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규제혁신 5법의 문제를 당당히 인정하는 게 책임정치입니다.
- 8월 28일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의 답변에 대하여 다시 한번 답합니다. -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8월 28일 제115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8월 24일 ‘규제혁신 5법에 대한 문제점 민주당은 정말 모르는가? 규제프리존법의 문제와 한계는 보완되지 않았고, 오히려 개악된 측면까지 있다’는 정의당 정책논평에 대해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은 ‘규제프리존법’의 독소조항을 대거 삭제한 안으로서 정의당의 지적은 대체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의당이 제기한 논점들에 대해, 정면으로 답하기보다 ‘대체로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는 게 정의당의 판단이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겠다.
첫 번째 쟁점, ‘규제의 원칙’
정의당은 규제프리존법과 규제혁신5법이 ‘규제 원칙’을 네거티브방식(제한하거나 금지하려는 사항을 열거하고 그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려는 것은 공통된 문제점인데, 규제혁신5법이 규제프리존법 보다 ‘규제 완화의 범위를 더욱 넓힌 것’이 더 개악된 것이라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은 규제프리존법은 ‘원칙허용.예외금지’에서 “다른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 또는 금지 사항을 제외”하고 허용하는 반면, 규제혁신 5법은 ‘우선허용.사후규제’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까지 삭제(정보통신융합법)해 가며 “누구든지 ...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여, 현행 법령을 위반하더라도 허용(실증을 위한 특례)할 수 있게 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민주당은 ‘국민의 생명ㆍ안전ㆍ환경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조문이 있으니 문제없다고 주장하였다. 현행 법률에서 제한 또는 금지하는 사항임에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사후약방문’보다 못한 조항이 있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동문서답을 하였다. 국민의 생명ㆍ안전ㆍ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전에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 기술 서비스를 활용(우선 허용)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ㆍ안전ㆍ환경을 ‘저해한 경우’ 사후에 제한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우려가 없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해도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규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선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면 된다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시 ‘규제의 원칙’에 대한 논점이다. 법률의 제한 또는 금지 사항 배제 여부 등 규제프리존법의 ‘원칙허용 예외금지’에 비해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의 ‘우선허용 사후규제’는, 규제완화의 범위를 더 좁힌 것인가 더 넓힌 것인가? 민주당이 이에 대해 답해주기 바란다.
두 번째 쟁점, ‘실증특례’
정의당은 규제프리존법과 규제혁신5법이 기업에게 ‘법령상의 기준이 없거나 불명확 또는 불합리한 경우(적용하는 것이 맞지 아니한 경우)’에 실증특례를 부여하는 것은 공통된 문제점인데, 규제혁신5법이 규제프리존법 보다 ‘규제 완화의 범위를 더욱 넓히고, 신청 요건을 낮춘 것’이 더 개악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은 첫째 규제프리존법은 다른 법률의 제한 또는 금지 사항은 안 되지만, 규제혁신 5법은 다른 법률의 제한 또는 금지 사항도 ‘실증을 위한 특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점, 둘째 규제프리존법의 ‘기업실증특례’는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실증된 경우를 승인요건(제한요건)으로 하지만 규제혁신 5법이 ‘실증을 위한 특례’는 안전성 검증은 승인요건(제한요건)이 아니라 심의 시 고려사항이라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은 실증특례의 결정 책임자를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한 점과 실증특례 부여 이후에도 중앙행정기관의 관리책임 등 사후 관리 조치를 근거로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조문을 보강하였다’고 답하였다. 여전히 규제혁신 5법이 다른 법률의 제한 금지 사항도 규제특례로 대상에 포함한 것과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된 경우가 승인요건(제한요건)이 아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심의 절차와 사후 관리를 강조할 뿐이다.
다시 ‘실증특례’에 대한 논점이다. 다른 법률의 제한 금지 사항도 규제특례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규제프리존법에 비해 규제 완화의 범위를 넓힌 건가, 좁힌 건가? 안전성 검증을 승인요건으로 하지 않은 것은 규제완화의 요건을 강화한 것인가, 약화한 것인가? 이것이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지점이다.
