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소도 잃고 외양간도 안고치겠다’는 특별고용지원업종 대책
[논평] ‘소도 잃고 외양간도 안고치겠다’는 특별고용지원업종 대책

오늘 고용노동부는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하지만 정부안은 기존에 나온 방안을 재탕, 삼탕한데다 현행 제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특별고용지원’이란 이름이 무색한 ‘그냥고용지원’ 대책에 가깝다. 또, 대형3사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이유로 배제하고, 가장 밑바닥에 있는 물량팀에 대한 대책도 부실해 ‘소 잃고 외양간도 안고치는’ 부실고용지원 대책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첫째, 노동자의 고용지원을 위한 제도가 특별고용지원업종인데, 노조의 쟁의행위 절차를 이유로 대형3사를 제외한 것은 ‘본말전도’다. 채권단의 일방적인 인력감축 요구에 맞서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 채권단 맞춤형 대책이다. 상대적으로 수주 물량이 많아 남아 고용유지 유력이 남아있다면, 구조조정=인력감축=정리해고 공식부터 바꿔야 한다.

둘째, 사업주의 고용부담만 줄여주고 노동자의 고용안정은 불투명하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한 직업훈련과 고용유지 병행 같은 적극적인 대책은 빠져있다. 사업주가 부담할 휴업수당과 직접훈련비를 일부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노사가 함께 합의하고 시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구조조정의 가장 큰 피해자인 물량팀 등 하청노동자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없다. 임금체불·기성비 삭감 등에 대해서는 원하청업체에 대한 노동부·공정위의 특별감독을 즉각 실시해 부당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 특별고용지원이 원·하청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물량팀 폐지 및 기성금 기준 법제화 등 제도적 개선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넷째, 이미 실직한 노동자들의 실업대책 역시 부실하다. 외국에 비해 실업급여 기간과 금액이 낮고 하청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서 빠져있는 상황에서, 고용보험 자료만을 근거로 특별연장급여를 제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피보험자 확인청구제도 개선이나 한시적 실업부조 도입을 통해 물량팀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현재 실업급여액의 70%가 한도인 특별연장급여를 실업급여액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리고 연장기간도 대폭 늘려야 한다. 

다섯째,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더불어 고용위기지역 중복 지정을 통해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거제, 울산, 영암 등은 조선업의 위기가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업종지원만으로는 제한적이다. 실제, 이번 대책에서도 조선업 기자재 업체는 조선업 전업률이 50% 이상인 업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용위기지역 등 지정요건을 현실화하고 예비비·특별재정지원 등 지원방안을 강화해 고용위기를 사전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을 빌미로 뿌리산업에도 파견근로 확대 같은 노동개악이나 국민안전과 직결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같은 ‘불량상품 끼워팔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조선업의 부실을 낳고 부실을 키운 경영진과 채권단, 금융당국과 정책당국의 책임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업 지원이 또다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규제와 지원을 동반한 조선업 산업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 대책의 이같은 문제점은 정부가 일방적이고 사용자 편향적으로 구조조정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순 민관합동조사단이 거제·울산·영암 지역을 방문했지만 한 지역당 하루 방문에 그쳤고, 고용정책심의회에 참여하는 양대노총은 회의 전에 내용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물량팀 등 하청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요구를 수렴하여 실효성 있는 고용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2016년 6월 30일
정의당 정책미래내각 노동부 (본부장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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