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을 확대하여야
강훈구 정책연구위원(거시경제· 금융)
2017년 12월 13일
□ 현황
○ 공정위 TF는 중간발표(2017.11.12)에서 기도입된 하도급법, 가맹법, 대리점법 등의 대상 확대 방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공정거래법, 유통업법 등에 신규도입 방안을 복수안으로 제시하였으며, 내년 1월중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임.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악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를 전보하여 주는 것 이외에 추가로 징벌적 의미를 갖는 추가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악의적인 불법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손해배상 제도임.
- 징벌적 손해배상은 ① 대상행위가 일반 불법행위가 아닌 주관적 요건이 포함된 악의적인 불법행위이고, ② 배상되는 금액이 실손해액 이상의 금액이며, ③ 손해배상의 본래적 성격인 보상 또는 회복의 성격과 구별되는 억제, 예방 또는 제재의 성격을 갖는다는 특징이 있음.
- 본래 의미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 크기를 법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반면, 배액 손해배상(multiple damages) 제도는 배상액이 과도하지 않도록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일정배수 이하로 제한함.
○ 현재 우리나라는 하도급법, 기간제법, 파견법,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제조물책임법(2018년 4월 19일 시행예정) 등 총 9개 법률에서 배상액을 손해액의 3배 이내로 제한하는 배액 손해배상제도를 채택하고 있음.
□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찬성하는 논거
○ 손해배상에 있어서 법원이 명백한 손실의 수준에서 배상액을 결정하고 있고 금액으로 계량하기 어려운 위자료의 수준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워,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지 못하고 있음.
○ 공정거래위원회 등 공적기관이 경제법 관련 모든 불법행위에 대하여 피해자나 시민단체의 도움 없이 그 사실을 파악하고 경중을 가려 적절한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형사적 처벌만으로는 악의적인 행위를 충분히 방지하지 못함.
○ 일반집단소송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소액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게 되면 배상액이 가해자의 이익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져 손해배상소송이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적음
○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소액 피해자에게도 소송을 제기할 유인을 주고, 배상액이 가해자의 이익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시켜 줌
○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에게는 악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대가를 크게 하고, 피해자에게는 손해배상 청구 유인을 높임으로써 이들이 불법행위 억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
□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반대하는 논거
○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행 법체계에서도 실질적으로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는 것이 가능함
- 현행 공정거래법은 원고가 해당 사실의 성질상 손해액을 정확히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법원이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를 원고가 제출하는 경우, 법원은 그러한 증거 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액수를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법 제57조)
- 우리나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산정방법에 관하여 차액설이 판례의 입장임.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 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손해로 산정하며, 이는 기존의 이익이 상실되는 적극적 손해와 장차 얻을 수 있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소극적 손해를 포함함.
- 또한 불법행위법상 손해에 재산적 손해 외에도 비재산적 손해인 정신적 손해 또는 무형의 손해를 포함하고 있어 배상의 대상이 되는 손해의 개념이 포괄적임.
- 이에 더하여 무형의 손해에 대한 위자료와 불법행위일로부터 판결 전의 기간에 대한 이자도 손해액의 범위에 포함되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손해배상의 범위가 넓음.
- 만약 재산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손해액의 산정이 불가능하여 그 손해를 전부 배상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참작하여 위자료 액을 증액함으로써 손해를 전부 배상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는 것이 가능함.
- 법인의 경우에는 이론적으로 정신적 손해를 상정할 수 없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무형의 손해로서 배상할 수도 있음. 예를 들어 대법원은 분유회사가 경쟁회사를 비방 광고하여 경쟁회사의 사회적 평가가 낮아진 경우에 그 무형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음.
한국, 독일, 미국의 손해배상 범위 비교
손해의 유형 |
한국 |
독일 |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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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적 손해 |
적극적 손해 |
포함(통상손해 및 특별손해) |
포함 |
포함 |
소극적 손해 (일실이익의 손해 1)) |
포함(통상손해 및 특별손해) |
포함 |
포함 |
|
비재산적 손해 |
포함(특별손해) |
포함 |
불포함 |
|
간접구매자 손해 |
포함 |
포함 |
불포함 |
|
배제된 구매자 손해 (기회비용의 손해) |
포함 |
포함 |
불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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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전 이자 |
모든 기간 포함 |
모든 기간 포함 |
일부 기간만이 제한적으로 포함 |
주: 1) 일실이익이란 피해자가 장래 얻을 수 있었으나 불법행위로 인하여 얻지 못하게 된 이익.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다
쳐서 일을 못하게 된 경우 벌지 못하게 된 소득을 말함.
자료: 홍대식,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문”,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도입의 쟁점과 과제』, 한국경제연구원, 2016.10.26.
○ 배상액 산정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이 배심(법관)의 재량에 맡기게 됨.
- 형사적 처벌에 따른 벌금은 국가에 귀속되는 반면, 손해액을 초과하는 배상을 원고가 받게 된다면 부당이득에 해당됨. 이러한 원고의 부당이득의 가능성은 소송 남발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됨.
- 형사책임의 경우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구성요건과 법적인 결과를 명확히 규정하여야 하고, 형벌법규의 내용도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며, 유추해석이 금지되고,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 불리한 진술거부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이 보장됨.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보호장치가 결여되어 있음
○ 징벌적 손해배상의 목적은 가해자가 악의적으로 한 행위에 대하여 민사적으로 징벌을 가함으로써 가해자나 다른 이가 이와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민사와 형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는 실제 손해를 초과하는 배상과 형사적 처벌이 중복된다면 중복?과잉징벌이 되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됨
- 특히 추후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결합될 경우 기업이 거액의 배상을 감당하지 못하여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국가경제에도 손실을 끼치게 됨.
○ 우리나라의 손해액배상의 범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넓은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지 못하고 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위법행위와 손해의 인과관계에 대한 원고의 입증책임을 해석상 또는 입법상 완화하는 방법으로 배상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함.
□ 반대논거에 대한 재반론
○ 우리나라 법체계가 실질적으로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가와 실제로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고 있는가는 별개로, 실제로는 정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손해, 무형의 손해 등으로 인해 과소배상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피해자의 소송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임.
○ 우리나라는 opt-out 방식의 집단소송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아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피해자가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이 가해자가 얻는 이익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음
* opt out 방식이란 제외해달라고 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말함
○ 공정위, 검찰, 법원 등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형사적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음
○ 따라서 현 제도만으로는 가해자가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하지 않을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
○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은 일반 불법행위가 아니고 악의적인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선의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음
□ 결론
○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찬성하는 논거와 반대하는 논거 모두 논리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송 남발이 아니라 악의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할 유인이 충분하지 않아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이고, 악의적 불법행위가 충분히 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임.
○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의 확대는 소액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용을 증가시켜 소송의 유인을 크게 하고, 그 결과 불공정행위에 대한 억제 효과가 제고될 것임.
○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또는 확대 이후 소송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보다 악의적 행위를 방지함으로 인해 얻는 사회적 이익이 클 것임.
○ 이에 공정위 TF의 내년 1월중 최종보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기 도입된 법안에서 대상을 확대하고 미 도입된 공정거래법, 유통업법 등에도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되기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