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건강정치위 정책교육팀장] - 정의온 기고글
이제 민간의료보험 전반의 문제를 살펴보자. 내가 내고 있는 보험료 중 가입자의 몫(손해율)은 어느 정도일까? 예로, 민간의료보험료로 월 1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면 보험사의 몫은 어느정도이고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문제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는 기획연재 6편에서 순수보장형 암보험 상품의 지급률(손해율)을 보험사의 암발생율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본 바 있다. 대략 40%내외에 불과하였다. 많이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설마 그럴까 싶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면 이게 보험상품이 아니라 사기상품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분석한 암보험으로 보험사의 모든 상품이 그 정도일 것이라 단정 지을 순 없다. 특정개별상품의 예로 모든 보험상품이 그럴 것으로 추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보험사는 개별 보험상품의 지급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전체적인 보험료 지급률은 금융통계 자료를 잘 들여다보면 대략적인 윤곽은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글 후반부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잘못 알려져 있는 보험사의 손해율 개념
그런데, 보험사의 지급률이나 손해율에 대해서는 보통 언론기사들의 자료를 살펴보면 전혀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암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00%를 훨씬 상회하여 암보험료가 계속 인상되고 있고, 실손의료보험료도 인상된다는 기사다. 아래 두 개의 기사의 예를 보자.
두 기사를 보면 모두 암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00%를 넘어 120%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친절히 설명을 곁들인다.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보험사들이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것이라고.. 심지어 사업비까지 포함하면 보험사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나? 이런 류의 기사들은 검색해보면 수도 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기사만 보면 보험사는 보험가입자를 위해 손해를 무릅쓰면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기사들은 ‘손해율’ 개념을 전혀 엉뚱하게 설명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개념을 전혀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런류의 기사는 보험개발원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실 보험개발원의 보도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00%를 넘었다는 것은 손해율이 아니라, ‘위험손해율’이다. 암의 경우 ‘암담보손해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손해율’과 ‘위험손해율’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필자는 앞에서 보험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이를 영업보험료라고 한다)는 위험보험료+저축보험료+사업비로 구성된다는 것을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다. ‘손해율’이라고 한다면,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얼마가 지급되었느냐의 개념이다. 반면 ‘위험손해율’은 위험보험료 중 실제로 얼마나 지급되었냐는 것이다.
손해율 = 실제 지급된 보험금/(위험보험료+저축보험료+사업비)위험손해율 = 실제지급된 보험금/위험보험료
따라서, 위의 기사에서 암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20%에 이른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아니라, 그중 사업비 등은 제외하고 위험보험료에서 실제 얼마가 지급되었느냐를 나타내는 ‘위험손해율’ 개념이다. 그런데 이 개념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마치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더 많이 지급해 보험사가 실제로 손해보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업비와 저축보험료를 제외한다면 실제로 위험보험료보다 더 많이 지급했기에 보험사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본 것은 틀린 것은 아니지 않냐라고 항변할 수 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맞지 않는다.
보험사, 절대 손해보는 장사 하지 않는다
아래 표는 보험회사 산하 연구소의 자료다. 여기에서는 보험종류별 위험손해율 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최근 자료는 확인할 바 없지만, 암보험과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100%가 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타의 질병상해 등을 모두 합산한 위험손해율은 80%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은 보험사의 경우, 일부 보험에서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기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위험손해율은 100%가 안된다.
이론적으로 보험사의 수익은 사업비와 적립보험료의 투자수익에서 발생해야 한다. 보험의 핵심원리는 수지상등원칙(등가원칙)에 기반한다. 즉, 가입자가 낸 순보험료(위험보험료)와 지급보험금는 이론적으로 같아야 한다. 따라서, 위험손해율은 100%가 되어야 한다. 보험사는 이 순보험료에 추가로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부과(사업비를 부가보험료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 위험보험료도 100% 지급하지 않고 상당히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최근 암보험 지급률 형편없다.
그렇다면, 다시 기획연재 4에서 분석한 암보험으로 돌아가 보자. 거기에서는 분명히 지급률(손해율)은 40%정도에 불과했다. 암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제외하고, 위험보험료에서는 손해를 보았다는데 어떻게 지급률이 40%가 가능할까?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2008년까지 보험사들은 암보험이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어서자, 2007년 이후 암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에는 보험료는 대폭 인상하고, 보험금은 대폭 낮추었다. 이전에는 갑상선암, 전립선암, 유방암과 같은 흔히 발생하는 암종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보험금을 지급해주었지만, 지금은 일반암에 비해 보험금을 10~20%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필자가 분석한 암보험은 최근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다. 이것은 과거의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어선 것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최근 상품의 경우 지급률을 대폭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실손의료보험에서도 남는 장사하고 있다
그럼 실손의료보험은 어떨까? 사업비를 제외하더라도 위험손해율이 120%에 근접한다면 보험가입자에게 혜택이 그만큼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아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보험사가 얘기하는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이 120%넘어선 것은 실손의료보험료중 실손특약에 대한 것이다. 앞에서 설명하였지만, 실손의료보험료는 평균 월 보험료로 7~10만원가량을 내고 있는 이 실손의료보험료가 모두 실손특약보험료가 아니다. 이중 실손특약보험료는 1~3만원정도다. 즉, 보험사의 경우 실손특약에서는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어섰지만, 실손의료보험에 각종 끼워팔기로 수십가지의 특약에서는 적지 않은 수익을 남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사는 절대로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에게 불리한 측면만 부각하여 실손의료보험을 갱신할 때 보험료를 대폭 올리고자, 실손의료보험의 실손특약 보험료의 위험손해율 자료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실손의료보험에서도 적지 않은 수익을 남기고 있다.
