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배진교 원내대표, 도영 씨를 향한 무책임, 무능력한 국가와 무자비한 재판부의 항소심 결과에 유감을 표합니다.
조금 전 강도영(가명)씨가 항소심에서 끝내 1심 선고와 동일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재판부는 "강 씨가 아버지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하였기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의도, 고의라는 단어로 포장한 이면에 그 상황을 만들었던 추악한 국가의 방임은 왜 사라졌습니까.
국가가 선택적으로 만들어낸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려 아버지까지 2인분의 삶과 더불어 국가가 했어야 할 역할까지 도맡았던 22살의 청년이었습니다. 간병노동과 아프신 아버지, 인간의 도리까지 모두 홀로 짊어졌던 도영 씨에게 또다시 죄마저도 홀로 지우려고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열악하다 못해 쌀 사먹을 돈 2만 원이 없었던 강씨에게는 제 한 몸을 건사할 여력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본인이 죽거나, 본인이 죽어야 아버지가 사는 지옥 같은 딜레마 속에서 받았을 강 씨의 절망, 죄책감, 두려움을 우리는 감히 다 헤아리지도 못합니다.
돌봄 노동, 간병 노동은 결코 개인이 홀로 책임져야 할 문제도, 가족만이 짊어져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더욱이 이를 되레 국가의 돌봄과 보호를 받아야 할 청년에게 내맡기는 것은 부당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국가의 복지시스템,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 못하면서 국민에게 죄와 책임을 묻는 것은 무책임, 무자비, 무능력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당사자가 가난을 입증해 복지를 신청하고, 복지의 공백이 생겨, 피해자가 발생하는 이 악순환을 막읍시다.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한 끗은 그저 견딤과 체념이었고, 도영님보다 덜 나온 병원비였고, 그나마 끌어모을 수 있는 사적인 자원들이었다. 살아남은 이유는 우연이었다"
강 씨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었던 조기현 씨가 도영 씨에게 쓴 편지의 구절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자력으로 가족을 겨우 살려내고 있는 기현 씨와 한 끗 차이로 가족을 보호하지 못했던 도영 씨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병은 사람을 가리며 찾아오지 않고, 당장 오늘 환자가 될 수 있고, 내일 간병 노동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정의당은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은 사회'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도영 씨의 자유로운 미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21년 11월 10일
정의당 원내공보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