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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의당 부문게시판

  • [정신건강위원회] [칼럼] 청년 여성의 자살률 급증, ‘비명’에 대한 ‘응답’이 필요하다.


 최근 20대 여성들의 자살률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한겨레> 젠더미디어 ‘슬랩’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3005명으로 전년 대비 32.1%가 증가했다. 그리고 20대 여성 자살사망자는 296명으로 전년 대비 43%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의 한국 자살률 통계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추이와 비교해봤을 때, 외면할 수 없는 ‘비명’과도 같다. 이에 20대 여성 자살률 완화 및 예방을 위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동시에, “남성 자살자 수가 더 많다. 왜 여성만 도와주려 하느냐”는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20대 여성의 자살률 급증은 계층, 세대, 젠더, 노동 등 사회의 여러 층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청년들은 취업난·비정규직으로 인한 노동 불안, 낮은 소득으로 인한 경제빈곤, 폭등하는 집값·전세난으로 인한 불안정한 주거상태, 코로나 팬데믹·기후 위기 등 ‘불안’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있다. 즉 사회가 청년에게 요구하는 과업을 달성할 수 없는 상태로 사회적 무게감만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2-3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며 연령대별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20대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성 청년의 경우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 짙다. 과거에 비해 대학진학률 등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는 높아졌으나, 성별임금 격차, 가사·양육의 부담, 성희롱·성폭력 노출위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차별이 지속되고 있으며, 디지털성폭력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20대 여성 자살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청년문제, 노동문제, 젠더차별을 아우른다는 것이다. 중층적인 위기에 빠진 개인의 어려움을 ‘젠더 갈등’으로 부추기는 방식은, 문제의 핵심을 은폐시키며 해결 과정을 늦출 뿐이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청년 여성의 자살문제가 가시화되기 전부터 청년 여성들의 정신건강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피부로 느꼈다. ME TOO의 영향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함에 따라 도움을 받기 위해 정신과 및 정신건강상담 서비스에 유입되는 비율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궁극적인 해결책 없이 반복되는 혐오와 폭력은 당사자를 비롯하여 도움을 제공하는 실무자에게 무기력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즉 정신건강문제와 젠더의 문제는 여러 지점에서 교차하고 있으나, 이를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정 사회, 특정 시기에 급증한 자살률은, 명백한 사회구조적 문제다. 자살률은 정신건강영역의 문제이면서 정치적 문제이고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한국은 10년이 넘도록 OECD 국가 자살률 1,2위를 앞 다투고 있다. 이는 자살문제에 대한 공공의 개입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20대 여성 자살문제에 대한 접근을 사회구조로 인한 폭력을 개인이 홀로 감당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공공의 ‘응답’이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실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국 20대 여성‘만’을 위한 자살예방이 아닌, ‘모두’의 자살예방인 것이다.


 
2021년 5월 22일
청년정의당 정신건강위원회 운영위원 강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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