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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정치위원회]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중단없이 추진돼야(한국일보 기고)

[기고]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중단 없이 추진돼야

수정: 2015.02.01 20:20

등록: 2015.02.01 20:00

http://www.hankookilbo.com/v/4e40a90fa0084f0697020e1580a574f7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돌연 백지화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1일 개편안 초안을 이미 발표한 바 있고 최종 확정안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던 즈음이라, 갑작스런 백지화 선언의 배경을 두고 청와대의 외압 때문 아니겠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연말정산 등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여기에 건보료의 부담까지 늘어날 경우 현 정부의 핵심지지층인 고소득층의 이탈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부과체계 개편 방안은 서민의 건보료 부담은 줄이는 반면, 고소득자의 부담은 늘어나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부과체계 개편안의 백지화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사회보험의 원리에 따라 의무 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재원은 국가와 사업주, 국민이 부담한다.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부담능력에 비례해 부과한다. 보험료는 능력에 따라 부담하지만, 의료서비스는 필요에 따라 제공된다. 사회보장제도가 가진 장점은 이런 특성에 기반한다. 반면 민간보험은 개개인의 위험률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 그래서 민간보험은 노인,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위험이 높은 경우 보험사가 가입을 회피하거나,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기에 불가피하게 보험으로부터 배제되는 국민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우수한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신뢰는 그리 높지 않다. 보장률이 높지 않아 의료불안으로부터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부족하기에 그렇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경우 능력에 비례한 부담이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성, 연령, 재산과 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어 불만이 크다. 소득이 없는데도 1억원 정도의 재산만으로도 보험료가 7만7,000원이 부과된다. 직장가입자라면 250만원의 근로소득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다. 여기에 자동차, 가구원에도 각각 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송파 세모녀가 소득이 전혀 없고 재산도 없이 월세 생활자였는데도 보험료가 5만원이었다는 점은 건보료 부과체계가 얼마나 문제투성이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직장가입자에게도 능력비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다수의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을 갖고 있어 문제되지 않지만, 직장가입자의 상위 15% 정도는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을 갖고 있다. 현재 종합소득에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또 소득이 있는데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전 이사장조차 자신은 퇴임 후 5억원의 재산과 수천만원의 연금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며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정도다.

이를 종합해보면 현행 부과체계에서 지역가입자는 자신의 부담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고 반면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을 가진 일부 고소득자의 경우는 부담능력보다 적게 부담하고 있다. 능력비례라는 원칙에서 보자면 부자들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를 서민들이 대신 부담해 주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로잡고 능력에 따른 건보료 부담이라는 원칙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 바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갑작스레 백지화했다. 건보료 부담이 늘어날 고소득층의 반발을 의식해서 국정지지도의 추락을 만회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부과체계 개편의 백지화로 부담이 늘어날뻔한 국민의 1%의 지지는 획득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지역가입자로부터 역풍을 맞게 됐다.

부과체계 개선은 정부가 국정기조로 삼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것을 스스로 백지화했으니 정부의 신뢰와 지지도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다시금 부과체계 개편을 당장 재논의해야 한다. 능력비례 부담이라는 원칙에 맞게끔 모든 국민에게 모든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원칙을 세워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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