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교육
  • 당비납부
  • 당비영수증
    출력
  • 당비납부내역
    확인

전국유세 유세문

  • [당대표] [강원] 6411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이유, 우리는 노회찬을 잘 몰랐습니다.

"6411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이유,
우리는 노회찬을 잘 몰랐습니다."
 
정의당 대표 후보 조성주, 강원유세 (22. 9. 30.)

사랑하는 강원도당 당원 동지 여러분!
당대표 후보 조성주입니다.

어제 정의당 대표단 후보 정견발표에서 저는, 이제부터 진행될 ‘전국유세’에서 제가 쏘아 올린 논쟁, 저에게 던져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6411 버스에서 내리자는 이야기, 내일 영남에 가서는 '직무급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질문에 답합니다.

“6411 버스에서 내리자”는 이야기입니다.

정의당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고, 앞으로도 그래야 합니다. 6411은 변치 않을 우리의 신념이자, 방향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이정미 후보님은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 6,411초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셨었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념이 아니라 실천 전략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6411 버스에 올라타 ‘투명인간’들과 함께 눈물 흘리고, 연대하는 것,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투명인간 노동자들의 일터에서 그들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입니까? 새벽에 6411 버스를 가득 메운 여성, 고령 노동자의 직업적 선택지가 왜 오직 건물 청소밖에 없는 것입니까? 이 문제들에 답을 내는 진보정치가 되자는 것입니다.

그들의 삶을 결정하는 곳은 ‘경제와 산업’이라는 전장입니다.

그곳에서 진짜 싸움을 해봅시다.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노동환경은 버스 안이 아니라 밖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불평등 해소는 사후 보정입니다. 평등을 창조해야 합니다. 

창업기업이 재벌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독점을 해소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직된 산업구조가 바뀌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기업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재벌 대기업이 정부와 노동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합니다.

존경하는 강원도당 당원 여러분,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강원도를 떠날 의향이 있는 여성청년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 이유는 “괜찮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 다른 지방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방에 가서 청년들을 만나 우연히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면, 날 선 눈을 하고 이렇게 반문합니다. “산업이 시궁창이고 회사가 비정규직인데 거기서 정규직이면 뭐합니까?”

우리는 산업과 경제에서 배제된 여성청년들의 냉소를 두고만 볼 수 없습니다. ‘지방 총각’이라는 이름으로 옛 시절 가부장을 꿈꿀 수밖에 없는 남성청년들의 이야기도 함께 품어야 합니다. 일부 젊은이들의 끝 모를 혐오, 자해적 투기의 근저에는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다는 ‘불안’이 악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업적, 경제적 모델의 붕괴가 만든 이 현실, 그 악몽을 진보정치가 가장 먼저 알아차려야 했습니다. 6411 버스에서 내리자는 말은, 이제 이 청년들에게 우리가 꿈꾸고, 잠시나마 누렸던 작지만 분명한 희망을 보여주자는 말입니다.

노회찬 전 대표께서 아꼈던 그림이 있습니다.

원래는 거실에 걸려있었고 지금은 서울 마포의 노회찬 재단에 걸려있습니다. 강원도 정선 사북의 탄광노동자 출신 황재형 작가가 그린 광부 그림입니다. 

강원도 정선 사북은 산업전환과 지역경제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한때 168개에 달하던 탄광이 13개로 줄어드는 석탄산업의 사양화 속에서 지역과 주민의 생존을 위해 선택한 건 ‘카지노 산업’이었습니다.

실패한 산업전환입니다. 수조 원의 매출이 나는 카지노 산업을 정부와 관료들은 성공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정의로운 전환’은 아니었습니다. 그 산업이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여기 계신 강원도당 당원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카지노 유치가 결정되던 당시 ‘진보정당’은 아직 세상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우리는, 어디에 서 있습니까?

사라진 탄광노동자 그림을 걸어놓은 사람이 산업이 사라지고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고뇌하지 않았을리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회찬 전 대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미래산업과 좋은일자리 포럼>이라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노회찬을 잘 몰랐습니다.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합시다.

네거티브 규제는 ‘규제 완화’가 아닙니다. 규제의 방식을 바꾸는 겁니다.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는 대기업에게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어주고, 관료들은 그런 규제를 즐깁니다. 규제의 방식을 바꿔 신산업의 진출을 도와야 합니다.

‘다자요’라는 빈집재생 스타트업 기업이 있습니다. 빈집을 무료로 고쳐주고, 10년간 숙박사업을 한 뒤 집주인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개발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였는데, “농어촌 민박은 집주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진행을 멈춰야 했습니다. 다행히 마지막에는 잘됐지만, 극히 예외적인 일입니다.

이런 신산업 진출을 막는 규제의 개선이 진보정당의 브랜드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강원도 양양과 평창에는 전체가구의 20% 넘게 ‘빈집’입니다. 홍천과 횡성은 13%가량 되고요. 강원도의 미래는 숙박업소와 카지노겠습니까, 아니면 빈집재생과 더 많은 사람과 생계의 공간이겠습니까.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로 막아야 합니다. 산업의 기회는 넓히지만, 노동권을 무시하거나, 환경을 위협하는 책임은 무겁고, 무섭게 지우자는 것입니다. 나아가 부가가치가 높은 신산업으로의 이동을 위해서는 유럽이 하는 것처럼 양질의 ‘직업능력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드렸던 제안입니다.

6411 버스에서 내려, ‘산업과 경제’의 전장으로 나갑시다.

진보정당은 이제 국가의 왼손만이 아니라 오른손도 사용할 줄 아는 정당이 되고, 정쟁에만 빠진 양당보다 유능한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나라의 운영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집권이라는 야망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저 조성주가 진보정치의 이 야망, 현실로 만들겠습니다. 

다소 불편하고 격정적으로 들리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연설의 마지막은 노회찬 대표의 진보정의당 대표 퇴임 고별사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우리는 혁신의 주체이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혁신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할 때 우리는 조금이라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