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 대하여
-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을 상징한다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여 실형을 선고받은 김모 씨 등이 제기한 병역법 제88조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이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개최된다. 김모 씨 등은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사람들에게 다른 대체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채,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실형에 처하는 병역법 제88조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달 5월 광주지방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에 대하여 “국방의 의무와 헌법상의 종교, 양심의 자유 사이의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대체복무를 포함한 방법을 통하여 국방의무 이행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현행법 상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이나 금고형을 받은 경우 ‘군복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여, 사실상 ‘병역거부’를 용인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실형을 선고하여 처벌하는 방안이 더 이상 사회적으로 타당하지 않음을 법원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4년 병역법 제88조에 대하여 합헌판결을 내렸지만,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양심의 자유를 상대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부합할 수 없으며, 따라서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입법기관인 국회에 권고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사회봉사 및 공익활동과 같은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대체하기를 원하는 것이지 병역의무 그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수차례에 걸쳐 결의와 권고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과 처벌하지 말 것, 양심적 거부의 이유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 도입 등’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06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약 6천여명의 시민이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미 선진국 대부분에서 도입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었다면, 오늘과 같은 공개변론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교도소에 수감되는 대신 대체복무를 통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과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인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훨씬 유용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반인권적인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헌법재판소는 과거와 같은 합헌 결정이 아니라,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헌법재판소에 맡기는 무책임한 모습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제19대 국회이전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법률안이 발의되었음에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였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한민국 인권의 주요한 원인임을 깨닫기 바란다.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19대 국회가 되기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현재 발의된 병역법 일부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2015년 7월 9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조승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