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씀따라... 검찰 사이버전담팀 만들어
검찰-포털사간‘핫라인’구축, 정보와 자료 실시간 공유
특정 단어 검색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적발
정보통신망법 무시하고, 검찰 수사팀이 포털사에 삭제 요청
서기호, “검찰, 현행법 무시한 채 대통령 호위무사 나서”
지난달 18일 검찰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발표 이후 ‘사이버 망명’이 확산되는 가운데, 검찰의 대응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발언에 따른 과잉 충성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입수하여 공개한, 대검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 문서는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한 뒤, 18일 대검이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전행정부 등 정부부처와 함께 네이버·다음·SK커뮤니케이션즈·카카오 등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진행한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만 배포된 자료이다.
지난 8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작성했던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대책회의 당일 배포한 「허위사실 유포 사범 실태 및 대응 방안」이라는 문서에서 ‘검토배경’으로 ‘9.16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을 직접 인용했다. 검찰이 인터넷 상시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고 엄벌하겠다고 한 배경을 ‘대통령 말씀’으로 명백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첨부자료 1 참조]
검찰, “포털사와 핫라인 구축해 직접 삭제 요청하겠다”
포털 삭제는 정보통신망법상 방통위 심의 거쳐야
또한 검찰은 현행법상 온라인의 명예훼손 글 등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임을 알고도 이를 무시한 채, 검찰 수사팀이 직접 포털사에 삭제 요청하겠다면서 검찰과 포털사간에 ‘핫라인’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수사기관인 검찰이 민간업체를 단속에 동원하는 것을 뛰어넘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까지 자임한 셈이다. [첨부자료 2 참조]
서기호 의원은 “정보통신망법은 글을 삭제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포털에 시정요구·명령하게 하고 있는데, 검찰의 즉시 삭제 요청은 이를 무시한 초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특정 단어 검색하는 실시간 모니터링하겠다”
정부와 공직자 비방이 주요 수사 대상, 검찰이 정부정책 의견 막겠다는 것
또한 문서에 의하면, 검찰이 중점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의혹의 제기를 가장한 근거 없는 폭로성 발언 △국가적 대형사건 발생 시, 사실 관계를 왜곡하여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음모설, 허위 루머 유포 △공직자의 인격과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당한 중상·비방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하여 실시간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서기호 의원은 “검찰이 제시한 주요 수사 대상을 보면,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정부정책 반대를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것도 특정 검색어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 사법부임을 포기하고 정권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한 업계관계자는 서기호 의원실에 “검찰이 18일 오전 연락을 해서 당일 오후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했고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시 모니터링과 글 삭제 요청 등은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는 형식적이었고, 토론이 아니라 통보를 받았다고 보면 된다. 이미 만든 보도자료를 배포해버렸다. 그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연락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서기호 의원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10.7. 사법현안 국민여론조사 참조)에서 검찰은 사법기관 중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잘 지켜지지 않는 기관으로 뽑혔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국민들을 상대로 기준도 명확치 않은 채로 대통령의 한마디에 따라서 ‘정부를 비판하면 수사를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있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