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성판매 여성에 대한 경찰의 함정 수사를 반대한다.
지난 25일 통영의 한 모텔에서 한 여성이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속칭 티켓다방의 종업원이었던 이 여성은 손님으로 가장해 전화를 한 경찰에게 성매매를 하러 갔다가, 이것이 성매매 단속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스스로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경찰이 손님, 즉 성매수 남성으로 가장해 성매매 여성을 유인하는 것은 지나친 수사이며, 성매매 단속이 성 매수자나 알선 업주가 아닌 성판매 여성에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한국에서의 성매매는 단순히 여성이 자신의 경제적 이해 때문에 성을 팔게 되는 개인의 일탈과 범죄의 문제가 아니다. 해방직후 미군의 주둔과 남북분단으로 인한 군복무 의무화 등으로 관련 지역에서 성매매 공간이 확고히 형성되었으며, 대외의존적인 경제정책 속에서 외자 유치 등을 위해 섹스 관광 산업을 육성하는 등 국가의 공공연한 개입이 있었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성욕은 어떻게 해서든 해소해야만 하는 자연스러운 성으로 과도하게 허용된 반면, 여성의 성판매는 도덕성의 문제가 되어버렸고, 성매매를 다루는 수사기관이 성판매 여성에 포커스를 맞추어 집행하는 함정 수사는 이러한 관념의 연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성매매 특별법은 ‘자발과 비자발’을 기준으로 성판매 여성을 부분 범죄화를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성판매 여성들이 단속에 적발되었을 때 성매매로의 유입에서의 ‘비자발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또한 성판매 여성들이 업주를 신고할 경우 선불금을 빌미로 사기죄로 업주에게 역고소를 당하는 등 제대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성 구매자 남성이 2007년부터 2010년간 처벌 받은 비율을 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기소유예나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등 기소율이 17.3%에 그치고 있어 성판매 여성 기소율 23.2%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성산업이 줄어들기는커녕 전 세계로 확장되는 이유는 이렇게 성매매가 불법적 행위로 인식되지 않고, 지속적인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경찰 측은 함정수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수사 관행은 오로지 실적주의에 근거한 것으로, 거대한 성 산업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성매매 공급만 단속한다고 해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없다. 오히려 성구매자에 대한 성매매 진입 방지를 위한 처벌 강화와 교육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며, 성산업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성판매 여성에 대한 낙인이 여전히 있으며, 경제적 빈곤과 성적 폭력으로부터 노출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하여 자발/비자발성과 상관없이 성판매 여성에 대한 전면 ‘비범죄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 성매매를 근절시키고자 한다면 성매매 예방을 위한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이 배치되어야 하며, 성판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단속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4년 11월 28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조승수)
문의 : 정책연구위원 조이다혜(070-4640-2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