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주거의 대명사로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의 약자)라고 불리는 옥탑방.
집주인이 햇살이 좋다면서 빨래를 들고 올라와서는 좀 널겠다는데...
내것인듯 내것아닌 내것같은 청년들의 옥탑라이프.
언제까지 아프니까 청춘이고, 열악하니까 청춘이어야 하는걸까요?
제보자의 제안으로 줌(Zoom)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02. 방말고 집에 살고 싶다 - 해발고도 50미터 무방비도시
Q. 원가족에서 독립해서 나오신 계기가 무엇일까요?
A. 가정 내 불화(심각한 가정폭력)로 인해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오셨나요?
A. 네. 급하게 나와서 통장 잔고가 3만원 정도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당시 재정 상태를 얘기해주세요
A. 그날 오늘 또 맞을 것 같아서 그날부터 집에 들어가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이니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고 생각되어서(몰랐습니다)
그리고 또 재정적인 게 준비가 안 되었던 이유는 문화예술인이어서 교통비도 겨우 확보할까 말까한 상황이었거든요.
Q. 그때가 언제였을까요
A. 제가 27살 때였고 지금 34살이니까 우와 벌써 7년 전입니다.
Q. 그때 어디에서 잠을 잤나요?
A. 친구 집이죠. 동료 배우의 집에서 잤습니다.
Q. 첫 집을 어떻게 구하셨을까요?
A. 파출어플이 있는데 홀서빙 주방보조 등. 배달 라이더들이 쓰는 어플이었는데 활성화 되면서 이 파트까지 되어 있더라구요.
공연예술인들은 일이 고정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일했다고 페이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무료로 일할 때가 많아요) 상황이 많아서
이걸 많이 써요. 유명해요 이 앱은.
Q. 착취인데요?
A. 대관료 빼고 뭐 그러다보면. 공연하는 곳 대관료랑 연습실 대관료랑 뭐 상황이 뻔하고
빚내서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최저시급 얘기 못해요.
Q. 그럼 4대 보험 같은 것도 안 되는 노동을 하면서 집을 구하신거네요?
A. 네. 보증금과 첫 달 월세를 내야 집을 구할 수가 있다고 했어요. 가스를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설치비를 내야 했어요.
Q. 네? 그걸 입주자가 낸다고요?
A. 아예 공간 그 자체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었고 월세랑 보증금이 싸서
제 상황에선 따지고 말고가 없고 너무 반가웠어요. 정말 그날 잘 곳이 없었으니까요. 신세 지는 것도 하루 이틀 이지.
Q. 더 이야기 해 주세요,
A. 보증금 200에 첫 월세 30과 아까 말한 설치비 그러니까 가스렌지랑 그런 것도 없어서 총 250만원이 필요해서
그걸 마련하기 위해 밤새 알바하고, 거의 식당에서 아침저녁으로 2-3시간 자고 일했어요.
일하는 곳에서 한 시간 쉬는 시간 주면 엎드려서 쓰러지듯 잤다가 일어나서 일했어요. 그렇게 그 돈을 마련했어요.
Q. 관리비는 얼마나 나왔나요.
A. 이게 문제인데. 오래된 옥탑방이었어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극단적인 날씨죠.
여름에는 작은 벽걸이 에어컨을 썼는데, 하루 종일 5만원이 나왔고,
중문이 있긴 했고 일하느라 집에 거의 없었어요.
겨울이 대박. 가스 사용료는 아껴도 8-9만원이 나왔어요.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 싶어서 너무 추워서 아 좀 사람답게 살자! 이러고 따뜻하게 쓰면 15만원이 나왔어요.
Q. (할말 잃음) 15만원이요? 한 달 동안 거의 찜질방에서 주무셨어도 되는 금액인데요? 세상에 공간 크기가?
A. 실제 크기는 5평정도 일 텐데 불법증축으로 화장실(샤워실 포함)10평?
Q. 사시면서 불편했던 건 있을까요?
A. 옥탑이니까 뭐. 농담이 아니라 그냥 뛰어서 다른 건물들 옥탑으로 갈 수 있었을 걸요?
해보지는 않았어요.
