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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10년평가위원회 의견수렴

  • [당원]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입니다.
  • 의견 1
    http://www.justice21.org/150688
  • 당원·지지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입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정의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습니다. 이어, 당 지도부 못지않은 권한을 가진 6명의 국회의원단에도 책임을 묻는 수많은 당원·지지자·활동가·후보자·당직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정의당 국회의원단은 ‘경청회’를 통해 각급 단위의 의견을 수렴하여 의원단 자체의 ‘쇄신안’을 우리당에 제출하기로 약속했고, 제출했습니다. 

    쇄신안 <정의당 21대 국회 국회의원단의 성찰과 쇄신의 다짐>  http://www.justice21.org/150688

    한편, 한석호 비대위원으로부터 특별한 요청을 받았습니다. 쇄신안과는 별개로 국회의원 각자의 이름으로 된 평가를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원단의 쇄신안이 자칫 ‘묻어가는 평가’로 보이게 될 우려 때문으로 이해했습니다.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저도 제 생각을 많은 분께 무척이나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 엄중한 시기에 돌발 행동으로 보일까 염려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지난주 비대위-의원단 간담회는 의원 각자의 평가와 성찰, 다짐을 비대위에 제출하되, 외부의 공개 여부는 의원 개인의 자유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에야 제 솔직한 생각을 당원·지지자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글이 좀 깁니다. 참고하실 수 있게 글의 흐름을 먼저 목차로 정리해 봅니다.

    1. 국회의원 류호정
    2. 정의당 류호정
    3. 정의당의 위기
     1) 대표단과 의원단
     2) 정파
     3) 노선과 전략
    4. 각오와 다짐

    먼저, 국회의원 류호정의 의정활동을 간략히 돌아봅니다.

    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위원입니다. 윤리특위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을 감독합니다.

    산자부에는 자동차·철강·화력발전소·전기 등 분야의 수많은 노동 의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일하는 시민이 억울한 일을 겪거나, 심지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민원’은 의원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고 넘쳤습니다. 일상적으로 그 일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노동전환’도 제가 가장 주력한 분야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을 만나고,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대정부질문·국정감사의 기회에 정부에 정책 수립을 압박했습니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는 ‘중·소기업기술탈취’,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의제가 가장 중요하다 판단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지적해 동료 위원들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여세 덕분에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상생협력법을 부족하나마 개정했습니다.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법률 제정안은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했습니다. 저는 법률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64일간 노숙 농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여당은 반쪽짜리 지원법을 통과시켰지만, 저는 자영업자들, 중·소상공인들의 요구를 국회 안에 분명히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법안 발의 숫자가 중요하다 여기진 않았습니다만, 돌이켜 보니 꽤 많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정의당의 5대 입법과제였던 비동의강간죄를 비롯해서 저의 1호 공약이었던 포괄임금제폐지법, 채용비리처벌특별법과 타투업법, 쪼개기알바금지법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모두 ‘일하는 시민’을 위한 입법이라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 정의당 류호정의 활동을 돌아봅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그저 회사원이었던, 노조 조합원이었던 시절에 비하면 국회의원은 ‘하면 되는’ 자리였습니다. 인적·물적 자원이 있었고, 권력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주 시끄러운 의원이었습니다. 6석밖에 안 되는 우리당은 무엇보다 많이, 잘 보여야 한다는 제 의도와 더불어 여성이고, 최연소인 류호정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 활용 의도도 한몫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래도 저의 인지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투쟁 현장의 동지들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시민들께 무언가 알리고자 할 때 특히 더 그랬습니다.

    원피스, 박원순 시장 조문, 민주노총 중앙일보 컬럼, 타투 퍼포먼스 등 ‘논란’도 참 많았습니다.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지만, 그 의사결정의 순간들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연대하고자 했던 시민들을 ‘정의당’이라는 울타리에 단단히 조직하는 일에 미숙했습니다. 입당이라는 결과로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은 매우 아프고, 송구합니다.

    선거 때를 제외하면 저는 주요 당직에 복무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도부에는 제가 하는 활동을 자제시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지도부는 저의 튀는 행보가 불안했을 것이고, 저는 그것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제 쓸모를 증명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자기정치하려고 한다는 오해만 키웠습니다.

