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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정치위원회] [보험이야기 22편] 건강보험 개혁, 사보험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건강보험 개혁,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하나로’우리가 알아야할 보험이야기(22)

김종명 당원기자 | stuyoo@hanmail.net

 


이제 마지막으로 그간 보험이야기 시리즈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간 민간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보았고, 그 문제점과 한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사보험이 아닌 국민건강보험이 강화되어야만이 모든 국민이 차별없는 의료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을 강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국민건강보험을 강화시켜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재원이 필요하다. 즉 어떻게 그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그리고 그 재원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있다. 두 번째는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이다.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여 어디에 쓸 것인지가 정책에 해당된다면, 그것을 실현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은 정치운동이라 할 수 있다.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하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려는 정치적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한 여러 논쟁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을 강화하려는 주장에 대해 여러 비판들이 존재한다. 주된 비판들이 무엇인지, 그런 비판에 대한 해명은 무엇인지를 이 글에서 정리하고자 한다(양이 많이 첫 번째 두 번째 내용을 전편으로, 세 번째 내용을 후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방안,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

1. OECD 평균수준의 공적 지출을 위한 재원방안 -17조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목표 보장률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보통 OECD평균 수준의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 비중을 기준으로 하거나, 건강보험의 보장률 80%로 기준으로 한다. 현재 OECD 평균의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은 72%정도이며 우리는 54.5%정도에 불과하다(국민의료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민의료비 시각에서 보건의료를 다룬 기획연재 19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국민의료비중 공적 비중을 OECD국가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대략 17조원(추가 국민의료비 공적비중 17.5%(72%-54.5%)*국민의료비 총액(97조, 2012년))이 필요하다.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의 대부분은 건강보험, 의료급여, 산재보험이다. 그중 건강보험의 비중이 가장 크므로 대부분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올림으로써 목표 국민의료비의 공적 지출에 이를 수 있다.

2. 건강보험의 보장률 80%를 위한 재원방안-11.2조

국민의료비 기준으로 하게 되면, 국민의료비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므로 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간단히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의 목표를 현재 62.5%(2012년) 수준을 80%정도로 올린다고 해보자. 그럼 얼마가 필요할까.

간단히 계산이 가능한데, 62.5%의 보장률을 80%로 올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건강보험 재원의 28%(62.5%*28%=17.5%)를 추가로 확보하면 된다. 2013년 건강보험 급여지출이 40조였으니 11.2조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보장률이 확대되더라도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총 진료비는 변화가 없다. 단지 진료비 부담을 건강보험이 할 것이냐, 국민(환자)이 직접 할 것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보장률이 확대되면 건강보험이 부담해야할 재정이 11.2조가 늘어나는 대신 국민이 직접 부담해왔던 본인부담은 11.2조가 줄어든다(물론 보장성이 확대되면 의료이용의 증가가 발생하므로 총 진료비가 증가한다. 이에 대해서는 후편에서 다시 자세히 다룬다)

3.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재원방안-14.1조

지난 대선전에 ‘건강보험하나로 시민회의’라는 단체에서는 국민 1인당 평균 1만 1천원이면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며 제시한 바 있다. 그 방안은 국민건강보험 보장률 자체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세부적인 보장내용을 목표로 필요한 재원을 추산하였다.

   
 

당시 하나로 시민회의는 국민의 병원비 부담이 큰 입원의료비 보장률을 90%로 높이고, 100만원 본인부담 상환제, 노인틀니 전면 급여화, 간병서비스 급여화 및 의료인력 확충을 통한 질향상 등을 보장성 내용의 주된 중심으로 제시하였다. 그에 따라 필요한 추가 재원은 14.1조였다.

