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심상정 상임대표, 「정의로운 경제론」“국민 평균 월급 300만원 시대를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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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대한민국 이보다는 나아야 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우리 국민들 지금보다는 더 잘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로운 경제론은 이런 고민의 결과입니다.
압축성장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재벌주도 수출경제는 더 이상 국민경제를 지탱하지 못합니다. 국가적 지원이 없다면 자력생존이 가능한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정책결정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받들던 거시경제지표는 더 이상 보통사람의 삶을 요약하지 못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을 넘어 저성장이 뉴노멀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소비여력은 떨어지고, 그 만큼 기업의 투자의지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래의 주역인 청년이 꿈도 희망도 잃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펙을 더 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부채입니다. 이전 세대가 당연시 했던, 좋은 사람과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고 애를 키우는 행복이 지금 청년들에겐 넘볼 수 없는 사치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는 내수수출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성 정치권은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벌대기업의 투자파업에 볼모 잡힌 정부는 이미 오류로 확인된 낙수경제만 부여잡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재계의 민원 대리인을 자임하며 재벌 2-3세의 손쉬운 돈 벌이 보장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노동악법과 양대지침 추진에서 보듯 너무나 고단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그 직접적 결과가 바로 지금의 불평등입니다. 오늘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부문에서 격차는 날로 커지는데 상후하박의 보상체계는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부와 지위의 대물림은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돈이 지배하는 금권정치가 도래했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전면적 변화가 요청됩니다. 경제가 효율성의 가치에 더해 정의의 관념을 튼튼히 바탕에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의로운 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는 경제를 지향합니다. 누구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 훼손당하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기본선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이 경제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노동의 가치와 몫이 정당하게 보상되는 경제를 지향합니다. 부모가 누구든, 출신이 어디든, 또 성별을 떠나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셋째,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합니다. 이윤추구의 논리가 폭주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될 것입니다. 경제발전은 사회공동체와 지구와 공존과 함께 할 때 의미를 갖습니다. 지구온난화, 신종전염병, 전쟁과 같은 위험에 맞서 공동체를 지키는 생태, 평화경제가 필요합니다.
정의로운 경제의 두 가지 실천과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경제민주화 전략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도 부정하지 않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정당의 공통공약이었습니다. 아마도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경제공약이 같은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기 격차는 더 벌어지고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은 더욱 더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두 야당이 말하는 더불어성장론과 공정성장론에서도 경제민주화는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당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저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추진 동력에 관한 관점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주체의 문제입니다. 민주화는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합당한 권력과 참여의 통로를 제공할 때 비로소 실현돼 나갈 수 있습니다. 경제도 정치만큼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득권에 대항하는 발언권을 가진 경제민주화 주체 형성 없이 경제민주화는 진척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리점의 교섭권이 빠진 채 제정된 ‘남양유업법’이 좋은 사례입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 주체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존재하느냐 여부는 진짜 경제민주화의 의지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정의로운 경제가 노조의 조직률 확대와 교섭력 강화, 협동조합을 비롯한 다양한 자발적 결사체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권력을 가진 몇 사람이 내리꽂는다고해서 민주화가 추진되지 않습니다. 사회경제민주화 주체형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제민주화는 구두선에 그칠 것입니다.
두 번째 실천과제는 사회연대 전략입니다. 누구나 불평등과 격차를 말하면서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변화에 강력히 저항하는 기득권 카르텔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기성정치 세력은 기득권 카르텔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풍찬노숙하며 일관되게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고 싸워온 정의당만이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정당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정당의 힘만으로 부족합니다.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는 강고한 사회민주화 세력의 연대를 형성해 갈 것입니다. 사회민주화세력을 정치세력화 하는 제2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알바와 골목사장들이, 또 중소기업 노동자와 경영자가, 농민과 도시 소비자의 경제적, 정치적 연대의 틀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정의로운 경제」가 추구할 중장기적인 4대 목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2020년까지 국민들의 평균 월급 300만원 시대를 열어나가겠습니다.
- 2025년까지 현재의 소득격차 10배를 서유럽 수준인 5배로 줄이겠습니다.
- 향후 10년 내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겠습니다.
- 2040년, 탈핵시대를 열고, 녹색국가, 평화국가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이를 실현하는 정의당의 핵심 공약을 소개드리겠습니다.
평균 월급 300만원 실현을 위해 ‘시급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공공부문 시중노임단가 전면 적용’, ‘공기업/대기업 CEO 및 고위임원 대상 임금상한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기업·대기업 청년고용할당제’로 23만개 일자리 창출, 청년 미취업자를 위한 ‘청년디딤돌 급여’, 고졸·지방대 졸업자, 여성취업자를 위한 ‘기회균형채용제도’의 도입 등 약속합니다.
소득격차 축소와 상생을 위한 정책으로 ‘대기업-하청업체간 초과이익공유제’로 임금격차 해소, ‘성별 고용, 임금실태 공시제’를 통한 여성일자리 개선, ‘비정규직 사유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차별을 해소하겠습니다.
조세개혁 실시로 상위 부유층의 비근로소득(부동산·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대기업의 비업무용 자산수익에 대한 과세 강화, 복지에만 지출되는 ‘사회복지세’ 도입 등으로 소득·자산 불평등 완화하겠습니다.
지역공동체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중소기업·사회적경제 혁신 네트워크 구축, ‘식량자급률 법제화’, ‘청년취업농 육성’ 등으로 지역경제와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민의 노동조합을 자임하는 정의당은 정의로운 경제를 기치로 인간의 존엄성, 노동의 가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국내 야권지도자들이 샌더스 열풍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에 이어서 오늘 이종걸 원내대표도 샌더스를 닮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참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왜냐면 샌더스가 내세운 대형은행 해체, 부자증세, 사회보장세 부과, 건강보험 확대, 단체교섭권 강화, 공립학교 무상교육 등은 사실 저와 진보정당이 오랫동안 풍찬노숙하며 일관되게 추진해왔던 내용과 거의 같은 기조입니다. 따라서 야당들은 샌더스를 이미지 채용하는데 관심을 두시기보다 정책과 가치에서 샌더스를 진정으로 닮기를 바랍니다. 야당들이 샌더스가 내놓은 정책을 수용할 의사가 있고 의지가 있다면 사실 야당들이 따로 정치할 이유도 없지 않나란 생각을 해봅니다. 정책과 가치에서 샌더스를 진정으로 닮고자 한다면 사실 따로 정치할 이유도 없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성장과 정의경제가 어떻게 대비될 수 있느냐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더불어성장은 사회정의이고 공정성장은 시장의 정의라고 규정한 김종인 위원장의 말씀을 전용하면 저희 정의당은 인간존엄성이 핵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회정의도, 시장의 정의도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삶을 지키는 기본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두 번째 경제민주화를 다 이야기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위에서 권한 가진 사람 내리꽂는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추진 동력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주체형성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두 당은 그 주체가 없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 확대라든지 노사공동결정제도라든지, 노동자들의 경영 참가 같은 것이 없습니다. 지난 번 남양유업법에서 확인됐듯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가맹점주들에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그것을 맥없이 양보해버렸습니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주체형성은 외면하면서 결과적으로 야당이 소수당이라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반복하는 것은 진정한 경제민주화 의지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녹색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떤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그런 아주 중요한 경제적 환경 요소인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점을 가장 큰 차이점으로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2016년 2월 17일
정의당 대표 심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