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논평] 국방부 군사법제도 개선안, 철회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정책논평] 국방부 군사법제도 개선안, 철회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2014년 총기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건에서 확인된 군대 내 인권문제와 함께 비민주적이며 지휘관 중심의 군사법제도에 대하여 국회를 포함한 언론, 시민단체 등의 비판의 핵심은 헌법에 충실한 공정성, 객관성,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군사법제도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는 ‘군인권 · 병영문화 개선 특별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방부가 5월 11일, 군사법제도 개선안을 담은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국방부가 발표한 입법예고안은 한마디로 ‘무늬만 개혁’이며, 더 이상 국방부가 군사법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군사법제도 개선안을 보면,

 

첫 번째, 현재 운영 중인 84개의 평시 사단급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는 대신 30개의 보통군사법원(육군, 16개, 해군 7개, 공군 7개)을 설치한다(안 제6조).

 

군사법원 개선 방향의 핵심은 군사법원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사건 수, 종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군사법원을 평시 유지할 필요성이 매우 낮고, 공정성과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보장받지 않는 상황에서, 보통군사법원의 숫자를 줄인다고 민주적이며 공정한 군사법제도는 확보되지 않는다.

 

둘째, 평시 보통군사법원의 재판부를 군판사 3인으로 구성하되, 관할관 지정 사건 그리고 군형법 위반 등 일부 범죄에 대하여 심판관 제도를 예외적으로 운영한다(제26조 제1항과 제3항).

 

관할관이 군판사가 아닌 심판관을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함으로써, 관할관의 권한남용을 법률로 허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관할관이 보통군사법원 사건 중 지정할 사건의 기준은 무엇인가? 결국, 관할관의 자의적인 판단뿐이라는 점에서, 공정한 군사법제도 실현을 위한 방안이 전혀 아니다.

 

또한 군형법 위반 등 일부 범죄에 대하여는 심판관 제도를 예외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군형법으로 처벌받는 대부분의 사건이 구타, 가혹행위 등인 상황에서 심판관이 재판에 참여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전혀 없다. 국방부 안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군사법원을 여전히 관할관의 영향력 하에 두려는 것이다.

 

셋째, 평시 관할관의 확인감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범죄와 감경범위를 “작전, 교육 및 훈련 등 성실하고 적극적인 임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에 한하여 2분의 1미만의 범위”로 제한한다(안 제379조 제1항).

 

지난 3년간 군형법이 적용된 재판 중 확인감경권이 행사된 사건은 10건으로 전체 재판의 0.9%밖에 되지 않으며, 업무수행 연관성이 있는 사건은 감경권 행사 사건 173건 중 11건(6.4%)이다. 그리고 업무 연관성 사건 거의 대부분이 벌금형을 받은 공무 중 교통사고이다. 사병의 경우 부담이 될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감형의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며, 관할관의 자의적인 판단과 권한 남용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국방부 입법예고안은 민주적 군사법제도를 만들기는커녕, 비판받고 있는 군사법제도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치 ‘개선안’인 것처럼 발표하는 국방부의 태도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결국 국방부는 ‘군사법제도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군사법제도 개혁의 대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절차에서도 국방부는 잘못을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군사법제도를 포함한 군대 내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군인권 · 병영문화 개선 특별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아직 위원회가 논의 중인 상황임에도 국방부가 서둘러 군사법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의도는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국회의 논의를 차단하고 자신들의 입에 맞는 ‘무늬만 개혁’인 방안을 관철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갖게 한다.

 

진정으로 국방부가 조국과 시민의 안녕을 지키는 조직이라면, ‘군사법원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 ‘군인권 · 병영문화 개선 특별위원회’에 국방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도 과분하다. 국방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입 맞에 맞는 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권과 군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와 시민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경청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것을 돕는 것이다.

 

2015년 5월 12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조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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