옥탑 사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다 알았어요.
옆 건물 옥탑에 할아버지가 사셨는데 가래 끓는 소리가, 창문을 열어두면 집, 아니지 방에서 다 들렸어요.
옥탑마다 마다 사람들 다~ 알아요. 얼굴
Q. 아이고.
A. 그리고 건물 사람들이 그리고(웃음. 해탈) ‘옆 건물’ 옥탑에서 담배를 피면 제 옥탑으로 다 넘어와요.
얼굴을 트면 좀 나을까 싶어서 인사 했는데 안 받아주시더라구요. 하아.
Q. 혹시 당시 그 집을 뭐라고 불렀을까요?
A. 땡(이름의 끝글자)텔’ 이요. 여성공연예술인들이 뭉쳐서 잤어요.
Q. 어? 안 좁으셨어요?
A. 아 공연예술인들 특히 연극계는 상황이 열악해서, (그 정도면)다들 좋아했어요.
다들 사람 종아리가 보이는 반지하에 많이 살아서. 옥탑은 해라도 잘 들어와서요.
Q. 아, 혹시 지옥고라고 들어보셨어요?(설명)
A. 몰랐는데, 이해되네요. 제가 집을 알아보면서 제일 이해가 안 갔던 게 고시원이었어요.
당시 보증금이 없거나 100만원짜리를 봤는데요.
보증금이 올라간다 해도 조건이 나아지지 않고, 월세가 제일 싼 게 28만원이었어요.
연극을 하다 보니 연습실 가는 교통비 생각해서 차라리 대학로 근처로 구하려고 했었는데.
Q. 옥탑이야기 더 해주세요.
A. 방충망이 오래되고 낡아서, 원래 샤시에 달려있는 방충망이 아니라. 어,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방충망을 제대로 설치 해 주신게 아니라, 철망?을 사서 피스로 박아서? 설치 해 주신 거라
틈이 많이 생겨서 고양이가 자꾸 탈출했어요.
아 이 얘기 꼭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 옥탑을 구할 때 꼭 옥상 단독사용과 다름없다~라고 말하고
삼겹살도 구워먹으라며 낭만적인 얘기 많이들 하시죠.
운동도 하고 해라 그래요. 그래요.
삽겹살 구워먹을 수 있고 운동도 할 수야 있어요.
그런데 자꾸 누가 올라와요.
Q.누가요?
A. 바로 아랫집에 건물주 부부가 사셨는데
하아,
신경 쓰지 말라면서 옥탑 앞에 텃밭을 하시더라구요? 옥상에서.
그걸 보러 수시로 올라오시고 빨래 엄청 하세요.
원래 1층 마당에서 하시던 분들이 민망해하시면서 은근히 이불 들고 올라오시더니
점령 하시더라구요.
‘햇볕이 좋아서 아가씨~’이러면서.
주인집이 시작하니까 다른 세입자 분들이 다 올라오시는 거예요.
하, 정말. 옥탑이라 열악해도 해 잘 들어오는 게 좋아서 참았었는데.
창을 다 들여다보시더라고요. 창을 열면, 사람들하고 얼굴을 마주쳐요.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
놀래죽는 줄 알았어요.
집에서 티는 입어도 브래지어도 안하고 있는 게 집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무방비상태에서 외부인들이 집을 대놓고 쳐다보고
심지어 갑자기 눈마주치면 말도 걸어서 황당하고 무섭고.
그분들 아마 집 구조 다 아실 걸요? 저는 대답안하고 어색하게 하하하 웃었는데.
Q.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네요. 창이 컸나 봐요?
A. 네. 아마 집에 계란 떨어진 것도 아실정도? 작잖아요. 집 자체도.
Q. 지금까지 말씀 해주신 것 보면 옥탑방에서 제일 불편했던 것은 관리비와 사생활. 이렇게 두 단어 요약이 되긴 하네요.
A. 맞아요, 아 이런 인터뷰할 때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예술인주택제도가 성북동에서 시작했는데 시도가 너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황당했어요.
