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F-35A 도입 결정, 돈도 문제지만 안보에도 해가 된다
정부가 24일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로 공군 차기전투기 사업 단독 후보인 F-35A 도입 결정을 확정지었다. 오는 2018~2021년 동안 F-35A를 40대 도입하고, 총사업비는 7조 3418억이라고 한다.
우리가 이런 결정을 결코 환영할 수 없는 것은 첫째, 막대한 예산 소요 때문이다. 정부는 대당 가격을 1210억 원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하지만, 전투기가 기체에 부착하는 무기 와 시설 없이는 무용지물이기에 실질적인 대당 가격은 총사업비를 기준으로 나눈 1835억 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거기다가 일반적으로 전투기를 도입할 때 전체 엔진의 10% 이상을 예비로 도입하는데 이번에는 1대의 엔진만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일단 도입예산을 최대한 적게 보이려고 하는 꼼수로 보인다. 게다가 F-35A는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되는데, FMS 관련 규정에 따라 향후 개발비용이 올라가면 그 차액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오히려 대당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변하지만, 올해만 해도 엔진 화재 사고 등으로 뉴욕타임스가 사설을 통해 동 기체의 구매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미군의 도입 대수가 축소되고, 상당수의 국가들이 애초 예상 가격보다 훨씬 인상된 가격에 도입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게다가 공군 등은 도태되는 낡은 기체를 대체하기 위해 60대의 최신예 기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도입 예산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둘째,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1대당 가격이 천문학적임에도 불구하고 5세대의 스텔스기이기 때문에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별로 동의할 수 없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와 함께 주변국의 스텔스기 도입과 개발을 F-35A 도입의 근거로 든다. 핵능력 증강 등 북의 위협을 스텔스기로 억제할 수는 없다. 북으로서는 우리가 첨단무기를 도입할수록 핵이나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킬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중국의 젠-20 개발, 일본의 F-35 도입 등을 고려하면 우리만 스텔스 기능이 없는 4세대 전투기에 머무는 것은 확실히 공중전력 격차를 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절대 잡히지 않는 유령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는 초기 형태의 레이더가 이미 체코 등에서 개발되었고 러시아, 중국 등이 이를 개량한 레이더 및 새로운 개념의 탐지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도 개발에 나섰고 한국도 2020년대 중반까지는 개발, 도입할 계획이다. F-35A를 막상 도입, 실전배치할 즈음에는 F-35A 정도의 스텔스 성능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가 이날 함께 의결한 고성능의 차기국산전투기(KFX) 개발 계획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F-35A는 스텔스 기능을 제외하고는 속도, 무장능력 등에서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F-15K나 FX사업에서 탈락한 유로파이터에 비해 오히려 현저히 떨어진다. 유로파이터가 핵심 기술 이전과 관련해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5세대 전투기라며 폄하했고 차기 전투기 개발에서도 스텔스 기능이 핵심적인 것으로 시사했다. 그런데 막상 F-35K 도입에 따른 기술 이전에 스텔스 기술은 빠져 있다. 천문학적 가격의 기체를 언제까지나 외국에서 도입할 수는 없기에 KFX 사업을 하는데, 크게 도움도 되지 않는 몇 가지 기술 도입에 그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FX가 고성능 전투기로서 차세대 우리 영공 수호 기능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F-35A라는 미국산 스텔스기 도입의 빌미가 되고 있는, 북한과 주변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악무한의 군비증강의 폐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동북아 국가들은 자신의 안보능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행위가 주변국들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져 군비증강의 도미노를 낳고 그것이 자신의 안보를 더 높은 수준에서 위험에 처하게 하는 ‘안보딜레마’의 상황에 빠져 있다. 자주적인 국가들의 평화공동체의 이상은 점점 멀어지고, 힘을 가지고 있는 초강대국에의 의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고가의 무기를 팔아먹는 무기상의 주머니가 두둑해질수록 복지정책을 시행할 국가의 주머니는 가벼워진다. 결국 피해는 역내 대다수 시민들의 몫이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2014. 9.25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조승수)
문의 : 김수현 정책연구위원(070-4640-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