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주민번호 제한적 변경허용은 대안 아니다
- 주민등록법 졸속처리가 아니라 목적별 번호제, 임의번호제 등 근본적 대안 마련해야
내일(19일) 열리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23일 주민등록번호 변경금지에 대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주민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상의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성폭력·성매매와 가정폭력 피해자인 경우에 한해 신설되는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2011년 싸이월드와 네이트 약 3500만 건, 2014년 카드3사 약 1억400만 건 등 사실상 전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었다고 봐야한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 해도 그동안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미친 파장을 놓고 보았을 때 매우 미흡한 개선책이다.
더구나 개정안은 성별, 생년월일, 출생등록지 등 개인의 고유정보가 낱낱이 드러나는 현행 번호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민번호 변경은 시행령을 통해 뒷번호 일부만 변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나서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주민번호 대체수단 마련 움직임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17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개선입법을 할 것을 권고했다. 주민등록번호의 근본적 대안 마련 없이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19대 국회가 헌재 결정이 나온 지 불과 5개월 만에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제한적 변경허용방안만 졸속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국민에게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개인식별번호를 부여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제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하고 선진국과 같이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제한적인 범위에서 목적별 번호제를 도입하거나, 주민등록번호제도를 유지하되 생년월일, 성별, 지역 등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임의번호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해도 늦지 않다. 국회는 주민번호제도의 근본적 대안 마련 없는 졸속적인 미봉책인 주민등록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해야 한다.
2016년 5월 18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김용신)
※ 문의 : 윤재설 정책연구위원 (02-788-3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