세 번째 쟁점, ‘개인정보 보호’
정의당은 규제프리존법과 규제혁신5법 모두 가명정보(다른 정보와 결합하지 않고서는 특정 개인을 알아 볼 수 없도록 한 처리한 개인정보. 즉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기술 서비스의 판매를 위해 정보주체인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수집, 이용,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 판단한다. 특히 정부가 본인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례로 주로 인용하는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2018.5.25. 시행)은 가명화된 정보라 해도 ①공익을 위한 기록보존 목적, ②과학이나 역사적 연구 목적, ③통계 목적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 법안의 문제점이 심각하다.
정의당은 여기에 더해 규제혁신5법은 규제프리존법보다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규제 특례를 더 폭 넓게 허용하고 있는 점에서 더 개악된 것이라 지적한 것이다. 그 이유는 규제프리존법은 자율주행자동차, 공개장소 영상정보, 사물인터넷 분야에 한해 일부 특례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규제혁신5법은 모든 신기술 분야에 대해 개인정보보호 3법 상 대부분의 핵심 규제 사항을 무력화하는 특례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정의당은 (민주당의) ‘비식별화’가 의미하는 것이 익명정보인지, 복원(재식별화)이 어려운 가명정보인지, 복원이 쉽게 가능한 가명정보인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단순 비식별 조치만을 규정하고 있는 규제프리존법과는 다른 것으로서, 정의당이 주장한 ‘복원이 불가능한 수준’의 정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답하고 있다.
복원이 쉽던, 어렵던, 불가능한 수준이든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가명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서비스 및 기술 제공 등 상업적 목적을 위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고, 규제혁신5법은 정도가 더 심하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우린 복원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명정보이니 문제 없다’식의 답변은 개인정보, 특히 가명정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온 ‘상당한 수준의 동문서답’이라 하겠다.
다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특례’에 관한 논점으로 돌아오면,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가명정보를 본인동의 없이 공익적 목적으로 벗어나 기술 서비스 제공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또한 규제프리존법과 달리 모든 신기술 분야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3법 상 대부분의 핵심 규제 사항에 대해 특례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규제완화 범위를 축소한 것이라 판단하는지? 이것이 민주당이 답해야 할 지점이다.
네 번째 쟁점, ‘특구의 특례 조항’
정의당은 민주당의 「지역특화발전특구에대한규제특례법전부개정법률안」의 ‘혁신특구’는 종전 ‘지역특구’에 대한 일반 규제특례를 ‘혁신특구’에도 확대 적용한 특례 35개 이외에도, ‘지역특구’에 대한 일반 규제특례에 없던 16개 규제특례를 신설한다는 점에서 규제프리존법의 독소조항이 일부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규제완화가 존치되었다는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세제 지원 등 규제특례는 수 많은 법에 존재하고, 기존 지역특구법에 존재하는 특례이기에 새로운 특례가 아니라 답변하였다.
그러나 기존 지역특구법의 ‘지역특구’에 관한 특례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기초자치단체 범위에서 특구신청을 하는 것이고, 민주당의 ‘혁신특구’는 광역단체 시도지사가 혁신특구를 신청하는 것으로 그 지역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혁신특구(광역단체 범위에서 지정될 수 있는) 특례가 지역특구(기초단체 범위에서 지정될 수 있는)에 있는 특례로 새로운 게 아니니 문제없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또한 ‘지역특구’에 없었던 16개 규제특례를 신설한 것에 대한 해명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정의당이 제기한 논점들에 대해, 정면으로 답하기보다 ‘대체로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했다는 게 정의당의 판단이다.
제대로 된 답변을 기대하며, 지금이라도 문제를 당당히 인정하는 게 책임정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건강.안전.환경 등을 위협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침해하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기득권을 타파하는 규제완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완화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정의당은 민주당에 제안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규제혁신 5법’과 관련하여 민주당과 정의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을 개최하자. 민주당의 ‘규제혁신’에 대한 정의당의 반론은 정쟁이나 말꼬리잡기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 안전이 걸린 문제이고 그 문제점이 심각하기 때문에, 교섭단체들의 주고받기 식 거래로 민주적 절차를 거쳤기에 정당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면, 국민의 힘이 얼마나 거대한 지,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소수정당인 정의당을 ‘패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패싱’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공개 토론 개최에 대한 민주당의 긍정적 답변을 기대한다.
2018년 8월 29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김용신)
(문의: 강훈구 정책연구위원 02-788-3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