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살얼음판 걷는 국민안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 과정 전면 공개하라!
어제(12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 여부가 13시간에 이른 장시간 회의 끝에 26일 열리는 차기회의로 연기됐다. 이번 회의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허가를 심의하는 두 번째 공식회의다. 불가역적이고 치명적인 방사능재난 위험이 있는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단 두 번의 회의로 결정한다는 것은 국민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가 직접 목격한 제34차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이런 상식 밖의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먼저 일부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수명연장의 법적요건인 원전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에 대해 질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오늘 결론짓자”며 성급히 선을 긋고 나섰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는 노후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해 작성한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심의하는 것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만큼이나 주도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심의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진행하겠다는 것은 제대로된 심의보다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요식행위로 진행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매우 우려스러웠다.
더군다나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모두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09년 12월 30일에 이 세 가지 보고서를 접수받았다고 한다. 과연 7년 전의 데이터를 가지고 작성된 주기적안전성평가를 신뢰할 수 있을지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월성1호기 안전성에 대한 정부측 전문가와 민간측 전문가 사이의 기술해석 차이도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회의 초반에 진행된 월성1호기 지진재해도 평가에서 양산다층·울산단층 외에 월성1호기 인근 바다의 62개 활성단층이 누락된 상황과 월성2·3·4호기에는 설치되었지만, 월성1호기에만 설치되지 않은 기기와 부품들이 추가로 발견된 상황 등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월성1호기 안전성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회의중 나온 일부 위원들의 발언은 그 자질과 저의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기술해석에 문제를 제기하는 민간 측 전문가에게 한 위원은 “규제기관(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심사한 결과를 믿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 전문적인 분야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라고 발언하는 등 원안위원으로서 역할을 망각한 발언이 종종 나왔다. 이는 원안위원이 거수기 역할만 할게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원자력안전법이 노후원전 수명연장 절차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회의 검토,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원전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에 다중적이고 다차원적인 검증을 거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어제 보여진 일부 위원의 무책임한 발언과 태도는 스스로의 역할을 잊지 않았는지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결정하는 매우 책임 있는 자리다. 특히 원전사고가 현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에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역사적 책임 또한 함께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은 주어진 사명에 걸맞게 노후원전 안전성을 주도면밀하게 심의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원전 안전을 심의하는 위원들이 어떠한 발언과 결정을 거치는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제34차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월성1호기의 국민 수용성을 높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회의 속기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회의 역시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부터 속기록의 전면공개와 방송을 통한 회의공개를 해야 한다.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의는 결코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명심해야 한다.
2015년 2월 13일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위원장 김제남·조승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