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추진단 예산 없다
유보통합 첫 단추, 제대로 끼우기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보통합 추진을 거론하여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관련 예산에 관심 쏠린다.
정부가 국회로 제출한 내년 2023년도 예산안(정부안)에 따르면, 유보통합 및 유보통합추진단 기본경비 예산은 없다. 유보통합 예산은 종합계획 등이 수립되지 않은 만큼 편성되지 않은 것은 적절하나, 유보통합추진단 기본경비 예산이 없는 점은 보완해야 할 지점이다.
물론 조직과 정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경비 예산 편성은 어려움 있다. 다만 부총리가 연내에 추진단 설치할 의사를 밝힌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유보통합추진단이 설치되면 정책연구, 현황 정리, 의견수렴 등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현재 부처내 협조와 조정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교육부가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게 제공한 국정과제 추진계획에 따르면, 관계부처 협의 하에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 및 운영하고, 영유아를 대상으로 단계적인 유보통합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법 개정 필요사항 검토, 조직 및 교원자격 정비와 시설요건 정비 등 개선 내용을 포함한 유보통합 종합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올해 추진단이 설치되면, 종합계획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 및 의견수렴 등에 착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용은 파일에 있습니다)
유보통합은 많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교육부와 교육청은 유치원을,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어린이집을 관할하고 있다.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로 만 3~5세 유치원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교육청 교부금으로 유치원을, 국고 및 지자체 교부세로 어린이집을 지원한다. 총 재정규모는 15조 1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인용은 파일에 있습니다)
예산을 하나로 합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유보통합 과정에서 교사자격 및 시설기준 등에 조치를 하거나 유아 무상교육이나 의무교육을 추진한다면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보다 나은 유아교육 및 보육으로 가정의 양육부담을 경감하고 저출생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국가의 투자는 필수다.
무상교육만 보면, 육아정책연구소는 만 3~5세 유아 무상교육의 총 소요액을 연간 5조 6,065억원으로, 의무교육 총 소요액을 7조 2,540억원 + 알파로 추계했다. 2026년 기준이며 한 연령 26만명으로 가정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유아 무상교육의 추가 소요액으로 연간 1조 958억원을 추계한 바 있다. 사립유치원 원아 1인당 월 20만원을 추가로 지원할 때의 소요액이다.
(단위 : 명,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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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수 |
단가 |
소요액 |
비고 |
사립유치원 원아 추가 지원 |
456,583 |
2.4 |
1,095,7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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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은 무상교육 뿐만 아니라 교사자격, 시설기준, 관할부처, 적정 학급당 학생수, 의무교육이나 학제화, 사립유치원 법인화 등까지 포함할 수 있다. 앞으로 구체적인 방향들을 설정하고 면밀한 재정추계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치원 누리과정에 쓰이는 돈을 제외하고 교육세 전부를 대학이 쓰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완충 작용하는 다른 재원이 적을 경우 유치원과 대학은 제로섬의 갈등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재정당국이 마련한 일반회계 전입금은 0.2조원에 그쳤다.
(인용은 파일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단계적인 유보통합이다. 첫 단계는 누리과정 지원단가 인상으로, 현재의 28만원을 높이는 것이다. 지원단가를 인상하면 할수록 학부모 부담금은 감소한다. 원리상 지원단가를 학부모 부담금이나 표준유아교육비만큼 올리면 무상교육이다.
(인용은 파일에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예산 정부안에서 지원단가 인상은 없다. 첫 단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2만원 증액의견이 제출된 상태에서 머물러 있다.
사립유치원의 전국 평균 학부모 부담금은 올해 4월 정보공시 기준으로 월 16만 7,880원이다. 서울이 27만 3,058만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경기 23만 8,835원이다. 누리과정 지원 외에 학부모가 별도로 납부하는 부담금이 가장 적은 곳은 충남으로 1만 3,190원이며, 전남 4만 7,415원이 뒤를 잇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랫동안 이야기되었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유보통합이 추진된다”며, “좌초되지 않고 제대로 결실 맺으려면 첫 단추가 중요하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추진단의 규모와 예산부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주호 장관은 부실한 재원방안으로 누리과정 보육대란의 원인을 제공한 적 있다”며, “유보통합이 그 전철을 밟지 않도록 재원 확보에 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장관은 누리과정을 설계하면서 매년 3조원씩 늘어나는 교부금만으로 가능하다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예측은 허언이 되어 최대 10조원의 차이를 보였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14~2016년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크게 충돌했다. 부실한 재원방안이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