 아직도 가볍게 취급되는 결과입니다.
음주운전이 자주 일어난다고 혈중 알콜 농도 단속 기준을 낮추고,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처벌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전설비에 투자하는 대신 노동자의 목숨을 위험 속에 내던지고, 벌금, 집유로 풀려나고마는 지금의 세태를 막기 위해선 중대재해처벌법은 더욱 강해져야만 합니다.
처벌 범위를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조기 확대하고, 신속 수사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처벌 수위를 높여 법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해야 마땅합니다.
분당 정자교 붕괴 참사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사고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지자체 관리 소홀 책임이 드러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일터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에 대한 재난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사회, 시민안전에 무책임한 행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더 튼튼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겠습니다.
■ 이은주 원내대표
(전원위원회 토론과 이후 선거제 합의에 대한 정의당의 3가지 원칙)
22대 총선을 꼭 1년 앞둔 오늘,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시작됩니다. 비록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쳐야 한다는 법정 시한은 지키지 못했지만 여야 합의로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분명하고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2003년 첫 전원위원회 이후 20년 만의 개최라는 정치적 의미를 뛰어넘어 ‘민심을 닮은 국회’라는 개혁의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여야 모두 최선을 다해 임해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정의당은 이번 전원위원회를 정치개혁의 정초(定礎)로 만들겠습니다. 역대 어느 국회도 정치개혁을 논하지 않은 국회는 없었지만 그 결과는 늘 용두사미였습니다. 선거에 임박해서야 가동되는 정개특위는 각 당의 이해관계에 눌려 좌초되었고, 제출된 무수한 법안은 양당 지도부의 담합에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35년간 반복해온 이 한계를 이제는 넘어서야 합니다. 여야 143명 의원이 합류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도, 20년 만에 여는 전원위원회도 목표는 하나입니다. 당대당의 좁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300명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헌법기관으로서 국민 앞에 책임있게 토론하고 그 결과물을 내놓자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원칙과 의지입니다. 여야는 지역구도 완화, 대표성과 비례성 보장을 통한 다원적 민주주의 확대라는 대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이제 전원위원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선거제도 개혁의 보다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오늘 첫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만큼 전원위 토론과 이후 선거제 합의에 대한 정의당의 3가지 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정당의 유불리가 아닌 시민의 의사를 중심에 둔 개혁안 토론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캡을 씌우고 준연동형으로 후퇴시켰던 것은 국회 의석을 한낱 정치적 전리품 삼았던 거대 양당의 담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정치는 정치와 시민 모두를 영원한 패자로 만드는 불모의 양극화 정치로 치달았습니다.
양당은 또다시 내년 총선에서 서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겠다며 벼르고 있지만 시민의 30%는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무당층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불모의 양극화 정치를 연장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길은 정치 실패, 시민 실패 뿐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전환하는 것만이 이 악순환의 굴레를 끊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둘째, 현행 선거제도 이상의 후퇴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토론도 시작하기 전에 위성정당을 핑계로 병립형으로의 후퇴와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전원위 토론에 참여하는 의원들에게 비례대표 27석, 지역구 7석 축소라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가이드라인으로 내놓았습니다. 전원위원회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꺼낼 수 없는 주장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위성정당은 양당이 만들지 않겠다 결단할 일이지 선거제도를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양당이 저지른 위성정당 사태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제도를 위성정당 탓하며 후퇴시키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연동형 유지, 비례대표 확대는 이번 전원위 토론에서 반드시 관철돼야 할 기본 원칙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셋째, 비례대표 비율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합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비례대표 의석을 얼마나 확대하는 가에 달려 있습니다. 문제는 최소 기준에 대한 논의 없이 '엿장수 마음대로'식으로 안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비례대표제를 설계한다면 의석 비율이 3대 1 이상은 돼야 한다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양당 또한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라는 대원칙 아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이번 전원위 토론을 통해 제시하길 바랍니다.