Q. 어떤 점이요?
A. 천만원단위의 보증금이 들어가야 해요.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17만원 정도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LH에서 한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저는 신청자격이 되는데도 신청도 안했어요.
그 다음에 종로구 창신동에서 모집이 있었는데, 거긴 싸긴 했는데. 100만원 보증금에 20만원? 15만원?도 있어서 이거다 싶었는데 공동주택이더라구요. 일반인들도 공동주택에서 많이들 싸우는데 공연예술인들을 몰아넣는다? 공연예술인들은 알바나 공연연습시간이 엄청 불규칙해서 수면시간이 고정이 되지도 않아요. 그래서 티비에도 성공한? 연예인들이 예전에 힘들었던 시기 말할 때 많이 나오지만 원가족들과 살 때도 그런 불규칙적인 귀가 시간과 생활패턴으로 불화가 많이 생겨요. 다른 가족들 잠을 다 깨게 되거든요.
그래서 주거공간이 어느 정도 최소한의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좀 힘든 구조 같았어요.
방 자체가 엄청 작았어요. 너무너무 작았어요. 저렴한 고시원의 느낌.
차라리 살던 옥탑이 나았어요.
Q. 옥탑방 보다는 안전은 그곳이 나을 수도 있긴 한데. 어휴 쉽지 않네요. 그래서 그게 그거라고 조건들이 느껴지셨겠네요.
A. 네. 아 맞다 안전. 중간 문이 사실 일반 집 방문 같은 거라서 맘만 먹으면 그냥 세게 치면 밀리겠죠.
가끔 무서웠어요. 밖에서 싸우는 소리나 큰 소리 나면 각목 같은 거 주워서 방문 옆에 뒀어요.
그 옥탑에서 5년 정도 살았어요.
Q. 지금은 대략 어디 사셔요?
A. 충청도로 와서 살아요(호탕한 웃음).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이 가격대가 다르죠. 방이 많아요.(행복한 웃음)
방에 살던 제가 방이 세 개인 집에 삽니다. 200에 23만원이면 방이 세 개입니다.
Q. 지금 있는 곳은 생계유지가 되는 공연이 확보가 되나요? 다른 일자리는요?
A. 아 서울은 중고등학교에서 예체능 수업을 반기지 않아요.
그런데 이 지역은 문화소외지역이어서 문화예술에 대한 니즈가 많아서 학교 수업요청이 많았어요.
그게 계기가 돼서 왔는데 슬픈 건 코로나가 터져서 작년에 굶어죽는 줄 알았어요. 수업이 다 취소되었어요.
일자리 아니었으면 주거지를 옮길 엄두는 못 냈을 거예요.
지금도 동료들이 서울에 거의 있다 보니까 협업으로 뭔가를 하기는 힘들어요. 서울 많이 오고가야하긴 해요.
인프라가 많이 없어요. 제가 있는 곳은.
젊은이들이 있으려면 주거공간도 공간인데 문화적으로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곳은 농촌위주에요.
주민센터에서도 처음에 전입신고 할 때 질문이 결혼으로 왔는지나 공장취업으로 왔냐 귀농이냐 묻는 곳이에요.
아마 그 조건에 따라 돈이 지원되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 조건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어요.
Q. 정의당에 바라는 주거정책이 있다면요?
A. 보증금지원.
갚아줄 것도 아니면서 대출해준다는 것도 웃겨요. 대출로 생색내는 게 싫어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인 긴급융자의 경우는 등본상 모든 가족에게 동의서와 싸인을 받아와야 해요.
Q. 네? 가족에게요? 왜요?
A. 그러게요. 자괴감이 밀려온다고 다른 동료배우들도 비참하다고 말해요. 이자는 싸긴 해요.
동료예술인이 이걸 사용했는데, 엄마 아빠 그리고 추천인 2명의 싸인이 필요 했다고 해요.