    중앙당과 개별 의원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인정합니다. 앞으로는 당과 함께 활동하고, 끝내 조직적 성과를 내는 의원이 되겠습니다. 비판을 경청하고, 부족한 건 더 배우겠습니다. 또한 위축되지 않고, 깊은 책임감을 갖겠습니다.

    정의당의 위기에 대한 제 생각도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저를 포함한 정의당의 지도부, ‘대표단과 의원단’의 문제입니다.

    ‘대안세력’으로서의 존재감이 부족했습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독자적인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조국 논란부터 시작해 검수완박, 공수처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책 그 자체가 아니라 주로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나왔습니다. 특히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의제들에 있어 저는 반대 입장이었습니다만, 당론이 정해지면 따랐습니다. 대신 당론을 정할 거라면 확실하게 하나로 하고, 결정 과정은 당원·지지자와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말해왔습니다.

    지도부에는 공개적 토론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개개인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못하게 했고, 대변인은 결과만 브리핑했습니다. 그렇게 낸 결과도 어중간했으니, 당원·지지자는 물론, 지역의 간부들조차 어쩌다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민주당 2중대론’만 강화됐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공개 토론 시에 받을 압박과 일어날 혼란을 우려해 비공개 토론만 한 것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갑론을박’이 공개된 곳에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단과 의원단은 당론 결정 과정에서 자신이 냈던 의견을 공개된 곳에서 밝히고, 당원·지지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어서 당원·지지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문화, 다른 의견에 대해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정파’의 문제입니다. 정확히는 정파 리더들의 ‘물밑 합의’의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보다 그리 크진 않을 겁니다만, 꼭 해보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용기 내 말씀드립니다. 정의당은 선거 때가 되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에 정파의 인사를 임명합니다. 물론, 이것 자체는 전혀 잘못이 아닙니다. 다른 당은 정파 간 극렬한 대립이 문제라지만, 우리당은 정파 간 조용한 이익분배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능력과 실력이 아니라, 서로 간에 타협 가능한 ‘배분점’이 인사의 방향이 되면, 기구의 의사결정은 한세월이 걸리고, 실무진은 한없이 힘들어집니다. 지난 대선, 심상정 선대위의 위원장은 무려 17명이었습니다. 이번 비대위 구성에서도 최대 정파들의 공동 운영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젊은 당직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전국위원회’입니다. 전국위원회는 당규·강령을 개정하고, 당대회를 소집하며, 주요 당직자 인사와 기관·위원회를 인준하고, 예산·결산을 승인하는 기구입니다. 특히 선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하며, 공직후보자를 인준하는 우리당이 자랑하는 당내민주주의의 상징입니다. 저는 이 전국위원회가 토론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그 원인이 정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전국위원회는 대표단이 제출한 원안과 사전에 발의됐거나, 현장에서 발의되는 수정안을 놓고 토론합니다. 문제는 토론의 주제인 ‘안’이 정파 그룹의 것이고, 모든 전국위원이 정파 소속은 아니지만, 정파에 소속된 전국위원들이 미리 결론을 내고, 토론을 주도한다는 데 있습니다. 정파의 역사를 잘 모르는 저도 어떤 안이 어떤 정파의 것인지를 알 정도이니, ‘열린토론’은 되지 못할 확률이 높고, 그로 인한 의사결정은 당심이나 민심과 멀 가능성이 큽니다.

    세 번째는 ‘전략’의 문제입니다.

