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중소상공인부-문예위 공동논평, “현대카드의 음반시장 진출은 생존권과 문화다양성에 대한 위협”
[논평] 중소상공인부-문예위 공동논평, “현대카드의 음반시장 진출은 생존권과 문화다양성에 대한 위협”
 
지난 10일, 한남동에 멋드러진 레코드 가게 ‘바이닐&플라스틱’이 들어섰다. 지상 2층, 600㎡ 규모의 매장에 9000여장의 LP, 1만 6000여장의 CD, 그리고 각종 음향장비들로 채워졌다. 이 공간의 주인은 대형 금융사 현대카드다. 매장을 열면서 현대카드는 “국내 LP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공간을 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등장한 대형매장은 작은 연못과 같은 LP 음반 시장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한 레코드 가게 사장의 표현처럼 K-POP을 제외한 국내 음반시장은 “한줌과도 같은” 상황이며, 바이닐&플라스틱의 개업과 함께 한줌과도 같은 LP음반의 수요가 그 매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닐&플라스틱이 문을 연 이래 서울 시내에 자리 잡은 레코드 가게들의 매출은 20~30%, 많게는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축소되었다. “제로에 가깝게 매출이 급감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국의 LP 레코드 가게는 50곳이 채 되지 않는다. 각각의 가게들은 음반시장의 흥망을 함께한 역사의 증인들이며, 음반시장의 보루다. 특색 있는 취향과 역사를 간직한 작은 문화이기도 하다. LP 음반의 수요가 바이닐&플라스틱으로 쏠리는 것은 작고 다양한 각각의 문화들이 크고 단일한 하나의 문화로 수렴되는 것과 같다.
 
바이닐&플라스틱의 등장은 중소상인의 생존, 그리고 문화다양성에 대한 위협이다. 굳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현대카드가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바이닐&플라스틱 옆에 자리한 뮤직라이브러리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현대카드가 밝힌대로 이 사업의 취지가 LP시장의 독식이 아닌 문화 발전에 있다면, LP 음반 시장에서 철수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2016년 6월 30일
정의당 중소상공인부, 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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