Q. 추천인이 의무인가요?
A. 네. 두 명. 같은 예술인으로. 동료와 온가족에게 나 대출받는다고 까발려지는 기분인데 170만원 받았어요.
170만원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했대요. 무슨 감정으로 표현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Q. 시혜적네요.
A. 맞아요. 자괴감이 들죠. 이런 사례가 공유되니까 많이 신청 안 해요. 자꾸 신청하라고 공지가 뜨더라구요.
아 저는 신청 자격 안 될걸요? 신용등급? 이런 것도 까다로워요.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 말고 신용카드 많이 쓰고 그런 조건들이라고.
Q. 코로나 타격이 심하셔서 재정적으로 힘드실 텐데 그럼 지금 집은 어떠세요?
A. 그래도 여기는 협동조합식으로 되어있는 직장도 있어요. 그런데도 힘들어서 간간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데 낮에‘도’ 이상하게 취객들이 여자 혼자 일하면 들어와서 성희롱하니까 못 하겠더라구요.
코로나 방역단계가 몇 주, 몇 주 이렇게 예측불가능하게 되다보니까 정규직이나 뭔가 규칙적인 일자리를 못 잡고 주 단위로 일하는 곳을 급하게 찾아서 일하다보니 더 힘들긴 해요.
요즘은 공장에서 일해요. 집 자체는 서울에서 있을 때보다 아주 만족합니다. 가격도 그렇구요.
Q. 인터뷰 상세하게 너무 감사합니다. 더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1인가구청년도 넓은 집 살 줄 아는데, 넓은 집 살아야 친구 초대도 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할 생각도 하는데
닭장 같이 몰아넣고 애 낳으라고 하는 식 정책 안했으면 좋겠어요.
+ 다음 사진은 사연에서 언급된 방충망과 화장실 제보 사진입니다.
이것은 방충망인가 모기 전용출입구인가
화장실 겸 세탁실 겸 욕실
80년대 서울주거실상 영상자료가 아닙니다.
2021 지금, 청년들이 거주하는 서울의 옥탑방입니다.
#뜻밖의공중도시
#옥탑방은누구의공간인가
#방말고_집에_살고_싶다
#정의당청년주거캠페인
집주인이 햇살이 좋다면서 빨래를 들고 올라와서는 좀 널겠다는데...
내것인듯 내것아닌 내것같은 청년들의 옥탑라이프.
언제까지 아프니까 청춘이고, 열악하니까 청춘이어야 하는걸까요?
제보자의 제안으로 줌(Zoom)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02. 방말고 집에 살고 싶다 - 해발고도 50미터 무방비도시
Q. 원가족에서 독립해서 나오신 계기가 무엇일까요?
A. 가정 내 불화(심각한 가정폭력)로 인해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오셨나요?
A. 네. 급하게 나와서 통장 잔고가 3만원 정도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당시 재정 상태를 얘기해주세요
A. 그날 오늘 또 맞을 것 같아서 그날부터 집에 들어가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이니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고 생각되어서(몰랐습니다)
그리고 또 재정적인 게 준비가 안 되었던 이유는 문화예술인이어서 교통비도 겨우 확보할까 말까한 상황이었거든요.
Q. 그때가 언제였을까요
A. 제가 27살 때였고 지금 34살이니까 우와 벌써 7년 전입니다.
Q. 그때 어디에서 잠을 잤나요?
A. 친구 집이죠. 동료 배우의 집에서 잤습니다.
Q. 첫 집을 어떻게 구하셨을까요?
A. 파출어플이 있는데 홀서빙 주방보조 등. 배달 라이더들이 쓰는 어플이었는데 활성화 되면서 이 파트까지 되어 있더라구요.
공연예술인들은 일이 고정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일했다고 페이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무료로 일할 때가 많아요) 상황이 많아서
이걸 많이 써요. 유명해요 이 앱은.
Q. 착취인데요?
A. 대관료 빼고 뭐 그러다보면. 공연하는 곳 대관료랑 연습실 대관료랑 뭐 상황이 뻔하고
빚내서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최저시급 얘기 못해요.
