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 발표에 큰 의의 있으나 기존 정책의 반복에 그친 점 아쉬워
제 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올해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따라, 사상 첫번째 국가단위 포괄적 계획이 나온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청년 민간위원들의 참여로 계획안이 만들어졌다는 점 역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청년정책기본계획의 가장 중요한 기조는 ‘청년의 참여’였습니다. 각종 기구에 청년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설계한 것은 긍정적이나, 청년 참여의 범위를 행정기관의 위원회와 거버넌스로 한정하고 있는 점은 분명한 한계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참여의 핵심은 정치입니다. 행정 뿐 아니라 의회와 정당에서 청년이 참여하고 청년이 대변되는 정치를 만들 것인지에 관한 아주 중요한 내용이 본 계획안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하향과 선거운동보전비율 및 기탁금 조정, 청년정치발전기금 조성과 정당의 청년공천 의무화 등 청년을 정치주체로 세우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본계획 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기대는 컸으나, 계획안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기존의 정책을 재탕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일정정도 양적으로 확대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 계획안을 언급하며 “정부를 믿고 도전하라” 했지만, 그러기에는 부족한 계획안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긴급 대응 정책으로 55.5만 개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청년층이 겪고 있는 위기의 규모를 볼 때 충분한 숫자는 아닙니다. 청년창업 활성화 정책은 몇 해 동안 지속되어온 정책이고 필요한 정책이나, 대기업 지배구조 등 외적인 요인을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청년 비정형 노동정책으로 이미 국회에서 제도가 개정된 고용보험 적용대상 확대정책을 제시하였을 뿐,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형 노동자를 노동자의 범주에 포함하고 사업주들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게 하는 노동법 개혁 등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주거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본 계획에서 청년주택 27만 3천호를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지난 3월 정부는 청년 맞춤주택을 25년까지 35만호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으므로, 진전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학기숙사 확충 계획은 늘 발표되어왔지만 지지부진했는데, 기숙사 수용률 의무화 등 강력한 정책 집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입니다. 결국 빚으로 남게 될 전월세 대출 지원 확대보다, 직접적인 월세 지원이 청년들에게는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청년의 사회출발자산 형성 정책은 기존의 청년희망키움통장 및 내일키움통장 통합과 인센티브 제공을 추가하는 것에 그쳤고, 이마저도 그 대상이 10만 명에 불과합니다. 청년부채 경감 정책으로 저신용 청년 대상 자금 지원, 채무 상환유예기간 확대를 한 것은 잘 한 일이나, 청년부채 현실은 경감을 넘어 이자 면제와 탕감 정책까지 과감한 상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현재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의 성과가 청년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데는 실패해왔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작금의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발선의 격차와 청년 내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금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위기의 핵심은 불평등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수도권 청년과 비수도권 청년 간의 소득 격차를 비롯한 사회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소득층 위주로 한정해 시행하는 지원은 사각지대를 낳습니다. 지원정책은 보편화하되 소득과 사회문화적 불평등에 있어 청년 내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청년정책의 방향이 재설정되어야 합니다.
향후 청년정책기본계획을 실행함에 있어 정부가 청년정의당을 포함한 각 정당의 청년조직들과 협치의 정신으로 소통하여, 청년의 삶을 진정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 비전을 함께 세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0년 12월 24일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 강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