이제 보험회사의 통계를 통해 보험가입자의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자.
생명보험사의 손익계산서
먼저 생명보험사의 손익계산서를 보자. 금융통계 월보를 살펴보면, 생명보험사들은 2012년도에 전체 보험료 수입(특별계정은 제외한 모든 보장성 보험)으로 87조를 거두었다. 그중 보험금이 40조(46%), 사업비는 16조(18.4%), 미래 지급을 위한 적립액이 30조였다. 흔히 당해 연도에 지급된 보험금/보험료수입을 지급률로 계산하면 46%의 지급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지급률에는 적립액은 제외하고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이를 지급률로 보긴 어렵다.
그런데, 보험금지급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40조 중 절반에 이르는 18.7조는 해약이나 효력상실로 인해 지급한 보험금이다. 이를 제외한 보험가입목적에 맞게 지급한 보험금은 21.3조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보험해약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발생한다. 돌려받는 보험금의 절반가량이 중도해약이라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보험을 해약하게 되면 보험가입자의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손해보험사의 손익계산서
다음으로 손해보험사의 금융통계자료를 살펴보자. 손해보험사의 금융통계자료를 보면 손해보험사의 통계중 민간의료보험이 포함되어 있는 장기손해보험의 전체 손해율은 80% 안팍에 이른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80%가 지급되는 셈이다. 하지만, 세부자료를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해보험의 금융통계는 보장성 부문과 저축성 부문의 회계는 별도로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손해보험사는 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생명보험사와는 달리 저축성보험은 판매하지 않았으나, 저축성보험 판매가 허용되면서 회계를 별도로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가입자가 낸 보험료는 위험보험료+저축보험료+부가보험료(사업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저축보험료는 별도로 회계를 구별하도록 한 것이다.
손해보험사의 장기손해보험의 전체 장기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0%에 이르나, 이를 위험보험료+저축보험료의 손해율과 저축보험료의 손해율을 구별해보면 손해율 차이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저축성 보험을 제외할 경우 실제 손해율은 위에서 보듯이 40%대에 불과하다. 반면 저축보험료의 손해율은 100%가 대체로 넘는다.
보험사의 지급률(손해율)이 높아보이는 것은 저축보험료로 인한 착시효과에 불과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저축보험료를 제외한 보장성 보험만을 놓고 본다면, 손해율은 절반도 안된다.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보장성 부문의 보험료는 낸 보험료의 절반도 돌아오지 않는 셈이다.
필자는 기획연재 4편에서 순수보장형 암보험의 지급률을 계산했을때, 지급률이 기껏 40% 정도에 불과함을 증명한 바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민간의료보험이나 보장성 보험의 지급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도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저축보험료 때문이다.
예로 이런 원리다. 만일 보험료로 100원을 내고 보험금으로 50원을 지급해주는 순수보장형 상품이 있다고 하자. 확률적으로 지급률(손해율)은 50%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저축보험료 100원을 추가해보자. 저축보험료로 100원을 더 내면, 나중에 100원을 고스란히 돌려준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200원(100원+100원)을 보험료로 내고, 나중에 150원(50원+100원)을 돌려받는 상품이 만들어진다. 이때 지급률은 75%로 상승한다. 저축보험료를 200원으로 한다고 하면, 총 보험료로 300원(100원+200원)을 내고 250원(50원+200원)을 돌려받는 셈이니 보장률은 83%로 상승한다.
즉, 저축보험료의 비중에 따라 얼마든지 보험사의 지급률은 고무줄 처럼 늘어날 수 있다. 단순히 보험사의 지급률만을 보고 보험의 혜택을 판단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런 원리로 작동되는 보험이 바로 만기환급형 암보험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만기환급형 암보험에 대해 기획연재 5편에서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만기환급형 암보험은 암에 걸리지 않더라도 만기시에 낸 보험료를 전액 돌려준다는 보험으로, 마치 암에 걸리면 암보험금을 받고, 암에 걸리지 않더라도 낸 보험료를 전액 돌려받을 수 있으니 보험의 보장률이 매우 큰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만기환급형 암보험은 순수보장형 암보험과 저축보험을 결합한 상품에 불과하다. 나중에 낸보험을 다 돌려준다는 것은 사실 순수보장형 암보험료는 소실되는 대신, 저축보험료로 돈을 굴려 나중에 낸 보험료만큼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만기환급형 암보험의 지급률은 순수보장형 암보험이 겨우 40%정도에 불과한 반면, 80% 혹은 100%이상 되기도 한다. 저축보험료가 가진 착시 효과이다. 가능한 이런 만기환급형 보험은 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획연재 5편을 살펴보기 바란다. 보험사 지급률(손해율)의 이런 착시효과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