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계열도 '문송합니다'
취업문 좁아 관광 전공 살린 취업률 저조
김선화/2010ksh@naver.com. 안양대 관광경영 재학
레디앙은 정의당 미래정치센터와 협의하여 청년기자들이 취재하여 작성한 기사들을 약 10여차례 연재한다. 청년들의 현실과 고민들을 청년들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정리한다는 취지이다. 정의당 청년기자단의 글뿐 아니라 청년들의 노동현실, 학교생활,현재와 미래의 고민 등이 담긴 어떤 글들도 환영하고 게재를 적극 검토할 생각이다. 참여를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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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 대학가는 학사모를 던지며 4년, 또는 그 이상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졸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학생들도 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졸업생들이 그렇다. 인터넷 상에서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다. 이는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힘든 취업 상황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관광 관련 학과의 경우는 어떨까? 보통 취업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관광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현실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4년제 관광학과 출신, 호텔관광 실무를 배운 특성화고?전문대 출신에 밀려”
수도권 4년제 대학에서 관광학부를 졸업한 지 올해로 1년이 된 A씨는 오전 8시, 아침부터 구립 도서관으로 향한다. A씨는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는 전공과 조금이라도 관련시켜 보려고 공항 출입국관리소에서 일하는 세관직을 선택했다며 국어, 영어, 한국사, 그리고 행정학과 사회를 공부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잠깐 점심과 저녁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10시까지 고등학교 3학년 못지않게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점심과 저녁마저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휴게실에서 빵과 우유, 삼각김밥으로 때우기도 한다.
그는 “4년제 관광학도로서 호텔에서 일하기에는 실무를 배운 2년제 학생들이나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일을 찾게 되었다. 전공을 조금이라도 살려보겠다고 관련된 곳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하고는 있지만 시험과목은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라서 새로 공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도 공항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하며 도서관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관광 관련 기업도 이공계 선호, 호텔?여행사?카지노 비정규직?아웃소싱으로 인력 충원”
올해 관광학사로 졸업한 B씨는 한 중소기업 영업부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졸업 후 바로 취직한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비록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친구들에게는 꿈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전공을 왜 살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입 원서를 쓸 때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미래를 생각해서 관광학과 진학을 추천해주셨다. 그리고 그 의견에 동의했고 입학 후에는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실무 중심 교육이 아닌 이론을 배운 4년제 관광학사는 결국 문과일 뿐이더라. 기획이나 재무 등 일반 직무에서조차 이공계를 선호하는 현상이 관광관련 기업에서도 존재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전공을 살리려는 마음을 접고 제로베이스로 처음부터 스펙을 준비해서 일반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관광 관련 직무가 적은 것도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였다. 호텔, 여행사, 카지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비정규직이나 아웃소싱으로 인력을 보충하는 경우가 많은 사업들이라서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발전가능성 높은 관광분야, 전문가 양성해야
지난 해 대한민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이 사상 최초로 17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외래 관광객 1800만 명을 유치하고 국내 여행지출 28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에서 한류가 주춤한다지만 최근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열풍으로 보아 한류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K-POP과 K-DRAMA, K-BEAUTY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관광하게 할 동기를 붕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관광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양성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관광발전을 위해 관광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