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도급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근로자입니다.
한국장학재단의 갑질로 실직 위기에 처한 저와 제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한국 장학재단 콜센터는 2017년 3월 1일 이전에는 서울에서 1개의 센터로 통합 운영되다가 17년 3월 안양옥 전 이사장님 재임시 전국 권역 8개 지역으로 분산 오픈되어 운영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좀더 다가가는 현장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장지원센터가 개소되면서 그 산하에 콜센터도 설치 운영되었습니다.
1개로 통합 운영되던 콜센터를 8개로 나누다 보니 17년 3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의 혼란은 극심했습니다. 신입생 입학으로 업무량이 제일 많은 3월에 재단과 학생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했던 콜센터는 아무리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았고 달랑 업무교육 5일로 상담석에 앉은 신입 상담원들은 수많은 오상담과 미숙한 업무처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곧 상담센터의 오안내로 장학금 혜택을 못받는 학생들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으로 마주한 재단의 업무는 생소하고 어려웠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자료도, 업무를 보조해줄 선임 상담원도 없이 한콜 한콜 맨몸으로 부딪히며 구르고 깨진 경험들로 업무지식을 채워갔습니다.
타 콜센터에서 6개월이면 업무를 숙지했던 경력직 상담원들도 재단의 학기사업 특성상 2개 학기(1년)는 업무를 해야 웬만한 업무가 숙지되었고 4개 학기(2년) 정도를 일해야 숙련된 상담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을 고생해서 이제야 재단의 업무를 다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을 받아도 자신있게 안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재단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콜센터를 다시 3개센터로 통합하겠다고 합니다. 힘들게 고생하며 업무를 파악한 경력직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또 신입 직원을 뽑아 17년 3월과 같은 혼란을 야기하고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하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과연 재단이 주장하는 효율성 강화를 위한 방안입니까?
지난 2년간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의 처우는 열악했습니다.
같은 직종의 타 회사 대비 월급은 적었고 합법적인 최저 임금만 준수했을 뿐 복지는 전무했습니다. 콜 인입량이 많은 성수기에는 휴가도, 점심시간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고 쏟아지는 콜 인입에 성대결절이 올 정도로 일해야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와 제 동료들이 지금까지 일해올 수 있었던건 공공기관 콜센터라 기대할 수 있었던 고용 안정의 믿음이 있었고, 애띤 음성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학생들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녀를 교육하려고 애쓰는 학부모님들의 애틋한 마음이 진심으로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등록금을 걱정하며 어렵게 학교 다녀야했던 젊은 시절의 우리가 이제는 자녀의 학자금을 걱정하는 부모가 되었기에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4월까지 계약이 되어있으나 신입생 입학으로 1년중 제일 바쁜 3월 중순이 지나서야 이런 상황을 문자 그대로 통보받았습니다. 아무리 도급회사 직원이라지만 재단의 업무를 수행하며 한배를 탔다고 생각했던 우리 상담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재단의 어떤 부서, 어떤 직원도 우리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 공지된 새로운 상담센터 운영 사전공고로 상황을 알게되었고 그제서야 우리가 속한 도급회사에서 상황을 설명해주었으나 안타깝다는 변명뿐, 재단과 서로 책임 미루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보다 못한 직원 하나가 국민청원을 올리자 그제서야 재단은 각 센터별로 간담회를 하겠다며 폐소되는 센터를 차례로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라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일거라 기대했지만 재단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센터 폐소는 확정이고 재고의 여지는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하여 우리는 질문했습니다.
1. 센터를 3개 센터로 축소하면서 실적 상위센터가 아닌 서울, 광주, 대구 3개 센터로 통합하는 사유가 무엇인지?
2. 개소한지 2년만에 없앨거면 최초 8개 센터로 만든 목적은 뭔지?
3. 지역센터 운영의 비효율성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근거자료는 무엇인지?
( 외부 컨설팅을 의뢰했다고 하는데 그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4. 19년 4월에 폐소할 거면서 18년 11월, 12월에 왜 신입직원들을 충원했는지? ( 이때 입사한 직원들은 실업급여도 받지 못합니다.)
5. 2년만에 없앨 거면서 최초 입사 면접시 왜 오래 다닐 직원을 뽑는다며 면접을 진행하고 채용했는지?
6. 재단과의 계약만료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왜 미리 고지하지 않았는지?
