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토부는 부실 조사, 환경부는 거짓 협의
제2공항 계획 백지화 하고,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 한국환경연구원, 제2공항 계획 환경과 안전 상충되고,
주민수용성 확보 노력도 없어 “입지타당성 미흡” 판단
□ 대한민국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사업이 좀비처럼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평가를 ‘조건부 협의’라며 통과시켰습니다. 2년 전 반려되어 사라져진 줄 알았던 사업이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2주 전에는 4년 전 부동의 되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서도 통과되었습니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제주도민들과 국민들이 만들어온 민주적 절차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폭거입니다. 이 폭거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 환경부는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검토 결과 제주 성산읍이 공항으로서 입지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되었으며, 그래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토기관의 세부 의견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어제 국민 여러분께 국립생태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의 검토의견서를 공개한데 이어, 오늘은 검토기관 중 하나인 한국환경연구원의 검토의견서를 공개합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 제고’를 주요 임무로 하는 국책연구기관입니다.
□ 먼저, 실제로 공항의 입지 타당성이 확보되었는지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공항의 ‘입지 타당성’으로 자연환경 보전 측면에서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조류 충돌을 낮춰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와 동시에 다른 하나는 국제보호종과 멸종위기종 등을 보호하여 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야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애초 목적대로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2공항 부지의 조류 충돌수는 기존 제주공항에 비해 최소 2.7배에서 최대 8.3배가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조류 충돌수가 가장 높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비해서도 최소 1.6배에서 최대 4.96배나 높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로 높은 조류 충돌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항부지 주변의 철새도래지 등 조류 서식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불가피 하다고 기술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제보호종 등의 보호를 위해서는 서식지를 원형보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종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적’과 ‘조류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적’이 “서로 상충되어 근본적 문제해결은 미흡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킬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으니 공항으로서 입지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 환경부에 묻습니다. 전문 검토기관은 성산읍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안전과 환경 문제의 충돌로 이어져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는데, 환경부는 무엇을 근거로 승인했습니까?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절차와 조건을 무시하는 위법행위입니다.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이렇게 법과 절차를 무시해되 되는 겁니까? 한화진 장관은 이에 대해 한치의 의혹도 없이 해명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 다음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충실성과 과학성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한국환경연구원은 앞의 내용은 이미 2019년에 다 지적하여 반려했던 내용인데, 이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근본적으로는 전혀 보완되지 않았음을 꼬집었습니다. 주민 수용성 확보 노력도 2019년 이후 전혀 진행된 바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도 “소통은 공지와 달리 상호 간 피드백을 교환할 수 있는 것” 이라며 일방통보가 아니라 소통방안을 마련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의 서식지 선택 분석에 사용한 ‘이상적 자유분포 모델’은 공항 건설과 같은 서식지 교란의 경우에 적합한 분석 모델이 아니며, 유사 선호 서식지 파악도 단순히 물리적 유사성만 파악했지 실제로 대상 종이 그곳에 살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않았으며, 조류 충돌에 있어서도 위험이 높은 종과 낮은 종의 가중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 국토부에 묻습니다. 입지 타당성부터 주민 소통까지 2019년 대책에서 진전된 바가 없다고 지적하는데 그동안 무엇을 보완했습니까? 또 잘못된 분석 모델을 사용하고, 실제 서식하지도 않는데 유사 서식지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런 엉터리 조사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엉터리 조사에 근거한 제2공항 사업은 백지화 되어야 합니다.
□ 오늘 아침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혹이 이렇게 큰 상황인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일단 속도부터 내고 보겠다는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식은 주민 갈등과 불화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혹에 투명하게 대답하는 일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 국토부에 요구합니다.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주도민들의 강력한 요구를 당장 수용하기 바랍니다.
2년 전 공론을 통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은 ‘제2공항 반대’를 선택했습니다. 여전히 반대 여론이 높습니다. 지역개발을 앞세운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난개발과 과잉관광을 경험한 제주도민들의 생태, 환경을 지키고 싶은 의지입니다.
제주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정책에 도민 결정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난 8년간 쌓여온 도민 간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환경연구원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의견서’를 별도 첨부파일로 배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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