Q. 그럼 4대 보험 같은 것도 안 되는 노동을 하면서 집을 구하신거네요?
A. 네. 보증금과 첫 달 월세를 내야 집을 구할 수가 있다고 했어요. 가스를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설치비를 내야 했어요.
Q. 네? 그걸 입주자가 낸다고요?
A. 아예 공간 그 자체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었고 월세랑 보증금이 싸서
제 상황에선 따지고 말고가 없고 너무 반가웠어요. 정말 그날 잘 곳이 없었으니까요. 신세 지는 것도 하루 이틀 이지.
Q. 더 이야기 해 주세요,
A. 보증금 200에 첫 월세 30과 아까 말한 설치비 그러니까 가스렌지랑 그런 것도 없어서 총 250만원이 필요해서
그걸 마련하기 위해 밤새 알바하고, 거의 식당에서 아침저녁으로 2-3시간 자고 일했어요.
일하는 곳에서 한 시간 쉬는 시간 주면 엎드려서 쓰러지듯 잤다가 일어나서 일했어요. 그렇게 그 돈을 마련했어요.
Q. 관리비는 얼마나 나왔나요.
A. 이게 문제인데. 오래된 옥탑방이었어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극단적인 날씨죠.
여름에는 작은 벽걸이 에어컨을 썼는데, 하루 종일 5만원이 나왔고,
중문이 있긴 했고 일하느라 집에 거의 없었어요.
겨울이 대박. 가스 사용료는 아껴도 8-9만원이 나왔어요.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 싶어서 너무 추워서 아 좀 사람답게 살자! 이러고 따뜻하게 쓰면 15만원이 나왔어요.
Q. (할말 잃음) 15만원이요? 한 달 동안 거의 찜질방에서 주무셨어도 되는 금액인데요? 세상에 공간 크기가?
A. 실제 크기는 5평정도 일 텐데 불법증축으로 화장실(샤워실 포함)10평?
Q. 사시면서 불편했던 건 있을까요?
A. 옥탑이니까 뭐. 농담이 아니라 그냥 뛰어서 다른 건물들 옥탑으로 갈 수 있었을 걸요?
해보지는 않았어요.
옥탑 사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다 알았어요.
옆 건물 옥탑에 할아버지가 사셨는데 가래 끓는 소리가, 창문을 열어두면 집, 아니지 방에서 다 들렸어요.
옥탑마다 마다 사람들 다~ 알아요. 얼굴
Q. 아이고.
A. 그리고 건물 사람들이 그리고(웃음. 해탈) ‘옆 건물’ 옥탑에서 담배를 피면 제 옥탑으로 다 넘어와요.
얼굴을 트면 좀 나을까 싶어서 인사 했는데 안 받아주시더라구요. 하아.
Q. 혹시 당시 그 집을 뭐라고 불렀을까요?
A. 땡(이름의 끝글자)텔’ 이요. 여성공연예술인들이 뭉쳐서 잤어요.
Q. 어? 안 좁으셨어요?
A. 아 공연예술인들 특히 연극계는 상황이 열악해서, (그 정도면)다들 좋아했어요.
다들 사람 종아리가 보이는 반지하에 많이 살아서. 옥탑은 해라도 잘 들어와서요.
Q. 아, 혹시 지옥고라고 들어보셨어요?(설명)
A. 몰랐는데, 이해되네요. 제가 집을 알아보면서 제일 이해가 안 갔던 게 고시원이었어요.
당시 보증금이 없거나 100만원짜리를 봤는데요.
보증금이 올라간다 해도 조건이 나아지지 않고, 월세가 제일 싼 게 28만원이었어요.
연극을 하다 보니 연습실 가는 교통비 생각해서 차라리 대학로 근처로 구하려고 했었는데.
Q. 옥탑이야기 더 해주세요.
A. 방충망이 오래되고 낡아서, 원래 샤시에 달려있는 방충망이 아니라. 어,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방충망을 제대로 설치 해 주신게 아니라, 철망?을 사서 피스로 박아서? 설치 해 주신 거라
틈이 많이 생겨서 고양이가 자꾸 탈출했어요.