우리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어딘지 모를 컨설팅 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고 지역센터 분산 운영이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센터를 3개로 통합하려 하나 그 3개 센터의 선정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제 살 깎아먹기이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2년만에 센터를 통합하게 된 것은 재단의 잘못이나 미안하고 송구할 뿐 이미 결정된 사항은 번복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새로 입찰하는 도급업체에 폐소하는 센터 직원들을 떠맡겨서 취업 알선을 해줄테니 일자리 안정화가 될거라고 합니다. 재단에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합니다.
지난 2년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쳤습니다.
한국장학재단 소속 직원이 아니나 한국장학재단으로 인입되는 모든 불만, 민원, 욕설, 비아냥거림 등을 그저 감내해야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최저 임금을 받는 도급업체 직원임에도 마치 공무원처럼 고객들에게 국민 세금으로 월급받으면서 그따위로 일한다는 불만에 그저 죄송하다고 고개숙여 빌어야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2년의 시간을 허비하였고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 및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서 나이만 먹었습니다. 수없이 두꺼운 책을 뒤지고 수많은 자료를 탐독하면서 노력했던 시간들만이 손때 묻은 책과 책상 가득 붙어있는 포스트잇으로 보잘 것 없는 훈장처럼 남았습니다.
한국 장학재단 이정우 이사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재단의 수익성 악화가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겁니까? 그 수익성 악화의 부분을 우리와 함께 의논해서 해결 할수는 없었습니까?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는 2년마다 없애고 다시 만들면 그만인가요? 재단의 법적인 책임만 없으면 되는겁니까?
19년 2월 19일 문재인 정부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를 더 많이, 더 좋게 만들겠다" 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차별과 편견없이 일할 수 있는 나라, 실직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될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장학재단은 잘못된 정책으로 2년만에 또 다시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부가 애기하는 실직할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나라의 청사진 입니까?
18년 8월 27일 이정우 이사장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공이 "불평등의 경제학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 분야를 평생 공부해 온 사람이라서 한국 장학재단의 이사장직에 딱 맞는다라고 애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사장님!!
재단에서 이렇게 많은 실직자를 양산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 세금으로 우리들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 보다 우리가 안정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타산지석이 아닐까요?
19년 1월 14일 영남일보에 기고하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국민은행의 파업을 언급하며 파업의 항의전화를 받은것은 연봉 9천만원의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연봉 2천만원이 안되는 외부 용역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들이라며 그 부조리함에 대해 지적하셨죠.
그렇습니다.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연봉 2천만원이 안되는 외부 용역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재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그 2천만원이 안되는 연봉도 받지 못하고 실직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재단의 정규직 직원이 회피하는 욕받이로, 민원창구로, 수많은 학생들과의 소통의 창구로 일해온 결과입니다.
폐소되는 센터의 직원들은 간담회를 마무리 하면서 한마음으로 재단에 2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센터 폐소 결정 번복과 이정우 이사장과의 면담입니다.
재단은 3/29일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하고는 3/26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3개 센터로 운영되는 새로운 도급업체 입찰공고를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8개 센터 모두 간담회를 진행 한 후 답변을 주겠다며 차일 피일 시간만 끌고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에 소리쳐봅니다.
우리는 센터 폐소 결정에 대한 번복을 요구합니다!! 이는 우리의 절실한 생존권입니다.
우리는 이정우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재단으로 쏟아지는 쓴소리들을 듣는 귀가 되었듯이 우리 목소리에도 귀기울여 주십시오.
우리가 실직해야만하는 명확한 기준과 해명을 요구합니다!! 이는 정당한 우리의 알 권리입니다.
50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면 단지 50명의 인생만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형제 자매이고, 남편과 아내, 또한 부모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한국장학재단에서는 단순히 수익성 악화라는 명목으로 나락으로 떠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직원들을 쉽게 채용하고 쉽게 실직자로 만들면서 수익성만 따지는 한국장학재단의 안일한 행정에 눈물로 책임을 묻고싶습니다.
한국장학재단 설립취지에 대해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인터뷰 대신, 정부의 말뿐인 고용안정화 대신, 진정으로 장학재단이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재단이라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갖고 있다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2년간 해온 노력들이 무의미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연봉 2천만원이 안되는 비정규직일지라도 우리에게는 생존이 달린 소중한 일자리입니다.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비정규직 근로자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