    저는 여전히 ‘노동’과 ‘여성’, ‘녹색’은 당의 주요 노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우리당의 위기는 노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노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민들은 완전무결한 정당을 바라지 않습니다. 많은 부족함이 있어도 ‘이것 하나만큼은’이라는 마음으로 우리당을 지지한 분도 많을 겁니다. 연이은 선거 패배는 우리당에 투표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조차도 보여주지 못해 얻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노동, 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당 의원들은 노동 의제를 가장 많이 다루고, 정책위원들과 보좌진은 노동 정책을 가장 많이 연구합니다. 그런데도 밖으로 그것이 잘 보이지 않고, 다른 의제로 주목받을 때마다 내부에 불만이 쌓였습니다. 노동운동 출신의 기성세대 의원들은 원내대표를 차례로 역임하며 정책 우선순위에 늘 노동을 강조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외하고는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청년 세대 의원들은 노동보다 ‘정체성’ 의제를 다룰 때 더 많은 언론이 주목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선전과 홍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정당이다” 우리당 강령의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주4일제’는 비정규직이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일하는 시민에게 어필하는 정책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일하는 시민의 대통령’이라는 슬로건과 ‘신노동법’이 있었지만, 설명되지 않았거나,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상위 10% 노동자와 나머지 90% 노동자는 완전히 다른 시민들입니다. 공기업 정규직은 그야말로 ‘꽉 찬’ 노동권을 보장받지만, 앞서 말씀드린 비정규직 등은 그러지 못합니다. 차별은 심해지고 있고, ‘울타리 밖’ 노동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당은 이런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부족한 겁니다. 잘 보이지 않았다면, 절실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당은 공동체에 뿌리내리지 못한 비정규 시민을 위한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저도 더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어디든 불러주시면 가고, 무엇을 주문하시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성, 계속 물러섰습니다.

    여성 의제가 부상할 때마다 한 발씩 뺐습니다. 타깃이 된 의원들을 자제시키고, 뒤로 물러서게 했습니다. 작년 한때 18%까지 올랐던 우리당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그나마 나은 정당에게 보내는 응원이었을 겁니다. 대선 막판, 민주당은 우물쭈물하던 여성 전략을 대폭 수정했습니다. 후보가 토론에 나와 페미니즘을 강조하고, 박지현을 영입했습니다. 최대 스피커인 김어준과 유시민이 방송에서 우리의 언어로 과거를 반성했더니, 한달음에 여성 유권자에 닿았습니다. 주춤했던 우리당은 결국 그들의 표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단 한 가지의 이유를 만들어낼 기회를 놓친 것일지 모릅니다.

    녹색, 투자가 필요합니다.

    산자중기위원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두 번째로 빼둘 수 없는 주요 의제입니다. 다른 당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우리당은 특히, 전문 인력도 매우 부족합니다. 관련 시민단체와의 네트워크도 다른 의제에 비해 부족한 편입니다. 그러니 중요성을 알면서도 전면에 내세우는 걸 저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관련 의제를 다루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인 저와 저희 의원실도 뼈저리게 반성하는 부분입니다. 비대위의 혁신 테이블 위에, 녹색 역량 강화, 전문 인력의 영입과 채용이 반드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이 무엇을 대변하는지 ‘뾰족하게’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 무엇인지 저도 고민해 보겠습니다만, 당분간은 많은 의제를 모두 손대려 하지 말고, 주요한 몇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성이나 녹색 정치가 반노동 정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노동전환은 노동과 녹색이, 직장 내 성차별과 여성의 경력 단절, 임금차별은 노동과 여성이 공존합니다. “이건 노동 의제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논쟁하고, 비난 앞에 주저하는 사이, 우리는 어느 것도 확실하게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하나를 해도 확실하게 하는 정의당이 되어야 합니다. 모두가 우리당의 의제이고, 정의당의 노선이라 생각합니다.

    경기 성남시에서 8년 남짓 살았습니다. 지역 정치에 대한 강한 의지는 그곳에서 시작했습니다. 임기를 시작하던 해 사무실을 차리고, 노란 옷에 ‘국회의원 류호정’을 새겨 입고 탄천을 돌았습니다. 열심히 인사했습니다. 우리당 지역정치인들이 생활 정치인으로서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힘이 되고 싶었지만, 미흡했습니다. 지방선거에 성과를 내 재선에 성공하는 청년 정치인이고자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사명,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뿌리내리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비판의 목소리, 선거 평가를 열심히 듣고,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저도 많은 것을 반성합니다. 잘못된 것은 완전히 바꾸고, 부족한 것은 빈틈없이 메우겠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의원단의 쇄신안을 포함해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당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9월에 있을 ‘전국동시당직선거’가 등 돌린 당원·지지자들의 마음을 풀어내고, 포기의 직전에서 지친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있을 당내 활동가·정치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앞으로 우리당에서 부여하는 어떠한 임무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정의당을 지지해야 할 단 한 가지 이유’부터 찾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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