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터넷전문은행법 법사위 통과에 관한 입장
조금 전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재작년에 은산분리 원칙을 무너트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더니, 불과 1년 반 만에 금융회사가 재벌기업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더 활짝 열어준 것입니다.
너무나 유감입니다. 미래통합당이야 아무런 기대도 할 수 없다손 쳐도, 정부?여당이 경제민주화의 근간이 되는 금융건전성을 훼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참담한 마음입니다.
오늘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어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 배를 불리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를 하거나 협력업체를 착취하고 갑질을 한 기업에 국민들의 돈을 맡기라는 의미입니다.
논리도 궁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금융회사와 달리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니 범법 전력이 있어도 봐주자는 논리가 대한민국 입법부에서 통한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더구나 그런 산업자본의 특성 때문에 은산분리 원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재작년 은산분리 원칙을 허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유한국당(현재의 미래통합당)은 모든 산업자본에 은행 소유의 문을 열어주자고 했고, 정부?여당은 처음에는 재벌의 은행소유는 막고 ICT 기업에만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재벌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할 만한, ICT 기업’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결국 ‘재벌이어도 ICT 계열사에는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변명이 ‘소유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대주주 자격 규제를 강화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은행, 금융지주회사, 상호저축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적용받고 있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으면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요건을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적용하지 말자고 합니다. 결국 대주주 자격 규제도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재벌의 빗장을 풀어줄 것인지 라는 빗장마저 풀자는 것입니다.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밥먹듯이 바꿔 가면서까지 금융건전성을 굳이 훼손하려 하는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대주주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케이뱅크를 구제하려는 특혜 법안입니다. 재벌의 은행 소유를 위해 빗장을 풀어주는 법안입니다. 이번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또 어떤 빗장을 풀어주자고 할지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희생양은 국민들입니다.
내일 본회의에 이 법안이 상정될 예정입니다. 20대 국회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설 예정이지만, 안타깝게도 정의당의 의석수로는 법안 통과를 막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리당략을 두고는 극한 대립을 하다가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집단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한통속이 되는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구조, 올해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깨주시기 바랍니다.
2020. 03. 04
정의당 국회의원 추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