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사회적 대화기구는 신뢰형성이 우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핵심적 지렛대인 사회적 대화기구가 20여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온전한 의미의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구성이 이루어지지 못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민주노총은 어제(1.28)밤 늦게까지 이어진 토론 끝에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한국노총 역시 어제 오전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하였다.
한국노총은 어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대화 중단 이유를 지난 25일 열린 경사노위 전체회의에서 사용자측이 제시한 △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 단체협약 유효 기간확대 등 ILO 기준과도 무관할 내용일 뿐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어제 대의원대회의 토론내용을 살펴보면 한국노총이 지적한 문제와 함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정부주도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의 문제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최근의 일방적이고 후퇴된 노동정책에 대한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의 불신이 매우 컸기 때문에 경사노위 참여가 부결된 것이다.
OECD평균의 1/3 수준인 10%대에 불과한 노조조직률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사실상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전체 노동자의 5%에 불과한 대기업노조를 근거로 노동계 전체를 강성으로 몰고 가고 마치 노사관계 전체가 노동계로 기울고 있다는 주장은 수구보수정당과 언론의 오래된 가짜뉴스이며 악의적인 여론 프레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여당에 있다. 대통령의 선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대화기구 실무를 맡은 청와대와 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 내의 친기업적 노동관료들의 지속적인 갈등조장과 끊임없는 우클릭 노동정책 때문이다.
모든 대화는 상호간의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여부가 결정되는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참여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도 모자라는 상황에 노동계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사용자측에서 내놓도록 방치하였다. 또한 마치 그것을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가입 등 노동계의 일부요구와 거래할 수도 있다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노동계 내부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왔고 경사노위라는 사회적 대화 자체를 불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작은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민주노총은 비록 부결되었지만 현 집행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이번 대의원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상당할 정도의 인식변화를 이룬 것은 큰 진전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또한 아직은 탈퇴가 아니라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이라도 노동존중의 진정한 의미의 온전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원한다면 수구보수세력에 편승한 강성노조 프레임과 친기업적 노동정책에서 벗어나야한다.
또한 사회적 대화기구가 단순히 정부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형식적 도구라는 불신과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일방적인 의제설정과 진행을 중단하고 사전에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통한 의제설정과 회의 진행을 통해 노동계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거지는 것이 우선이다.
정의당은 ‘노동존중’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경사노위에 양대노총이 진정한 대화주체로 참여해서 ‘노조조직룰 20%’와 ‘ 상시업무의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 등 미조직 비정규직 등 소수와 약자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대화기구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2019년 1월 29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용신)
문의: 명등용 정책연구위원 (02-788-3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