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당시의 삶, 당신의 삶-나, 활동가, 노동자, 두번째 이야기-, 서진석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당시의 삶, 당신의 삶>
- 나, 활동가, 노동자. 두 번째 이야기

*본 연재기사는 1980년대 운동부터 지금까지 활동 하고 있는 ‘활동가’와 201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활동가’의 생애를 통해 사회 변화에 자신의 삶을 투신하는 이들의 고민과 삶을 담으려 합니다.
 
세상을 뒤엎을 ‘사고체’
‘엄살 부리는 청년들’
‘정시 출퇴근’은 전근대적 사고방식...

 
1980년대부터 서울과 울산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온 50대 남성을 만났다. 그는 1980년대 서울 S대학교에서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운동에 전념하느라 졸업을 마치지 못한 채, 울산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와 당시 운동가의 삶, 지금 함께 일하는 ‘젊은 활동가’의 삶 그리고 작금의 활동가의 노동 현실 및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파출소를 불태워라!

S :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분야의 운동을 이어오고 있으신데, 본인이 운동을 하던 때와 지금의 활동가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세요?
K : 아마 ‘30대 초반의 젊은 활동가’ 하면 웃기다고 생각할 거다. 근데 정당이든 시민단체든 지역에 내려오면 30대 초반만 되도 매우 젊은 활동가고, 거의 없고 그런 상황이에요. 나는 이미 지금 50대고, 20대의 활동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질문의 답은 매우 어려워요. 그니깐 내 20대 이야기는 이미 30년 흘러가면서 내 나름대로 각색되고, 평가하면서 정리된 어떤 그 시절의 이야기에요. 바로 나한테 그걸 등치시키라고 그러면 그건 좀 말이 안돼요. 나는 당연히 좋게 말하게 되죠.
 
S : 그렇다면 당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회를 말씀 부탁드려요.
K : 교문 앞에서 최루탄이 터질 때 뒤에 구경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선동을 해가지고, 여기에 동참을 시키고’ 등의 이런 고민은 80년 대 활동했던 사람들이 훨씬 뛰어나고 정말 깊게 고민 했겠죠. 근데 지금 내가 딱 봐도 20대의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사회과학적, 철학적으로 하는 인생에 대한 고민은 지금이 훨씬 높아요. 아마 80년대 사회에는 그런 것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목적이 다른 거죠.
 
S : 당시의 운동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 부탁드려요.
K : 내가 파출소에 화염병을 폭파를 시키면 폭력배와 어떤 다름이 있어요. 지금 막 ‘그 짓’하면 폭력배로 지탄을 받을 거 아냐. 근데 그 당시도 비슷한 거죠. 그것을 정당화해야 할 ‘사고체’가 있었을 거 아냐. 그게 혁명이고. 이 세상을 뒤엎어야 하니깐, 그 국가의 폭력기구인 파출소를 파괴시키면서, 우리 일반 시민이나 민중들한테 이 파출소가 민중들에게 폭력적인 기구인지를 드러내고, 또 만날 주눅 들고 사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그것들을 다 무찔러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억눌린 의식을 깨쳐내면, 결국은 군중이 일어나가지고, 이 세상을 뒤엎을 거라는 그런 논리 속에 있으니깐. 매일 같이 화염병 던지고, 돌 던지고, 그게 즐거운 일 인거죠. 왜냐면 이 세상을 뒤엎는데, 이 일을 해야만 뒤엎어지니깐요. 그니깐 죽고, 다치고, 감옥 가고. 그랬죠.
치열함으로 보면 80년대의 여러 가지 운동을 했던 사람이 치열한 거죠. 근데 지금은 그러자고 하면 그럴 사람이 있겠어요? 없잖아요. 지금은 정말로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를 길게 보면서 다양한 걸 해석해야 하고, 또 자기 인생은 자기 인생대로 계획해야 되죠. 그니깐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른 거죠. 그래서 난 그게 80년대 활동한 사람이 위대하고, 지금은 좀 거기에 못 미친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지금은 지금대로 어떻게 보면, 80년대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힘든 처지에 있어요. 사회적, 경제적인 여러 가지 면이 많이 다르고요.
 
꼰대질은 꼰대에게..각색된 기억

S : 지역에서 활동하는 ‘30대 젊은 활동가’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K : 지역에서도 젊은 30대 초반 활동가들이 우리식으로 ‘엄살’을 부려요. “못하겠어요.”, “회원이 와가지고 나한테 비난을 하는데,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데, 뒤에 앉아가지고 내가 되게 능력 없다고 욕하는 거 같아요.” 라고 하소연을 해요. 그럼 앞에서는 “얼마나 힘들겠니” 하다가도 뒤에 또 우리(운동가 출신 40대, 50대)끼리 만나면, “요즘 얘들은 왜 이렇게 허약한 거야. 뭐 욕하면 마는 거지. 그거에 왜 상처를 받네 마네 하느냐” 우리끼리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겐 “그건 그대가 젊었을 때 얘기고, 지금 그 나이에 당신한테 누가 뒤에 앉아서 욕하는 사람 있냐. 이미 나이도 되고 지위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당신한테 뒷자리에서 욕하지 않지만, 20대, 30대들에게는 조금만 잘못된 게 보여도 뒤에서 욕하는 거고, 또 삶의 기반이 약하니깐 흔들리는 거다. 우리는 아니지 않냐. 지지해줄 가족도 있고 경제적인 기반이 있지 않냐.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20대는 각색된 20대다. 당신도 그때 얼마나 상처 받고, 만날 술 먹고, 선배가 날 비난했다고 하소연했다. 지금 와서 그 기억은 다 삭제하고, ‘허약한 20대, 흔들리는 20대’에게 나는 안 그랬다고 말하며 나무라는 건 옳지지 않다.”고 말해요. 오히려 30대 활동가들에겐 “그래 나도 그랬지. 그래도 세상은 바뀌고 또 우리 단체도 시간이 지나면 뭐 규모도 커지고 월급도 쌔게 줄 거다. 하나씩 같이 바꿔가자.”며 희망과 용기를 전해야 한다고 봐요.
 
