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일본의 수출규제를 핑계로 한 잘못된 규제완화를 반대한다
-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큰 노동.환경.산업안전 규제완화 재고해야
정부는 8월 5일 아베 내각의 반도체 3종 핵심소재 수출규제와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 등 일련의 경제도발에 대응하여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에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방안이 포함되는 등 그동안 정의당이 지적해온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조금이나마 반영되었다는 점에서는 다소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대책에 포함된 공정거래, 환경, 노동인력, 입지 분야에서의 규제완화는 일부는 시행과정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고, 일부는 그 문제가 심각하여 재고되어야 한다.
첫째 공정거래와 관련하여, 모든 계열사 간 거래를 부당 내부거래로 규제할 경우 대기업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투자를 저해할 소지가 있어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조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등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가 소수주주에게 손해를 주고 대주주의 불법 경영권 세습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부당 내부거래가 아닌 건전한 내부거래만 허용되도록 기준을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협동 연구개발의 유인을 제공하기 위하여 사전 인가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으나, 협동 연구개발이 공동행위를 위한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되지 않도록 전체 비용에서 협동 연구개발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등 공동행위 인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환경.산업안전과 관련하여,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및 기존 사업장의 영업허가 변경 신청, 화학물질 공정안전보고서 심사기간의 단축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필요할 수 있겠으나, 그 기간을 과도하게 짧게 할 경우 졸속심사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또한 국내 신규 개발된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물질은 물질정보 및 시험계획서 제출 시 한시적으로 조건부 先제조를 인정할 필요가 있겠으나, 최소한 판매 전에는 시험자료 제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야 한다. 아울러 연 1톤 미만의 신규 제조 또는 수입되는 수출규제 대응 물질의 등록 시 한시적으로 시험자료 제출을 생략하는 것은 비록 소량(?)일지라도 국민의 생명.건강.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노동과 관련하여, 특별연장근로 및 재량근로제는 사실상 노동시간 상한 없이 장시간 노동을 초래할 수 있는 제도이다. 특히 이들 제도를 시행하는 사업장이 노조가 없거나 무력한 경우에는, 과중한 업무가 부여되어 노동자가 만성야근.휴일근무에 시달리면서도 가산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소지가 농후하다. 따라서 이들 제도의 활용 계획은 재고되어야 한다.
넷째 입지와 관련하여, 필요시 수도권 산단물량을 추가 공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수도권 집중현상을 가중시켜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제도발이 잘못된 규제완화마저 합리화해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섣부르게 잘못된 규제완화를 할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대응을 통해 얻는 효과보다 공정거래.환경.노동자의 건강과 생산성.지역균형발전을 잃음으로 인해 얻는 피해가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들이 기업들의 무리한 ‘소원수리’를 일거에 들어주기 위한 핑계거리가 되어 잘못된 규제완화에 대한 책임을 면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도 절대 안 될 것이다.
2019년 8월 6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박원석) / 문의: 정책위원회(02-788-3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