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문예위원회,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상한 관장 인사”
[논평] 문예위원회,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상한 관장 인사”


지난 9일, 국립중앙박물관은 전격적으로 관장 교체를 발표했다. 김영나 관장을 대신하여 국립경주박물관 이영훈 관장이 새롭게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이 되었다. 갑작스럽고 수상한 인사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임기가 정해져있지 않은 직책이며, 관장으로 김 전 관장이 특별히 문제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인사 발표는 소리 소문 없이 재빠르게 이루어졌다. 김 전 관장이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한 · 불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준비하다 무산된 <프랑스 장식미술전>이 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전시와 함께 프랑스 측에서 루이비통 등 고급 브랜드 상품을 전시하는 기획안을 내놓았고, “상업적인 전시”를 할 수 없다고 김 전 관장이 거부하자 프랑스 측의 압력이 계속 되었다는 것이다.


김 전 관장의 경질을 결정한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인지, 아니면 그 ‘윗선’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경질 사유에 대해서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없다. 제기된 의혹대로라면 타국의 압력 때문에 국립박물관의 수장을 교체한 것인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아야한다. 상업적인 성격이 강한 전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관장을 교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타국의 압력 때문에 국립박물관의 관장을 교체하는 것은 주권국가가 보일 법한 행동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기를 정해두지 않고 차관급의 직위를 부여한 것은 자리가 가진 중요함 때문이다. 국립박물관의 수장은 긴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박물관 운영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김영나 관장의 경질은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이 극도로 침해 받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개입의 손길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아니, 더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합당한지 되돌아봐야한다. 그리고 ‘문화융성’을 위해 정부가 지켜야할 도리가 무엇인지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관을 흔들어대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한 번 무너진 토대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2016년 3월 16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오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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