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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입니다.
1. 정의당은 노동자 정당인가? 노동은 왜 정의당을 떠났는가?
정의당은 노동자의 정당이다.
정의당에 유일한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주도적으로 전국을 이끌어가는 노동의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택배 노동자 과로사, 플랫폼 노동 문제도 주도적이지 못했다. 지난 2년동안 입법청원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전태일3법 등 많은 의제들이 10만 청원으로 조직되었다.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만나는 중요한 창구이고 활동이지만, 이런 중요한 노동의제에서도 의제를 뒤따라 가기에 바빴고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선노동자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했다.
정의당이 노동자의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은 예산과 조직이다. 일은 사람이 한다.
노동자의 정당을 자임하는 정의당에 지난 일 년간 노동정책위원이 공석이다. 중앙당에도 노동을 담당하는 당직자는 단 1명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의 당내 시스템으로는 중요 노동현안 뿐 아니라 당이 주도적으로 노동현안을 조직해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정규 상담창구 ‘비상구’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았던 곳이다. 이랜드 임금 꺽기,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네이버 노조조직 등 당이 조직되어 있지않는 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해결했던 ‘비상구’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의당이 노동자 정당임을 나타내는 창구가 없거나 제대로 운영되지않고 있다.
지난 2년동안 코로나로 집회 등이 줄어들면서 정의당 의원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의당 당원들과 지지자를 만날 수 있는 활동들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정의당 중앙에 여려 논란이 있는 사건들이 정의당 당원으로 지지자로 활동하는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며 자존감에도 상처를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기반이 취약한 정의당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현장에서 정의당의 손발이 되어준 당원과 지지자들의 손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2.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정의당을 지탱한 지역의 일꾼들은 왜 좌절하고 있는지?
2012년 정의당 창당시기에 지역 일꾼들은 정의당을 100년 정당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와 신념이 분명했다. 지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옆에 있는 동지들이 있어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당을 떠나갔거나, 열정이 식은 것은 그들이 변했기 때문인가?
각고의 노력 끝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서 20년 총선에서 단독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보수 양당의 위성정당으로 그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의석을 얻게 되었고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매우 컸다.
오랜기간 진보정치를 위해 헌신해왔던 당의 일꾼들이 국회의원비례후보로 나서게 되었다. 당을 위해 헌신해 왔던 후보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빛나는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비례대표국회의원이 5석만 당선 되면서 후순위로 밀려 있어 공직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후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정의당의 많은 활동가들 당원들과 지지자는 정의당이 비록 작은 정당이지만, 정의당에 도덕성과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로 인해 ‘정의당’ 당원으로 자존감이 높았다.
당대표의 성폭력 사건은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당원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주는 사건이었다. 그렇게 상처를 입고 힘들겨 버티고 있던 활동가들에게 연달아 발생한 의원의 비서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은 ‘정의당이 노동마저도’라는 프레임으로 또 한번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런 중앙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지역에서 느끼는 타격이 얼마나 큰지, 그동안 노력해 온 과정이 성과없이 무너지는 것을 체감했다. 아무리 지역에서 바닥을 박박기며 용을 써도 지역은 심하게 흔들렸다. 진보정당 초창기부터 활동해왔던 당원들이 탈당하고 때로는 당비를 중지하는 상황은 당원 몇명이 탈당했다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아픔이었다.
몇 차례의 좌절과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당원들의 탈당과 지지철회 등은 지역 일꾼들이 힘내서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욕 마저도 상실하게 만들었다.
3. 당원과 지지자는 왜 정의당 국회의원에게 화를 낼 만큼 실망했는지?
정의당 국회의원이 원팀으로 한 목소리를 내더라도 강화된 양댱제 체제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는 매우 어려웠다. 개인 정치는 있지만, 정당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지 정치가 가지는 한계도 분명했다.
4. 당 리더십의 부재와 리스크 관리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해서도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속에서 당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채 당대표의 모두 발언 등은 당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이후 당의 입지를 민주당 국힘 이중대 프레임에 갇히게 만들었다.
진중권씨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하다. 진중권씨의 재입당에 대해 당에 주요 정치인들의 환영하는 듯한 발언들은 매우 부적절했다.
앞다퉈서 환영한다는 표현들은 당을 힘들게 지키고 있는 당원들에게 박탈감을 주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어야 하며, 혹시 기자들이 질문하면 그냥 ‘당내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면 그만인 일이었다.
5.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 낼 것인가?
- ‘비상구’가 파리바게트, 네이버, 이랜드 임금체불 노동자들의 손을 잡은 것 처럼, 일선 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당과 노동조합의 테두리로 조직할 수 있는 당내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처럼 민생입법의제를 발굴하고, 지도부와 의원들이 집중해서 당원과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 메시지 정치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서야 한다.
- 지금의 비상한 위기는 그냥 한두가지의 사건으로 온것이 아니다. 쌓이고 쌓인 문제들을 제대로 바로보고 개선해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방법은 다시 지역을 일구는 것이다. 다시 지역으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하고, 지역으로 현장으로 가서 정의당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