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보도자료

  • [성명] 윤석열 당선인의 퇴행적인 교육정책 기조에 우려를 표한다
[성명] 윤석열 당선인의 퇴행적인 교육정책 기조에 우려를 표한다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공정성과 다양성, 기회균등을 기조로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 백지화, 대입 정시 전형의 비중 확대, 초·중·고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부활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또한 인공지능(AI) 교육을 활용한 취약계층 지원 역시 발표했다. 

 지금까지 윤석열 당선인이 발표한 정책들은 공정을 앞세워 교육격차와 불평등을 지워버리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내용들이다. 현재 외국어고등학교나 국제고등학교 같은 특목고, 자사고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준비된 부모의 지원 아래 초등학교 시기부터 수천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입시를 준비해야만 한다.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특목·자사고의 입학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러한 학교들이 ‘특수분야에 능통한 전문인재 양성’이라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대입을 위한 입시기관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는 것 역시 밝혀진 사실이다. 결국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명목하에 설립된 특목·자사고는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는 역할에 그 목적이 그쳤다.

 또한 윤 당선인은 정시 비율 확대를 예고함과 동시에 '평가와 줄 세우기 차원이 아닌, 학업 성취도와 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전수 학력 검증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제고사라는 비판과 보충수업 조장 등을 이유로 폐지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말 자체로 모순이다. 전국이나 지역 단위의 학력평가는 어떤 식이든 평가와 줄세우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입시경쟁을 강화하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아동청소년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학생 간 학업수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문제는 일제고사 부활로 해결되지 않는다. 상급학교 진학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교과목 편성, 다양한 학생을 포용하지 못하는 교육 방식,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드러난 돌봄공백과 학습결손이 그 원인이다. 기회균등과 다양성을 기조로 내세우면서 역설적으로 일제고사를 부활하고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는 그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현재의 경쟁만능주의 사회에서는 수능으로 순위를 매겨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도, 내신성적과 각종 스펙에 기반해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도 결국 경제력과 정보력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지역격차와 소득격차가 개인의 입시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격차는 학벌이 능력이 되어버리는 한국 사회에서 계층을 더욱 공고히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이번 정책발표는 다가올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일 의지가 없다. 능력대로 선임했다는 '서오남(서울대, 오십대,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수위가 이를 반증한다. 윤석열 정부는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이데올로기로 민주주의와 시민성을 무너뜨릴 것이다. 포퓰리즘으로만 가득찬 지난 대선이 그 표상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 출범까지는 한 달도 넘는 시간이 남았다.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인사 실책을 덮기 위해 국가적 교육정책을 뒤집은 문재인 정권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야 한다. 지난 5년, 정권의 실책으로 스러진 교육민주주의를 윤석열 정부는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발표처럼 가진 자들에 복무하는 교육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그토록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가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에 정의당 청소년위원회는 윤석열 당선인이 소모적인 정시/수시 비율 놀음에서 벗어나 작금의 입시경쟁 자체에 대한 논의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이기주의와 능력주의를 부추기는 학교문화, ‘입시’ 아래 지워지는 학생인권 침해와 교사-학생 간의 불평등한 권력구조에 의문을 품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는 청소년과 학생이 각자도생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 육성, 대학평준화와 무상화, 특목·자사고 폐지를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경쟁이 아닌 연대가 자리잡는 교육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정의당과 정의당 청소년위원회는 어떤 정부의 반동적, 반민주적 교육 정책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공동체의 교육을, 노나메기의 교육을 세울 것이다.

2022년 3월 22일
정의당 청소년위원회(위원장 노서진)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