S : 시간이 지나면 바뀔 거라는 생각하시나요?
K : 단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단체가 커져서 중소기업 임금수준, 평균임금 수준으로만 맞춰줘도 활동하는 친구들도 기가 살지 않을까.”라고. 왜냐하면 비공식적인 지원이 있으니깐, 다른 직장보단 소비 부담이 적어요. 생활수준이 나은 거죠. 또 시민단체 생활이 시간도 자유롭게 쓰는 면도 있으니깐. 명분만 잘 세우면, 강의나 교육도 들을 수 있고. 자기 친구들과 비교해서 더 많이 받진 않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급여에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내 계발을 위해 투자할 수 있고, ‘사람이 좋다’면 충분히 어느 시점까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정도 경쟁력만 시민단체들이 상근자에게 줄 수 있으면, 충분히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서 실현하려고 하는 활동가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근무시간 다이어트..365일 촛불은 힘들어

S : 진보정당들 내부에서도 서울과 비 서울간의 임금 격차가 큰 현실과 추가 근무 수당이나 대체 휴무 등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있는데요.
K : 지역으로 갈수록 어려워요. 울산에서 관계하는 단체들도 그래요. 임금을 올릴 수 없는 단체가 많죠. 지역 사무국장에 200만원, 300만원을 주겠어요? 그러면 “근무시간을 줄여라. 4시간만 일해라. 솔직히 시민단체에서 4시간만 바짝 일해도 사무는 다 본다. 나머지 4시간은 인터넷 검색하고 그런 때우는 시간이다. 굳이 기업처럼 출퇴근 도장 찍는 것도 아닌데, 오늘 해야 할 일 정해서 4시간 안에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교육 받든 자기 영화를 보든 알바를 뛰게 하라.”고 말해요. 우리 사무 간사는 10시부터 2시부터 일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하고 일을 하려면 그 시간에 처리해라.” 라는 인식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일요일에 데모한다고 일을 시켰으면 주중에 하루 놀게 해라. 어차피 특근비 못주니깐. 그거라도 해줘야 그 개인이 돈이 필요하면 알바를 하고, 계발이 필요하면 공부를, 개인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도 수년 째 주변 단체에 말하고 있어요.
그러면 두 가지 이유에서 납득을 못해요. 첫째, 출퇴근에 익숙한 직장인들은 이해를 못해요. 직업윤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니깐. 둘째, 일을 다 못해낸다고 말하죠. 그러면 제가 직무분석하자 해요. 한 명이 하루 종일 얼마나 정당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지 따져 보시오. 정말 4시간 만에 할 수 없는 지를.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해보니 되더라고요. 제 직장의 근무는 10시-2시, 2시-6시다. 공개적으로는 8시간 근무니깐. 출근해서 “내가 2시에 출근하니깐 꼭 할 일 있으면 하고, 없으면 내가 놀러 간다고 하면 기분 나쁘니깐, 적당히 좋은 핑계 대고 네 일을 하라. 공부하러 간다든지, 집안일이든지. 네 일만 끝내놓으면 상관없다.” 그러면 진짜 가요. 그래도 일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근데 출퇴근 개념이 익숙한 사람들은 말이 많죠. 거기서 우리가 시간을 줄여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없으니깐, 그냥, 해요. 그렇게라도 만들지 않으면, 돈으로 보상이 안 되니깐, 시간으로라도 보상을 받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런 속에서 문화를 정착 시켜야 해요.
회원들에게는 가끔 “당신은 1주일 직장생활을 하다가, 단체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게 그 다음 일주일을 위한 에너지이지 않냐. 구호도 외치고, 단체에 자원봉사의 기쁨을 느끼고, 삶의 희열을 느낄 거다. 하지만 주중 내내 단체에 있는 사람은 주말에 촛불과 행사를 하면 업무의 연장이기에 전혀 희열이 없다. 오히려 상근자는 주말에 일반 친구들 만나고, 놀고, 연애하고 해야 월요일에 즐겁게 창조적으로 일을 한다. 근데 정당, 시민단체 상근자를 주말 내내 부려버리면, 월요일에 오로지 촛불 밖에 머리에 없다. 상근자가 창의적으로 넓은 식견을 갖게 만들려면, 주말에 일하면 주중에 놀게 해서 이 조직 말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접하게 해야, 우리 조직에서 이 친구가 기쁘게 일한다. 왜 우리가 자본주의 임-노동관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출퇴근 도장을 찍게 만들어야 하나. 그건 자기의 자율과 책임 하에 움직일 수 있게 해주어야 더 발전적이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요.
 
S : 말씀하신 바를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데에 한계도 분명 존재할 것 같은데요.
K : 이렇게 운영이 되면, 개인주의화 되는 거에요.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고, 자율성 기반으로 움직이게 되죠. 운동 단체가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이 중요하니깐, 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게 있긴 할 거에요. 그럼에도 고민은 필요합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개인의 자율성이 큰 세대기 때문에, 자율성을 존중해주면서도 효율과 조직 계획을 강화시키는 방식이 필요해요. 조직원 모두가 정시 출퇴근은 누구나 다 아는 ‘전근대적 방식’이에요. 변화를 생각해봐야 해요. 반드시.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