4.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원 방안

다른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도 2012년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라는 국민건강보험 쇄신위원회 활동보고서를 통해 2017년까지 OECD 기준 국민의료비 공적 비중을 70%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78.5%로 확대하자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재난적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고, 3대비급여를 포함하여 필수의료중심으로 보장 확대, 저소득층 의료보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건강보험공단은 그에 필요한 재원을 연 11.5조원으로 추산하였다.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를 위한 재원확충 방안

 

이렇듯, 건강보험의 보장률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지에 따라 필요한 재원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목표와 재원은 엇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제시하는 건강보험의 보장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에 가입할 필요 없는 정도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이 국민의 의료비 불안을 해결해주지 못함에 따라 전 국민의 60% 이상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규모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자세히 다룬바 있다.

 

둘째, 비급여 중 필수적인 서비스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3대비급여(선택진료료, 상급병실료, 간병료)는 전체 비급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가능한 의학적 타당성이 입증된 비급여는 모두 급여화해야 한다.

 

셋째, 국민건강보험의 평균 보장률은 최소 80%이상이 되어야 하며, 특히 병원비 부담이 큰 입원진료에 대해서는 90%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중증질환의 경우 본인부담이 클 수 있으므로 연간 100만원 상한제와 같은 본인부담 상한을 설정해야 한다.

 

넷째,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함께 의료의 질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간병료의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정도로 환자의 부담이 크다. 따라서, 간호인력 등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통해 간병비 부담을 없애야 하고 더불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

 

다섯째,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정부는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의 단일 부과체계로 개선하자는 것을 골자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써 소득에 따라 부과됨으로써 지금의 고소득층이 건강보험료를 오히려 적게 부담하거나, 혹은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가 높은 건강보험료 부담을 떠안았던 것이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지는 조금씩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대체로 위와 같은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 확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이다. 현실에서는 확충되는 재원에 따라 목표로 하는 보장내용과 보장률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 -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30%)이 필요

 

필자는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은 사회연대적 보험료인상이 가장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건강보험은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그렇다. 또한 법적으로 재원 분담 방식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하는 단위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이다. 건강보험 재원은 세 주체로 이뤄져 있는 국민, 기업, 국가다. 사회연대적 보험료인상은 세 주체가 동시에 보험료를 인상하여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국민들은 건강보험료 부담보다 급여혜택이 매우 큰데, 그 이유가 건강보험 재원마련의 사회연대성 때문이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근로소득의 5.99%(2014년)를 부담하고 있고, 그 절반은 사업주가 부담해준다. 또한, (예상)보험료수입의 20%가 정부지원금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그렇다. 지역가입자의 경우도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혜택이 크지만, 지역가입자의 소득에 비해 건강보험료 부담이 큰데, 이는 최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간 소득이 없거나 적은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담이 대폭 경감될 것으로 기대되어 그 형평성은 훨씬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세 주체가 건강보험료 부담수준을 동일하게 인상하는 방식으로 재원마련이 필요하다. 그럼 얼마나 인상해야할까. 대략 현재 부담하고 있는 건강보험료의 30%를 인상하게 되면 충분하다. 현재 300만원의 근로소득자라면 현재 건강보험료는 9만원 정도인데, 30%를 인상하게 되면 대략 2만7천원 정도를 추가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2012년 기준으로 세 주체가 모두 건강보험료의 30%정도를 인상하면 14조원 정도가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4조원이면 건강보험의 보장률 평균 80%에 이를 수 있고, 입원 보장률 90%, 연간 100만원 상한제, 간병료 급여화, 보건의료인력확충,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이 실행가능하다. 2013년 기준으로 단순히 건강보험료 보장률을 80%로 높이는데, 11.2조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충분한 재원이라 할 수 있다.

만일 14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면, 그때 세 주체의 부담은 각기 국민 6.5조, 사업주 4.4조, 국고지원금 3.3조원(사후정산제 시행을 전제) 수준이다. 국민이 부담해야할 재원은 6.5조인데, 이 역시 소득에 따라 부과되므로 실제 전체 국민의 70%가 부담해야할 보험료는 2.7조원으로 전체 재원의 18.9%정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국민 1인당 월 1만1천원(11,000원*12개월*5천만명=6.6조원)이면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건강보험의 사회연대성이 가진 우수함이 여기에서 더욱 빛난다고 할 수 있겠다.

