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 안 되는 법’, ‘대학생활 인간관계 팁’
올해 초에는 이러한 제목의 글들이 SNS 타임라인을 뒤덮었다. 학생들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희화화하는 신조어들도 범람한다. ‘무리와 섞이지 못하고 밖으로만 겉도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인 ‘아싸’의 경우 엄밀히 말해 신조어는 아니다. 이에 대응하는 말인 ‘인싸(학교생활을 폭넓게 하면서 교우 관계가 원만한 이들을 일컫는 말)’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겼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싸’는 2017년 초부터 검색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구글 트렌드’로 확인한 ‘인싸’에 대한 2004년부터 현재(2017.03.28.)까지의 검색량 그래프. ⓒ 강승민 기자
‘아싸’와 ‘인싸’, 상반된 대학 내 인간관계 양상 보여줘
‘우정’의 자리 꿰찬 ‘인맥 쌓기’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도 ‘아싸’나 ‘인싸’에 대한 글이 하루에 대여섯 건 이상씩 올라오는 등 대학생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폭발적이다.
뿐만 아니라 취업과 입시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펙 쌓기’가 인간관계의 영역에까지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학생회, 동아리, 소모임과 리더십 캠프 등을 통한 ‘인맥 쌓기’가 그것이다. 이에 따른 피상적인 관계 형성과 교류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실정이다.
학생사회 일 많이 하면 ‘인싸’
대학 내 인간관계 긍정적 측면 많아
실제 대학생활 속에서 대인관계로 인한 고충은 어떠한 양상으로 발생하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 군(18)은 본인은 ‘인싸’에 해당된다며, “보통 동아리나 자치기구 등 학생 사회 일에 다수 참여하는 부류는 인싸라고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30명에 가까운 인원이 속해있는 한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군은 과거 선거관리위원으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며, 일 처리의 미숙함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다수의 지적을 듣고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경험이 결과적으로 타인들과 유연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공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대학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기 힘든 것 사실
유교적 상하관계와 체면 중시 문화, 책임 없다고 단정 못해
이군 은 대학에서의 인간관계가 단순 인맥 쌓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과거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웠던 점들이 현재에 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적 압박이나 주변 분위기 때문에 심한 고충을 느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군은 “대학에서는 고등학교나 중학교 때보다 친구들과 친해지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서로 특별히 볼 일이 없으면 안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군은 그 원인으로 서로 간에 철저히 나이를 따지는 수직적 문화, 존댓말 전통, 함께 오래 있지 못하는 대학 자체의 구조적 특성을 꼽았다. 그는 상하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적 관습과 이러한 현상들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 찾지 못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감추는 분위기 싫어
올해 대학에 입학한 정군(18)은 대학에 와서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친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맥을 쌓기 위해, 친구를 만들기 위해 동아리도 나가봤지만 고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지금은 자주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대학에서 만난 이들은 ‘사회적 가면’을 쓴 채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는, 허물없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정 군은 이러한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현실을 개탄했다.
작은 실수로 사람 재단하는 경향 강해 남을 의식하게 돼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 대인관계 불안에 기름 부었다
그는 “대학에서는 다들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는 것 같다. 서로 친해지려면 어느 정도 허술한 면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말실수, 행동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고 무시하는 듯 한 분위기가 인간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의 인간관계 고충은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기질이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정 군. 그는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을 아니꼽게 보는 풍토를 언급하며, “혼자 밥 먹는 것 자체는 상관없지만, 나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두렵다”고 말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사람들과 항상 함께하고, 같은 행동을 해야 안심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한 문화를 지적한 것이다.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의 변화,
급격한 변화 속에 나타난 인간에 대한 그리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최근 증가한 인간관계 문제의 원인을 사회 분위기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의 경우 지금보다 더 집단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경향이 심했다.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것”이라고 지적하며 “여기에 경제 문제 등 삶의 고단함이 겹쳐 훨씬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적인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같은 집단에 속함으로써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보전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사회가 변해도 그러한 것들에 대한 갈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소위 ‘인싸’가 되고 싶다거나 나는 ‘아싸’라서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독립적인 삶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인정을 받고 기쁨을 느끼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며 “적당한 수준에서 두 가지 가치를 만족을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
날카로운 잣대나 이기심보다 공감과 관용이 필요한 때
모두가 정치, 경제, 사회의 위기를 말하는 시기다. 인간관계는 정치, 경제, 사회를 단단하게 받치는 힘이자, 이들을 묶는 끈이다. 오직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할 때, 신뢰는 회복되고 대인관계 스트레스는 가라앉을 것이다.
청년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갈수록 쌓여가는 지금. ‘저 사람은 이러이러해서 내 곁에 둘 수 없어’, ‘아싸가 안되려면 친하게 지내야 돼’, ‘저 애는 사귀어 두면 도움이 될 거야’라는 합리성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가 필요한 때다.
미래정치센터 4기 강승민 기자(yrt1489@naver.com)
출처: http://future-view.tistory.com/717 [미래정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