아 이 얘기 꼭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 옥탑을 구할 때 꼭 옥상 단독사용과 다름없다~라고 말하고
삼겹살도 구워먹으라며 낭만적인 얘기 많이들 하시죠.
운동도 하고 해라 그래요. 그래요.
삽겹살 구워먹을 수 있고 운동도 할 수야 있어요.
그런데 자꾸 누가 올라와요.
Q.누가요?
A. 바로 아랫집에 건물주 부부가 사셨는데
하아,
신경 쓰지 말라면서 옥탑 앞에 텃밭을 하시더라구요? 옥상에서.
그걸 보러 수시로 올라오시고 빨래 엄청 하세요.
원래 1층 마당에서 하시던 분들이 민망해하시면서 은근히 이불 들고 올라오시더니
점령 하시더라구요.
‘햇볕이 좋아서 아가씨~’이러면서.
주인집이 시작하니까 다른 세입자 분들이 다 올라오시는 거예요.
하, 정말. 옥탑이라 열악해도 해 잘 들어오는 게 좋아서 참았었는데.
창을 다 들여다보시더라고요. 창을 열면, 사람들하고 얼굴을 마주쳐요.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
놀래죽는 줄 알았어요.
집에서 티는 입어도 브래지어도 안하고 있는 게 집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무방비상태에서 외부인들이 집을 대놓고 쳐다보고
심지어 갑자기 눈마주치면 말도 걸어서 황당하고 무섭고.
그분들 아마 집 구조 다 아실 걸요? 저는 대답안하고 어색하게 하하하 웃었는데.
Q.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네요. 창이 컸나 봐요?
A. 네. 아마 집에 계란 떨어진 것도 아실정도? 작잖아요. 집 자체도.
Q. 지금까지 말씀 해주신 것 보면 옥탑방에서 제일 불편했던 것은 관리비와 사생활. 이렇게 두 단어 요약이 되긴 하네요.
A. 맞아요, 아 이런 인터뷰할 때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예술인주택제도가 성북동에서 시작했는데 시도가 너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황당했어요.
Q. 어떤 점이요?
A. 천만원단위의 보증금이 들어가야 해요.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17만원 정도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LH에서 한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저는 신청자격이 되는데도 신청도 안했어요.
그 다음에 종로구 창신동에서 모집이 있었는데, 거긴 싸긴 했는데. 100만원 보증금에 20만원? 15만원?도 있어서 이거다 싶었는데 공동주택이더라구요. 일반인들도 공동주택에서 많이들 싸우는데 공연예술인들을 몰아넣는다? 공연예술인들은 알바나 공연연습시간이 엄청 불규칙해서 수면시간이 고정이 되지도 않아요. 그래서 티비에도 성공한? 연예인들이 예전에 힘들었던 시기 말할 때 많이 나오지만 원가족들과 살 때도 그런 불규칙적인 귀가 시간과 생활패턴으로 불화가 많이 생겨요. 다른 가족들 잠을 다 깨게 되거든요.
그래서 주거공간이 어느 정도 최소한의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좀 힘든 구조 같았어요.
방 자체가 엄청 작았어요. 너무너무 작았어요. 저렴한 고시원의 느낌.
차라리 살던 옥탑이 나았어요.
Q. 옥탑방 보다는 안전은 그곳이 나을 수도 있긴 한데. 어휴 쉽지 않네요. 그래서 그게 그거라고 조건들이 느껴지셨겠네요.
A. 네. 아 맞다 안전. 중간 문이 사실 일반 집 방문 같은 거라서 맘만 먹으면 그냥 세게 치면 밀리겠죠.
가끔 무서웠어요. 밖에서 싸우는 소리나 큰 소리 나면 각목 같은 거 주워서 방문 옆에 뒀어요.
그 옥탑에서 5년 정도 살았어요.
Q. 지금은 대략 어디 사셔요?
A. 충청도로 와서 살아요(호탕한 웃음).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이 가격대가 다르죠. 방이 많아요.(행복한 웃음)
방에 살던 제가 방이 세 개인 집에 삽니다. 200에 23만원이면 방이 세 개입니다.
