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화예술위, “루프가 말하는 ‘대안적 가치’가 이런 것인가?”
- 대안공간 루프의 해명에 대한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의 입장 -
지난 5월 10일 발표된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의 보도자료와 <미디어 오늘>의 보도에 대한 루프 측의 입장이 12일 공개되었다. ‘진지한 고찰이 결여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전문적이지 못한’. 상대를 폄하하는 수식어들을 동원하는 루프의 태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정당보다도 정치공학적으로 이번 사안을 대하는 루프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내용의 실망스러움을 뒤로 밀어놓고 루프의 해명을 살펴보면 몇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읽을 수 있다. 첫 째로 루프가 언급한 “루프가 사업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관련 인사의 권유와 미술계 여론”이다. 이는 루프가 단독입찰로 AASN 사업에 참여한 배경으로 언급하는 부분인데, 루프가 말하는 권유와 여론의 실체는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석연치 않은 해명은 ‘짜고 치는’ 입찰 과정에서 A사 이외의 다른 인사나 인물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을 뿐이다.
두 번째로 루프가 관련 자료의 공개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AASN 사업예산이 불투명하게 사용되었다는 의혹은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만 언급되는 부분이다. 루프가 정산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예산 처리과정에 대한 의혹을 선제적으로 해명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밝힌 것처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루프가 공개하겠다고 말한 자료들을 열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의당은 AASN을 주관하고 사업진행과정을 감독할 의무가 있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에 이번 사안에 대한 자료와 공식적인 입장들을 요구할 것이다.
이번 입찰이 ‘짜고 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과정은 제보자의 구체적인 증언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다.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A사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한 PPT 자료는 2014년에 당시 루프에서 근무하던 L씨가 제작한 것이고, 2015년 M씨가 일부 수정하여 A사에 제공한 것이다. 실제로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입수한 A사의 PPT 파일은 루프 측에서 발송한 메일의 첨부파일로 A사에 보낸 것이고, A사가 사업의 주체인 것처럼 서술된 내용들로 구성한 내용은 해당 자료가 단순한 ‘정보공유’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기에 충분했다. 또한 AASN 사업은 아시아문화전당 측에서 과업지시서를 통해 입찰예정업체들에게 기본적인 사업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경쟁업체인 루프가 이 사업에 대한 정보를 굳이 A사에 제공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A사는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루프 측에서 제공한 자료로 입찰에 참여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는 점을 재차 지적하고자 한다.
루프는 스스로 ‘대안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번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루프가 주장하는 ‘대안적 가치’를 의심하게 만들 상황들이 계속 발굴되었음을 언급하고 싶다. 루프가 AASN 사업예산을 불투명하게 집행하였다는 의혹인데, 참여 작가 및 관계자들의 증언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루프는 AASN에 참여한 작가들에게 영상작품 상영에 대한 댓가인 ‘스크리닝 피(Screening fee)’ 100달러를 여전히 지불하지 않고 있다. 2014년 AASN 행사에 참여한 한 중국 작가는 AASN과 루프가 작품을 반환하지 않아서, 올해 5월 14일로 예정된 전시에 해당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12일 작품의 운송과 보관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와 접촉해서 확인한 결과, 해당 작품은 루프 측에서 운송비용 201만 3천원과 창고보관비용을 납부하지 않아 지금도 운송업체 창고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비용들은 AASN에서 편성한 사업예산을 통해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내용들이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지급되어야하는 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루프가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사업예산들을 제대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심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미디어 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진석 관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해결된 사안”이라고 의혹 자체를 부정했지만, 관계자들의 증언은 서 관장의 해명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이들 사안 외에도 루프가 연루된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이 모든 사안들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루프는 우리의 문제제기에 대해 ‘미술계의 생태를 잘 모른다’고 일축할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윤리의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행위들은 ‘예술계의 특수성’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의 주무기관인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AASN과 루프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에 나서야한다.
1세대 대안공간으로서 루프가 우리 미술계에 보여주는 ‘대안적 가치’란 결국 구시대의 악습을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감이 남는다. 루프가 저지른 부정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일 것이지만 ‘관행’이라는 이유,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는 이유로 루프를 동정하는 여론이 나타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루프의 행적들은 합리화 될 수 없고, 합리화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루프는 미술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AASN에 참여했다가 파손된 작품을 돌려받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베트남의 작가는 루프와 AASN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신뢰의 붕괴는 계속될 수밖에 없고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술계의 몫이 될 것이다.
2016년 5월 13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오민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