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교육
  • 당비납부
  • 당비영수증
    출력
  • 당비납부내역
    확인

진보정치 4.0

  • [3기] 아카데미에는 왜 가게 되는 걸까? [3기 뉴스레터 / 이학선]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3기]
2학기-1주차 (이학선)

 0. 세상에 황금 같은 토요일 종일을 공부하며 다 보내고, 짧은 쉬는시간까지 쪼개가며 끊임없이 토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토익스터디도 아니고, 자소서를 첨삭 받는 것도 아니고, 학점을 높이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따는 것도 아니고, 코 앞의 생존에 하등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진보의 가치’ 이런거 가지고 막 온종일 씨름한다. 희한하다. 평일 내내 자기 앞에 놓인 삶의 과제들을 열심히 쳐내다 왔을텐데 지칠 법도 한데, 눈빛은 왜 맨날 초롱초롱한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3기가 2학기를 맞았다. 코로나 때문에 밀려서 방학도 줄었다던데 지난주 딱 한 주만 쉰게 얼마나 아쉽던지. 대구에 사는 내가 서울에 올라가려면 늦어도 3시간 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왜 오늘은 또 10시부터 수업을 하는건지. 6시 쯤 일찍 일어나 김밥 한 줄을 먹었다. 먹으면서 ‘아 오늘은 가지말까’ 생각했다. 시작할 때는 기대가 커서 몰랐고, 매주 갈때는 바빠서 몰랐는데 한번 쉬어보니 더 쉬고싶다. 교통비도 한두푼이 아니고, 거리도 멀잖아. 이번주는 어렵다 하면 되지. 명분은 충분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세수를 하고, 양말을 신고, 가방을 메고, 마스크를 썼다. 현관문을 열고, ‘아 맞다 택배 왔네.’ 운동화를 벗기는 귀찮으니 거실에 던져 넣어놓고 출발. 일련의 동작들이 기대와 달리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왜? 모르겠다. 그냥 희한한 사람들 오늘도 희한한가 궁금하기도 하고, 나만 안가려니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다 동대구역 도착. 열차에 몸을 싣는다. 서울로 올라가는 동안 박상훈 교수님의 ‘정당의 발견’을 읽었다. 강사님 접견을 앞두고 심화학습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건 아니고,,, 동구 청년 당원 독서모임에서 읽어 오라고 했다. 정의당은 나한테 뭘 자꾸 하게 만든다... 

 감동을 주고는 칭찬을 하게 만들고, 궁색한 해명과 변명을 하게도 만들고, 이렇게 공부도 하게 만들고. 떠나고 싶게도, 결코 떠나고 싶지 않게도 만들고 하여튼 애증 덩어리...


 

1. 서론이 길었다. 1주차 첫시간은 정치발전소 학교장 박상훈 선생님의 강의였다. 선생님은 민주주의에서의 정당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정파나 정당에 대해 너무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일관되게 부정적인 ‘파당, 파벌’과 정당을 동일시 한다. 통합, 일치가 항상 옳고 좋다고 믿는 반면 갈등과 균열을 이유불문 적대시한다. 

 하지만 정당은 본질적으로 갈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반드시 어떤 시민을 따로 대변한다. 모든 국민을 대변하는 정당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갈등은 나쁘다’라는 논리에 갇혀 허구적인 중립을 쫓고 있다. 교사가,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할 수 없는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누구나 어떤 이념의 영향 아래, 정파적 이해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처사다.

 한편 정당은 ‘파벌’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특정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익집단과 달리 정당은 자신이 대변하는 이들의 이익을 공익의 관점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정당정치가 중요하다. 지금의 국가는 고대 아테네가 아니다. 정당을 통하지 않는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의 주가 된다면, 여론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이 민주주의를 지배할 우려가 있다. 