 

   

 

 

건강보험 하나로 재원 확충시 의료비 부담 기대효과

건강보험료 부담을 높여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건강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것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대폭 줄어드는 효과를 갖는다.

현재 건강보험의 재정 지출과 본인부담 지출은 아래 표와 같다. 2013년 건강보험의 재정수입은 총 44.7조였고, 그중 41.1조원을 지출하였다. 41.1조원 중 건강보험 공단 운영비 1.2조원을 제외한 39.9조원을 국민의 진료비에 대한 급여로 지출하였다. 건강보험의 보장률 62.5%(2012년)이 2013년에도 유지된다고 보면, 국민이 직접 부담한 병원비는 27조원(간병료 포함)이다. 또한,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률로 인한 의료불안을 해결하고자 추가로 40조원 가량의 민간의료보험을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추정대로 14조원(1조원은 저소득층 보험료로 지원되므로 실제 보장성에는 13조원이 투입됨)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아래의 표와 같다. 건강보험 재정은 57.7조원으로 증가하게 되며, 그로인해 본인부담지출은 27조에서 14조원 정도로 줄어든다.

   
 

건강보험료로 6.5조원을 부담하고, 13조원의 본인부담지출이 줄어드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로써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로 인한 가계파탄의 위협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13조원 정도의 본인부담은 그대로 남긴 하는데, 이 본인부담액은 연간 100만원상한제가 작동되므로 기껏 수십만원정도에 불과하므로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보너스가 존재한다. 본인부담이 일부 남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으므로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0%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민간의료보험 중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사보험 지출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므로 의료비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근로소득 300만원정도의 4인 가구를 예로 들어보자. 만일 실손의료보험으로 의료불안을 해결하려 한다면, 20만원이 넘는 보험료가 필요하다. 현재 민간의료보험 하나당 대략 6만원 정도(한국의료패널)를 지출하고 있다고 계산하면 무려 24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으로 해결한다면 대략 2만 7천원 정도의 추가부담이면 실손의료보험이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보험으로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

 

사회전체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 사보험료 지출이 대폭 줄어든다. 금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 지출 중 실손의료보험에만 현재 3,000만명이 가입하고 있으며, 이중 손해보험사에 2100만명, 단체(기업)보험으로 5백만명, 생명보험사에 5백만명정도가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은 월 7~10만원에 이른다(금융위원회)고 하니, 우리 국민들이 손해보험사에 지출하는 실손의료보험료만 무려 17조~25조원이다. 즉, 건강보험료 인상(6.5조원)을 인상하게 되면, 그것의 3배에 이르는 사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 하나로가 실현될 경우 국민들이 당장해야 할 일이 바로 실손의료보험을 해약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실현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정책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 80% 정도를 목표로 해야 하고, 그에 필요한 재원은 대략 14조원 정도이며, 그것을 사회연대적 보험료인상(30%씩)으로 확보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간단하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실현해 낼 것인가. 여기에는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 결국 그 결정은 정치에 달려 있기에 그렇다. 건강보험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정권을 획득한 후에 추진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그게 당장 가능한가. 어렵다. 국민들은 좋은 정책을 가졌다고 해서 권력을 쉬 쥐어주지 않는다. 둘째, 건강보험이 가진 게임의 룰을 따르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여기에 주목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결정하는 게임의 룰은 국회에서의 입법형태가 아니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라는 사회적 합의기구이다. 이 건정심에서 급여범위, 의료수가, 건강보험료를 결정한다. 매년 5월 경에 건정심에서는 내년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그에 필요한 건강보험료 수준을 어느 정도로 인상할지를 결정한다. 의료수가는 건강보험 공단과 의료공급자간의 협상으로 결정하며 최종적으로 건정심에서 인준한다. 따라서 건정심내에서의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건정심은 총 25인의 위원으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 대표(노동자대표 2, 사용자대표 2,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농어업대표, 자영자대표), 의료공급자 대표 8, 정부 및 공익대표 8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건정심은 건강보험과 관련한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단위이다. 건정심은 각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합의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통과절차로 전락해버린 상태이다.

