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노동자는 악당도 조폭도 아닙니다. 그저 노동자입니다 [이재랑 대변인]
일시: 2023년 1월 27일 (금) 13:40
장소: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법무부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 보고에서 “이익 집단의 조직적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사실상 노동조합의 집단행동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익 집단의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한 예시로 “법 원칙 앞에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들며 화물연대와 노동조합을 매도하는 행위를 이어갔습니다.
현장에서 횡령, 사기 등의 범죄가 있다면 바로 잡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법무부가 근절하겠다는 “산업 현장에 만연한 채용 강요, 금품 갈취, 공사 방해”등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건설 현장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법상으로는 2단계 초과 하도급을 못 하게 되어 있지만, 현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청으로 내려올수록 중간착취는 만연해집니다. 안전 관리의 책임자는 모호해집니다. 산재가 발생해도 임금이 떼여도 책임지는 주체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분야 노조들은 건설사에 일종의 근로 제공 계약을 요구하는 겁니다. 임금이 떼이지 않도록 명확한 계약 주체를 세우고, 공사하는 동안에라도 채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협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실업과 단기간 취업을 반복하는 건설노동자의 특성상 노동조합이 이들의 채용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상적인 단체교섭의 일환입니다. 노조법에 따라 보장되는 타임오프를 건설 현장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니 며칠 치의 임금을 지급하는 게 단체 협약의 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순식간에 ‘채용 강요’, ‘금품 갈취’로 불리며 근절해야 할 불법 행위가 되었습니다. 임금 체불 방지와 안전 보장을 위한 노동자들의 요구도 그저 명분 없는 ‘공사 방해’처럼 매도되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만연한 비리는 결국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때리기에만 골몰합니다. 정부가 손 놓은 동안 노동조합이 한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쉬운 해고를 줄였습니다. 8시간 노동을 요구했습니다. 산재와 산재 은폐를 줄였습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게 했습니다. 안전보호장구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임금 체불을 줄였습니다. 관리자 폭언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추가, 야근 등 공짜 노동을 줄였습니다.
노동조합은 어디 영화에 나오는 악당 집단이 아닙니다.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일하는 우리의 부모, 형제, 이웃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악당은, 진짜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으면서 제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동조합 때려잡기에만 골몰하는 대통령과 정부입니다. 심지어 자신이 악당이면서도 다른 이를 악당으로 몰아붙이는, 치졸하기가 그지없는 악당입니다.
정부가 정말로 산업 현장의 비리를 척결하고 싶다면, 만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때려잡으십시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금지시키고, 중간 착취 없이 원청과 노조가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하십시오. 근로기준법을 모든 현장에 적용토록 하십시오. 노동자는 악당도 조폭도 아닙니다. 그저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알면서 방관하는 대통령과 정부, 그들이 진짜 악당이자 조폭입니다. 정의당은 노동자 때려잡는 조폭 정부의 행보를 결단코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2023년 1월 27일
정의당 대변인 이 재 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