한국정치를 지금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책임은 국회에 있지만 이를 바꿀 책무도 국회에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전원위에서의 뜨거운 토론을 통해 한국정치 변화의 최대공약수를 찾아 나갑시다. 정의당도 오늘 심상정 의원의 토론을 시작으로 안으로는 300명 의원들을 설득하고, 밖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모아내는데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 김창인 청년정의당대표
(이주민 노동자들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초 법무부가 41만 명인 국내 '불법 체류 외국인'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무차별적인 이주민 단속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달에는 태국 가수 내한 공연 콘서트 현장에서 태국 이주민 83명을 무더기 체포하고, 교회 예배 중인 9명의 필리핀 이주민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주민들에게 콘서트와 교회 예배 참여마저 금지해버린 셈입니다.
2016년부터 2022년 9월까지 한국에서는 태국인 노동자 695명이 사망했습니다. 대부분 불법 체류자입니다. 그중 264명은 아직 사인조차 알지 못합니다. 이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는 조사를 촉구했고, 유엔 국제이주기구 역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 입장도 없습니다.
불법 체류는 규탄하지만, 정작 이주민 노동을 착취하며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는 정치가 침묵하고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그들의 한국 체류가 불법이라 해서, 우리 사회에 그들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와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겨 전 세계를 떠돌아야했던 우리 조상들 또한 사실상 '불법'의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그 '불법'의 존재들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 디아스포라의 아픈 역사를 담은 드라마 '파친코'에 우리는 열광하고 눈물 흘리지만, 정작 그 아픔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의 아픔을 이주민 노동자들에게 확장하는 상상력이 절실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합니다. 불법체류에 대한 엄정한 단속을 핑계로 한, 비인도적인 조치들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불법체류 이주민을 내쫓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폐기해야 합니다. 차별과 탄압을 정당화하는 법이 아니라,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를 지키는 법이 필요한 때입니다.
■ 이기중 부대표
(낙태죄 헌법불합치 4년,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해야)
내일 4월 11일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지 4년 되는 날입니다. 그 4년간 정부도, 국회도 손을 놓고 있습니다.
임신중지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은 사라졌지만, 그저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뿐 여성의 임신중지권은 여전히 무법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여성들은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도 불법으로 의약품을 구하거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값비싼 임신중지 수술을 감당해야 합니다.
국회는 조속히 대체입법을 논의해야 하며,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정의당은 여성의 건강권 차원에서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도록 나설 것입니다.
■ 이현정 부대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졸속 처리를 중단하십시오.)
지난 3월 21일, 정부는 계획제출 법정기한을 불과 4일 남겨놓고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계획의 내용은 온통 모순으로 가득차 있었고, 산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킬 수 있는 제대로 된 계획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정의당도 녹색정의위원회의 성명을 통해 이 계획은 폐기되어야 마땅한 계획임을 조목조목 밝혔으며, 시민사회단체들은 계획 공개 다음 날 열린 공청회와 시민단체 토론회를 보이콧 하며 제대로 된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함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발표한 계획을 오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에서 의결하고, 내일(11일) 국무회의 심의를 강행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의당은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졸속적인 처리를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지금 세워진 계획을 폐기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지금 세워진 계획은 어느 부문 하나 뺄 것 없이 모순 투성이입니다. 총배출량 대비 순배출량을 비교한 감축률 뻥튀기, 차기 정부로 책임을 떠넘기는 볼록한 감축경로, 턱없이 적은 산업부문 감축계획, 핵발전 확대와 신규석탄화력발전소 활용, 스마트팜, 블루수소 등 기후위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계획, 난개발은 지속하면서 신규 흡수원을 확보하겠다는 허구적 구상, CCUS 등 불확실한 기술에 미래를 거는 무모함, 국제감축이라는 이름의 배출부담 전가 등 어느 것 하나도 문제적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둘째, 이러한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탄녹위가 다시 구성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구성은 그 자체로 산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구성입니다.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농민, 기후위기 대응과정에서 불가피한 에너지와 산업전환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는 노동자 등,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면 재구성해야합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문제적인 계획을 졸속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바꿔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정부는 졸속적인 처리 시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위원회를 구성하고 제대로 된 계획을 다시 세웁시다.
2023년 4월 10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