 

그것은 건정심에 참여하는 각 이해당사자간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기에 그렇다. 가입자측은 크게 노동(민노총, 한국노총 등)과 자본(경총)을 대변한다. 이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의료공급자들도 입장이 동질적이지 않다. 정부와 공익위원 역시 각자 성향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건정심에서는 정부를 제외하면 어느 이해당사자도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엔 정부의 의도대로 결정되는 구조로 전락되어 있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노동측은 찬성하지만, 자본측은 반대한다. 의료공급자는 보장성 확대는 의료기관의 수입감소로 이어진다고 보기에 보통 반대한다.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자고 하면 정부와 공익측은 재원을 문제 삼는다. 그런데 노동측은 정작 보장성 확대는 주장하지만 그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데 있다. 대신 보험료 인상은 반대하는 대신 재원확충은 국고지원 확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고지원 확대는 법개정을 필요로 하는 사안으로 건정심에서 논의대상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자는 요구는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치부된다.

 

그 결과 건강보험의 보장은 정체되어 있고, 국민들은 과중한 본인부담에 가계파탄의 위협에 항시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어쩔 수 없이 비싼 사보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지금의 건정심의 무력한 구조에서는 승자는 자본측이라 할 수 있다. 경총 등의 자본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정체됨에 따라 다들 하나씩 계열사로 두고 있는 보험사의 민간의료보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재원을 확충하게 되면, 사업주 부담금도 대폭 늘어나는데, 보장성이 정체됨에 따라 자본측이 부담해야할 사회보장기여금도 늘어나지 않는다. 일석이조 인셈이다.

 

여기에 노골적인 친자본 성향인 정부는 건강보험의 확대보다는 사보험 확대와 의료영리화를 위해 성큼성큼 진척시켜가고 있다. 그런데도 필자가 파악하기로 건정심내에서 노동과 자본측간의 대립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노동과 자본측이 합세하여 의료수가 문제를 둘러싸고 의료공급자와의 대립이 주된 갈등이었을 뿐이다.

 

이렇듯 무력하고 결과적으로 자본의 이해만을 관철시켜주는 건정심을 바꿔내야 한다. 바꾸어야 할 것은 건정심이 갖고 있는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정치의 문제다. 필자는 그렇게 파악한다.

 

만일 건정심내에서 노동측이 건강보험의 대폭적인 보장성 확대와 함께 필요한 재원을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으로 하겠다고 주장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건정심의 쟁점이 급격하게 바뀌게 된다. 물론 자본측은 맹렬히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공익위원측은 적지 않게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그간 정부는 늘상 보장성 확대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가입자위원과 국민들이 보험료인상을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해왔기에 그렇다. 또한 의료공급자들도 적극 반대하기는 어렵다. 보장성 확대와 함께 의료수가의 현실화를 같이 주장한다면, 그들도 반대의 명분은 별로 없기에 그렇다.

 

따라서,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과 건강보험의 획기적인 보장성 확대를 동시에 요구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굳이 정권을 잡지 않더라도 말이다(사실 당장 잡을 수도 없겠지만 -_-;).

 

우리 정의당이 해야 할 일은

 

하지만, 이런 건정심내에서의 정치 변화를 당장 기대하긴 어렵다. 아직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도 아직은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이라는 입장에 소극적이다. 비단, 조직노동뿐 아니다. 아직 우리 국민들도 적지 않게 보험료 인상에 주저하고 있다. 필자는 보수적으로 판단하자면, 현재 사회연대적 보험료인상에 대한 국민의 찬성 의견을 반반 정도로 본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국민적 동의를 만들어내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 운동을 정의당이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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