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부는 2020년 정부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피해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포용기반 확충 및 상생 공정 강화, 조세제도 합리화 등이 주요 개정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극심한 국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기조라고 본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분석한 결과 기조와 달리 내용적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확인했다. 과도한 감세 및 세제 지원으로 인한 공평?공정과세의 원칙 훼손, 금융소득세제 방안의 후퇴, 고용안정 장치의 폐지와 더불어 코로나19와 다양한 정책에 의해 증대되는 재정 수요에 대응하는 재원 확충 방안의 부재 등은 이번 세법 개정안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정의당은 이번 세법 개정안이 코로나19 피해 극복은 물론이고 세제 지원의 형평성과 공평?공정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세부 항목별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 재정수요에 대응하는 재원확충 방안의 부실
2020년 세법 개정안에서 재원확충 방안으로 제시된 항목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과 금융투자세제 시행(2023년),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주택 양도세율 인상 등이다. 종합부동산세율과 주택 양도세율 인상은 엄밀히 말해 재원확충 방안이 아니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임을 감안할 때 재원확충 방안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금융투자세제 시행뿐이라 해도 무방하다. 또한 다양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하거나 임대소득을 종합과세로 전환하는 등 기존 과세 방안의 합리적 변경 등의 내용도 볼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실감하였다. 이에 따라 복지, 고용 등 공공서비스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또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한국판 뉴딜 등에 따라 재정 확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재원확충 방안은 부실하다. 당장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데 제약으로 다가와 공공서비스의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축소의 우려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 고용안정 훼손하는 한국판 뉴딜 지원 세제
한국판 뉴딜을 위한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 투자’에 대해 일반 투자보다 높은 기본 공제율을 적용하면서도 ‘상시근로자수 유지’라는 기존 요건은 폐지하였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온당하다. 그리고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지면서 고용안정 장치를 폐지하는 것은 기업프렌들리로 볼 수 밖에 없다.
□ 그린뉴딜이 아닌 회색뉴딜의 지속을 위한 세제 지원
한국판 뉴딜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SOC에 투자하는 ‘공모 인프라 펀드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특례를 신설하였다. 한국판 뉴딜은 그린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축으로 이루어졌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회색뉴딜인 SOC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투자자에 대해 세제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SOC 민간사업자의 경우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사업비를 융자받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에 대해 세제 지원을 하는 것은 회색뉴딜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보여진다.
□ 공정과세의 원칙을 허무는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의 무력화
상장주식 등의 수익에 대해 5천만 원 기본공제는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공정과세의 원칙을 허무는 정책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6월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서 제시한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기준이 대폭 후퇴되었다. 손익통산, 이월공제 등의 제도가 활용될 경우 제도 개편으로 인한 과세대상자는 상위 2.5%에 그쳐 실익은 전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5천만 원 기본 공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와의 형평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현재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의 경우 2천만 원부터 종합소득의 과세 대상이 되는데 반해 금융투자세제의 경우 5천만 원까지 공제하는 것은 공평과세의 측면에서 불합리하다.
그리고 증권거래세는 당초 2022년 ~ 2023년까지 연차적으로 인하하고, 금융투자소득세제는 2022년 도입하는 것으로 되었었다. 그러나 세법 개정안에서 금융투자소득 세제는 2023년으로 1년 늦추었으며, 증권거래세 인하는 2021년으로 1년 앞당기는 등 상호 연계된 2개 세제의 시행시기를 불일치시킴으로서 세수가 축소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 공평과세의 원칙을 훼손하는 간이과세?납부면제 기준 완화는 한시 적용 필요
서민?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부가가치세 납부면제 기준금액은 3,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간이과세 제도는 영세사업자의 조세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불투명성을 조장하고,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있으며, 일반과세자와의 형평성 등의 문제로 인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단계적 축소와 폐지 주장이 비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피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개편안에 동의하지만 간이과세제도의 문제점 등을 감안할 때 한시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 종합부동산세의 토지에 대한 과세 강화가 필요
종합부동산세 세수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과세가 전혀 강화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토지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대폭 낮아지면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법인 보유 토지가 판교 면적의 1,000배, 여의도 면적의 3,200배 규모로 80%가 증가했다. 부동산 중 비주거용 건축물(상업용 건물)이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의 토지분 세율을 대폭 강화하고, 상업용 건물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포함 되어야 한다.
조세는 나라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늘 발표된 정부 세법 개정안은 그러한 의미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공정과세?공평과세라는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고 개정안 심사 임 할 것이다.
2020년 7월 22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원석)
(담당: 손종필 정책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