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심상정 후보,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 “한국 진보의 새로운 외교 전략”

[기자회견문] 심상정 후보,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

한국 진보의 새로운 외교 전략

 

일시: 20121126일 오전 10

장소: 프레스센터

 

존경하는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원 여러분과 스티브 허먼 회장님,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국의 보통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밥값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이 자리에 참석하면서 어떻게 밥값을 할지 생각했습니다. 물론 오늘 점심을 제가 사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밥값 한다는 말은 사람들의 노고와 기대에 응당한 책임을 다한다는 말입니다.

제 지지율이 좀 낮습니다. 물론 가변성이 많은 정치의 세계에서 예단은 이르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분들이 이번 대선에서 저의 시간이 올지에 대해 회의적이실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느냐 이전에 어떻게 밥값 하는 정치를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새로운 경험으로 밥값을 하려합니다.

 

사실, 저는 이번 회견이 외신기자여러분들과 만나는 첫 경험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새로운 한국 진보정치가 새로운 외교 비전을 밝히는 첫 자리입니다. 아직 내신 기자들 앞에서도 발표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사실 저의 참모들이 외교정책을 빨리 발표하자고 졸랐는데 제가 전략적 인내를 해왔습니다.

 

어떻습니까, 허먼 회장님. 이정도면 오늘 이 자리의 밥값은 되겠습니까?

 

 

먼저 제 소개를 간단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70년대 말, 80년대 초 박정희 독재정권이 몰락하고, 광주항쟁 등 민주화 열기가 폭발했던 시기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대학생으로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고 대학을 졸업한 후, 봉제공장의 미싱공으로 시작해 25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오랜 노동운동을 거쳐 나는 2004년 진보정당 최초의 국회의원이 되었고, 오늘 진보정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정부 수립 이후 우리 헌법에 민주주의란 단어가 사라졌던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냉전시대 동안 민주주의는 반공만을 의미 했습니다. 반공은 독재정권의 폭압통치를 합리화하고, 노동운동을 공산주의로 몰아 노동권을 통제하고 생존을 억압하는 수단이었습니다.

 

현재 한국 권력의 최상층에 위치한 재벌과 보수기득권 집단은 한국 사회를 지배한 성장제일주의, 시장만능주의를 유지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노동자가 사회적 시민권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열시키고, 노동권을 유배시켜 장시간 저임금 노동구조를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복지, 경제민주화가 화두입니다.

진보정치는 시민권을 박탈당한 노동의 사회적 권리를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정상화해 우리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워지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더 아래로 넓혀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는 것을 지향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진보정치는 향후 10년 내에 한국의 미래 권력으로 나아갈 것이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허물어 통일로 나아가는 평화체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올해는 변화의 해입니다.

시진핑을 비롯한 5세대 지도부로 재편된 부상하는 중국,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 귀환, 역시 재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의 동진 전략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극우적 리더십이 힘을 얻고 있으며 청산되지 못한 식민지시대의 유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동아시아 일대의 영해, 영토 분쟁 역시 지역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북핵문제는 탈출로를 찾지 못하고, 6자회담은 동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강대국들이 모두 한반도를 중심으로 몸을 맞대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가 곧 세계 평화라 불릴 만큼 한반도의 중요성은 이제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전 한반도는 전쟁의 잠재적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되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한반도는 세계에서 전쟁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 돼 버렸습니다.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이고 남북은 포격과 위협을 주고받는 긴장과 대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북미관계 개선에 우리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기회를 잃었고,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전략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었으며, 무엇보다 권력교체기의 북한정권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만들어 갈 기회를 잃었습니다.

 

이번 대선이 가지는 의미가 특별한 것은 이명박 정권이 후퇴시킨 평화의 길을 되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와 동아시아로 대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두 가지 전환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은 남과 북의 관계 개선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국제적 문제이며 그에 걸맞은 해결의 프로세스를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 스스로 동아시아의 평화안정을 제도화할 수 있는 아시아 리더로서의 역할을 확립해야 합니다. 지역 내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외교, 정치, 군사, 경제적 협력에 있어 한국이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평화 통일의 한반도, 평화 공영의 동아시아를 위한 아시아 리더 한국의 외교 비전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한반도 평화경제 및 동아시아 사회·경제 공동체를 실현하겠습니다. 남북경제공동체를 임기 내 달성하고, 도로, 철도, 가스관을 연결해 유라시아 대륙 경제시대를 열겠습니다. 한반도를 해양과 대륙의 가교로 만들겠습니다. 역내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번영의 과실을 공유하도록 FTA를 대체하는 동아시아 사회경제협정을 체결하겠습니다. 나아가 외환보유고 공동 관리 및 동아시아통화기금 설립으로 협력을 고도화하겠습니다.

 

둘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상주대표부 설치를 합의하고, 남북관계의 발전을 되돌이키기 어려운 단계까지 제도화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과정을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해나가기 위한 협력기구의 위상을 가지는 남북연합을 임기 내 구성해서 통일과정의 활짝 열어나갈 것입니다.

 

셋째, 북핵문제의 해결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북미수교 실현이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겠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 관계의 개선이 중요합니다. 새로 등장한 김정은체제의 북한과 재선된 오바마의 미국 사이에 아이스 브레이크가 필요합니다. 한국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와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능동적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미중이 함께 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4자 회담을 제안하고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균형외교를 통해 한국을 명실상부한 아시아권의 지도급 국가로 키워나갈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한미 동맹을 위해 현재의 군사안보 중심의 한미 동맹을 호혜와 균형에 기반해 평화와 지역 안정을 추구하는 피스 메이킹 동맹으로 재조정해 나가겠습니다. 한미관계의 발전에 맞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겠습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향후 정치, 군사적 영역까지 점진적으로 강화해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균형적 지위를 갖는 아시아권의 리더국으로 자리 잡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다섯째 이명박 정권이 만들어 놓은 외교안보적 실정에 대해 정확한 진상 규명 및 책임과 대책을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와 우리 국민 사이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충격 그 자체로부터 벗어나서 과학적이며 설명력을 가질 수 있는 재조사를 추진할 것입니다.

 

국제질서의 대전환기는 평화와 갈등의 심화라는 양면성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평화와 공동 번영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누구와도 협상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말처럼, 두려움 때문에 협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협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격언은 새로운 한국정부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합니다.

 

한반도를 향해 밀려오는 힘을 평화의 힘으로 바꾸고, 갈등만 관리하는 소극적 평화에서 한반도 평화경제를 중심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적극적 평화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은 더 이상 과거 분단 직후처럼 고래들 사이에 끼인 새우가 아닙니다. 이제 한국은 고래들 사이에서 평화와 번영의 길을 열어가는 지혜로운 돌고래의 역동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심상정의 진보정치, 그 진보정치가 가진 외교적 비전이 아무쪼록 여러분이 한국 정치와 진보정치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20121126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 상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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