 그사이 어떤 여론은 완전히 대변되지 못한다. 게다가 ‘여론’은 공익과 상관없이 존재한다.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여론’이나 ‘사익’은 구체적인 집권의지나 공정한 국가 경영에 대한 철학과 능력이 없다. 단지 자신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는 유능한 정당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도 여러 정당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추상적인 ‘여론’, ‘일반의지’ 따위가 반영하지 못하는 소외된 입장을 여러 정당이 각자 대변하면서, 갈등을 드러내고 싸우면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게 내가 강의를 통해 정리한 생각이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으면 좋겠다.


 

 2. 점심시간(우리반은 순대국을 먹었다. 국밥 최고)이라 부르고 토론시간이라고 읽어야 할 일정을 소화한 뒤, 두 번째 시간은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님의 강의였다. ‘광장의 정치, 정당을 만나다’라는 제목이었는데, 앞서 박상훈 교수님 강연이 정당과 민주주의와 같은 추상적이고 커다란 이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안진걸 소장님의 강연은 현장 밀착형의 경험 중심 이야기라서 조화로웠다.

 피피티를 켰는데 무슨 직함에 경험이 그렇게 많으신지 깜짝 놀라고 웃었다. 도착하시자마자 무슨 손피켓을 왕창 내려놓으시던데, 그걸로 한시간 얘기를 하셔서 이런 강연도 있구나 했다. 말씀은 주로 본인이 주창하신 ‘사소한 주장’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개방화장실을 확대 운영하라던지, 통신사 SMS 건당 요금을 10원 인하하라던지, 학자금대출 이자 면제라던지. 생활 밀착형의 제안을 굉장히 많이 하셨더라. 문자요금 10원 내리려고 5년을 싸우셨단다.

 왜 강사께서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치인들은 늘 민생을 말하지만, 대체로 그 내용은 기만적이다. 박영선은 ‘편의점 알바 체험’을 하고는 무인점포를 제안하고, 오세훈은 대학등록금 감액이 시장이 할 일이 아니라 한다. 소장님 이야기를 듣다보니, ‘민생을 생각한다’는 말의 무게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을 쫓으면서도 순간순간 실현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는게 정의당의 역할이고 진보정치인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강사님의 에너지가 정말 크다고 느꼈다. 진보정치가 됐든, 봉사 활동이 됐든, 시민 사회단체 활동이 됐든.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세상의 벽을 실감하면 할수록 비관이 가까워진다. 그럼에도 강사님은 긍정과 낙관을 잃지 않으면서, 진짜 꼭 한걸음씩 한걸음씩 멈추지 않았고 나아갔다는게 정말 닮고 싶은 점이었다. ‘일보전진 문명일진’ 그의 믿음을 나도 믿겠다.


 

 3. 사실 나는 세상을 비관하면서 정의당에 입당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옳은 상식이 왜 세상에서 당연하지 않느냐고 화를 냈었다. 물론 입당하면서는 정의당을 만나서 무력감이 희망이 되고, 공포가 용기가 됐다고 쓰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정의당의 비전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어서라기 보다는, 정의당이라도 없으면 내가 못견딜 것 같아서였다.

 물론 정의당을 통해 무력감이 희망이 되고 공포가 용기가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정의당이 꿈꾸는 세상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고 있지 않았더라. 불의의 벽은 견고하다면서 결론을 지어두고 생각했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은 위대하지만, 그럼에도 계란은 계란이고 바위는 바위라고 생각하는 이중적인 태도랄까.

 이론도 중요하고 정책도 중요하고, 당연히 당선도 되어야 하겠지만, 진보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낙관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기만적으로 ‘긍정의 힘’을 세 번씩 외치라는게 아니고) 세상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슴 깊숙한 곳에 언제나 지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4. 박지아 교육연수원장님이 오늘을 끝으로 연수원장의 역할을 마감하게 됐다. 당대표 사퇴 이후 6기 정무직 당직자의 임기가 마감되는데 따른 것이다. 아쉽다. 근데 나만 아쉬운게 아니고 원장님도 아쉬워하셔서 기뻤다.(?) 추천해준 책은 잘 읽을게요!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