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심상정 상임대표, 광주 방문 기자회견 전문
“5월 항쟁이 민주화 승리 쟁취했듯, 촛불항쟁도 진정한 국민주권시대 열 것”
“반기문 전 총장 출마는 정치교체가 아니라 정치퇴행 증거”
“촛불혁명 과업 완수 위해 정권교체는 필수, 어떤 정권교체냐가 중요.. 정의당, 진보적 정권교체에 큰 역할 할 것”
“대통령 달라진다고 내 삶 달라지냐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 절규에 응답해야”
일시: 2017년 1월 16일 13시 30분
장소: 광주시의회 브리핑룸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정의당 상임대표 심상정입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새해가 밝았습니다.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러 오는 길에 광주 시민분들에게 인사드리고 한 말씀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항쟁이 탄생시킨 시대적 걸작입니다. 이번 촛불항쟁에서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가 ‘국민데모송’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며칠 전 80년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무고한 시민을 향해 총질을 한 증거가 발견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광주 시민들이 기총난사를 증언했음에도 국가는 부인해왔습니다. 무려 37년 동안 감춰졌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광주시민들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광주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폭력에 맞서 국민이 일어설 때, 어둠은 물러나고 정의가 이깁니다. 저는 이것이 1980년 광주와 2016년 촛불광장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5월 항쟁이 민주화라는 승리를 끝내 쟁취한 것처럼, 촛불항쟁도 진정한 국민주권시대를 열 것으로 확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 기정사실화 됐지만, 돌이켜보면 쉽지 않았습니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을 지 부정적인 전망이 높았습니다. 두 야당 역시 ‘거국내각구성’ 등 퇴진보다는 수습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촛불이 들불이 되고, 횃불로 변해도 정치권은 민심을 의심했습니다. 겉으로는 비박 핑계를 댔지만, 야당도 민심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정의당은 두 야당과 달랐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광화문과 여의도를 오가면서 정치권을 민심에 맞추는 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미적이고 흔들렸던 두 야당의 멱살을 쥐고 탄핵안을 관철시켰습니다. 저는 국민들께서 정의당 칭찬 많이 해주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여러분,
요즘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목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촛불이 작아지면서 헌재가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것 아닌지 걱정들이 많습니다. 그 점에서 대해선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촛불은 꺼진 것이 아니라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헌재도 이런 민심을 잘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득권에서도 이미 버리는 카드가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통령 퇴진만큼이나 대한민국의 근본적 변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난 60년 간 대한민국을 지배해왔던 수구기득권세력을 제대로 청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새로고침’의 출발은 정권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드디어 그분이 오셨습니다. 한국 물정에 많이 어두우셔서 그랬는지, 뜬금없이 ‘정치교체’를 외쳤습니다. UN 총장 이력 하나를 대통령 면허로 착각하고, 지난 10년 나라를 결딴 낸 세력과 기회주의 세력을 모아내면 대통령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퇴행입니다. 우리 민주주의와 국민들 수준을 너무나 얕잡아 보는 것입니다. 저는 반기문 전 총장의 출마는 정치교체가 아니라 정치퇴행의 증거라 생각합니다.
반기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실패 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국민이 적립해준 ‘UN 사무총장’이라는 마일리지를 사사로운 욕심에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불출마가 맞습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촛불혁명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 정권교체는 필수입니다. 역사적 고비 고비마다 한국 민주주의의 물길을 돌려온 광주시민들의 높은 정권교체 열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정권교체냐”가 중요합니다. 기득권 정치세력이 공수만 바꾸는 ‘정권교대’가 되게 내버려둬선 안 됩니다.
이미 촛불시민은 박근혜 퇴진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달라진다고 내 삶이 달라지냐는 가난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에 응답해야 합니다. 벌써부터 어설픈 표계산에 오른쪽만 힐끔거리며 타협하는 세력은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과감한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정권교체 자체가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 냉전수구 세력의 청산을 넘어, 진보적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하는 이유입니다. 시민의 사회경제적 권리 향상에 매진해 온 정의당이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촛불민심은 개혁연립정부를 구성을 바라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개혁정부를 구성할 실력과 의지를 가진 정치세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요즘 민주당이 많이 좋아졌지만, 국민들은 불안감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사드배치 논란은 좋은 예입니다. 중대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당론도 못정하고 중구난방하는 수권정당이 어디 있습니까? 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원칙도 없이 왔다 갔다 합니까? 정치개혁은 또 어떻습니까? 할 수 있을 때 안하는데 권력 잡으면 하겠다, 국민들은 그 말 믿지 못합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정치에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견제를 위해 호남이 지지를 몰아줬던 국민의당은 어떻습니까? 입만 열면 호남, 호남 하면서 정작 행동은 벗어나 있습니다. 박근혜 대북 정책 지지하고 사드배치 찬성하는 반기문도 좋다는 제3지대는 녹색지대가 아니라 회색지대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2017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하고, 가장 아이 낳기 힘들고, 청년들이 꿈을 꾸지 않는 헬조선이 돼버렸습니다. 진보적 정권교체만이 대한민국을 새로고침 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 지지가 정권교체와 대한민국 새로고침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법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은 진보적 정권교체와 과감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견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의당 대표로서 저는 19일 출마선언을 합니다. 유력한 야당 후보로 이미 마음이 기우셨다면 한 번 더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정의당이 받는 지지만큼 다음 정부의 개혁성은 담보될 것입니다. 심상정이 받은 애정만큼 고단한 비정규직 청년들의 삶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내 삶이 좋아지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군부독재를 끝내기 위한 광주시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라는 결실을 만들어냈습니다. 2017년 또 한 번 광주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화 이후 최초의 개혁연립정부를 수립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광주시민들께서 나서주십시오. 저와 정의당 역시 흔들리는 야당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끌어냈던 것처럼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어떠한 난관도 헤쳐나 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월 16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