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논평] 재벌과 경제단체의 민원을 전격 수용한 ‘규제기요틴(단두대)’

[정책논평] 재벌과 경제단체의 민원을 전격 수용한 ‘규제기요틴(단두대)’

 

실패한 경제정책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짙어가는 연말에도 정부는 한쪽으로는 ‘기업인 가석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한편에선 재벌과 경제단체의 숙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정부는 28일(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모두 114개의 ‘규제기요틴 과제’를 범정부적으로 폐지 또는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제기요틴’이란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혁하는 방식으로 일명 ‘규제단두대’라고 지칭하는데, 말 그대로 재벌과 경제단체에 연말 선물을 “듬뿍” 안겨주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먼저 추진 방식부터가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무슨 암덩어리로 규정하고 ‘규제완화’를 경제혁신의 지름길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재벌과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번에 발표한 114 건도 재벌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8개 경제단체의 건의사항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들이다.

재벌 대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 투자 및 고용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 주장의 근거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수년간 확인되어 왔다. 오히려 친기업적 규제완화가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국민경제의 후생을 후퇴시켜왔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그런데도 이번에 무더기 규제폐지 및 완화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오직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경제정책을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켜줄 뿐이다.

정부가 이번에 손댈 규제의 내용은 이전에 ‘현장 건의사항’으로 수용을 발표했던 48개 과제보다 훨씬 내용과 폭이 깊다.

 

문제가 있는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을 뜯어 고치겠다고 한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문제가 심화될 우려는 물론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의 소지마저 있다. 재벌의 소유구조와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하게 하기위한 지주회사제도 도입의 취지마저 형해화시키게 될것이다.

둘째, 민간 마리나에 대한 공유수면 점용· 사용료 감면비율을 확대한다는데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 시설에 대한 세금감면이 어떻게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로 둔갑하는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셋째, ‘관리지역내 공장설립시 건폐율 규제완화’나 ‘경제자유구역내 공장을 설립한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지 않도록 개선한다는 것’은 대표적으로 국민 후생보다 기업 편익을 앞세운 규제완화다.

넷째, 세계 최고수준의 가계통신비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통신사업자들의 경쟁강화를 명목으로 ‘통신요금 인가제’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인지 그 본질적 속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 외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제마저 국회 및 사회적 협의 절차를 대폭 생략하고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내용을 ‘규제기요틴’이라며 일거에 없앨 기세다.

특히 정부가 여러가지 논란과 당사자들의 반발이 두려웠던지 발표에서는 살짝 제외시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노동부문과 수도권 규제완화부분에 대해 ‘수용곤란’이 아닌 ‘추가 논의 필요과제’로 분류한 것만 보아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기요틴의 저의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재벌 대기업의 숙원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기 위한 ‘친재벌 기업친화적 규제기요틴’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014년 12월 29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조승수)

(문의: 이승민 정책연구위원_070-4640-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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