Q. 지금 있는 곳은 생계유지가 되는 공연이 확보가 되나요? 다른 일자리는요?
A. 아 서울은 중고등학교에서 예체능 수업을 반기지 않아요.
그런데 이 지역은 문화소외지역이어서 문화예술에 대한 니즈가 많아서 학교 수업요청이 많았어요.
그게 계기가 돼서 왔는데 슬픈 건 코로나가 터져서 작년에 굶어죽는 줄 알았어요. 수업이 다 취소되었어요.
일자리 아니었으면 주거지를 옮길 엄두는 못 냈을 거예요.
지금도 동료들이 서울에 거의 있다 보니까 협업으로 뭔가를 하기는 힘들어요. 서울 많이 오고가야하긴 해요.
인프라가 많이 없어요. 제가 있는 곳은.
젊은이들이 있으려면 주거공간도 공간인데 문화적으로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곳은 농촌위주에요.
주민센터에서도 처음에 전입신고 할 때 질문이 결혼으로 왔는지나 공장취업으로 왔냐 귀농이냐 묻는 곳이에요.
아마 그 조건에 따라 돈이 지원되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 조건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어요.
Q. 정의당에 바라는 주거정책이 있다면요?
A. 보증금지원.
갚아줄 것도 아니면서 대출해준다는 것도 웃겨요. 대출로 생색내는 게 싫어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인 긴급융자의 경우는 등본상 모든 가족에게 동의서와 싸인을 받아와야 해요.
Q. 네? 가족에게요? 왜요?
A. 그러게요. 자괴감이 밀려온다고 다른 동료배우들도 비참하다고 말해요. 이자는 싸긴 해요.
동료예술인이 이걸 사용했는데, 엄마 아빠 그리고 추천인 2명의 싸인이 필요 했다고 해요.
Q. 추천인이 의무인가요?
A. 네. 두 명. 같은 예술인으로. 동료와 온가족에게 나 대출받는다고 까발려지는 기분인데 170만원 받았어요.
170만원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했대요. 무슨 감정으로 표현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Q. 시혜적네요.
A. 맞아요. 자괴감이 들죠. 이런 사례가 공유되니까 많이 신청 안 해요. 자꾸 신청하라고 공지가 뜨더라구요.
아 저는 신청 자격 안 될걸요? 신용등급? 이런 것도 까다로워요.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 말고 신용카드 많이 쓰고 그런 조건들이라고.
Q. 코로나 타격이 심하셔서 재정적으로 힘드실 텐데 그럼 지금 집은 어떠세요?
A. 그래도 여기는 협동조합식으로 되어있는 직장도 있어요. 그런데도 힘들어서 간간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데 낮에‘도’ 이상하게 취객들이 여자 혼자 일하면 들어와서 성희롱하니까 못 하겠더라구요.
코로나 방역단계가 몇 주, 몇 주 이렇게 예측불가능하게 되다보니까 정규직이나 뭔가 규칙적인 일자리를 못 잡고 주 단위로 일하는 곳을 급하게 찾아서 일하다보니 더 힘들긴 해요.
요즘은 공장에서 일해요. 집 자체는 서울에서 있을 때보다 아주 만족합니다. 가격도 그렇구요.
Q. 인터뷰 상세하게 너무 감사합니다. 더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1인가구청년도 넓은 집 살 줄 아는데, 넓은 집 살아야 친구 초대도 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할 생각도 하는데
닭장 같이 몰아넣고 애 낳으라고 하는 식 정책 안했으면 좋겠어요.
+ 다음 사진은 사연에서 언급된 방충망과 화장실 제보 사진입니다.
이것은 방충망인가 모기 전용출입구인가
화장실 겸 세탁실 겸 욕실
80년대 서울주거실상 영상자료가 아닙니다.
2021 지금, 청년들이 거주하는 서울의 옥탑방입니다.
#뜻밖의공중도시
#옥탑방은누구의공간인가
#방말고_집에_살고_싶다
#정의당청년주거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