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국여성위, 여성가족부의 협소한 '양성평등' 인식을 전환하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희정 장관은 “부처 명칭을 영문명(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과 마찬가지로 여성평등가족부나 여성평등청소년가족부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였다. 또한 그동안 “모성권 확보”에만 주력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부성권 보호”에도 중점을 두겠다고도 하였다. 그동안 여성가족부에 대해 사회적으로 “여성의 발전이 남성에 의해 가로막힌다는 일부 인식이 오히려 여성에게 도움이 안 되고 이미지 왜곡만 가져온다”며 여성가족부의 명칭과 그 역할을 전환하겠다는 것이 김 장관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었다.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명에 대해서는 여성계에서도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바 있다. 여성이 사적 영역, 즉 가족을 돌보고, 자라나는 청소년을 육성하는 역할을 주되게 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부서 업무와 소관 법률이 할당되는 것이 성역할 고정관념을 고착화 시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김 장관의 발언 취지가 ‘여성가족부가 성차별의 문제에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하겠다’는 의지에의 표명이라면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 명칭을 바꾸겠다는 주장의 근거를 보면 성평등의 목표를 “여성과 남성은 같아져야만 한다”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더군다나 인간의 성은 단 두 가지, 생물학적으로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다는 인식에 근거한 “양성”평등이라는 개념으로는 다양한 계층별 차이에 의한 성차별이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어떻게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어린이집 문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모성권 확보에 주력했다는 여성가족부의 자기진단에는 아쉬움이 많다. 여성가족부의 주장대로 여성들의 모성권 확보라는 것이 여성들이 육아와 출산, 보육 등으로 사회적 참여를 배제당하거나 소외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 정부의 여성 정책은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
오히려 여성가족부는 여성들의 모성권 확대를 위해 여성들에게조차 만족할 만한 목소리를 내거나, 여성들의 뜻마저도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도 여성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운운하며 더욱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한다던가, 보육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과연 여성가족부가 주장하는 바로 그 집중된 ‘모성권 보호’는 얼마나 지켜졌는가. 그런데 마치 모성권만을 주장하여 부성권은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어졌다거나 혹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있었던 것처럼 여겨진다면 성차별이 엄연히 유지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음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성가족부의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기대한다. 또한 여성과 남성의 성별에 근거한 “양성”에 한정된 차별문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조건에 따른 중층적 차별까지도 다룰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5년 1월 23일
정의당 전국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