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천호선 대표 4/9 한국일보 "기초 공천 폐지 논란, 朴대통령·김한길·안철수 모두 사과해야"
[한국 시사토크] "기초 공천 폐지 논란, 朴대통령·김한길·안철수 모두 사과해야"
■ 천호선 정의당 대표
 
 
  •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8일 국회 도서관 앞에서 기자와 만나 폐쇄적인 운동권 문화의 극복 등 진보 정당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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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공천은 토호세력 진입 막는 방파제
여성·장애인 등 정치 참여 기회 넓혀
무공천 철회 수순 밟는 金·安 무책임
새정치연합 혼란이 野 공멸 부를 수도

朴정부 복지 포기에 제동 걸기 위해
정의당은 서울시장·경기지사 후보 안 내
서민·약자 위한 좋은 규제는 필요
실현 방법 없는 드레스덴 선언 공허


천호선(52) 정의당 대표가 진보 정당의 당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1년 전까지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합리적 성품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으나 '친노 386 참모' 중 가장 온건하고 깔끔한 신사로 통했었다. 그런 천 대표를 8일 낮 여의도 동아빌딩 5층에 있는 정의당 당사의 비좁은 대표실에서 모처럼 만났다. 그의 목소리 톤은 여전히 높지 않았지만 주장은 강렬했다. 그는 기초 공천 폐지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ㆍ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며 싸잡아 공격했다.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이나 기초 공천 폐지라는 야권 통합 명분을 내놓은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안 대표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정한 데 대해 "정의당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창업(신당 창당) 약속을 버리고 취업해 버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계속 날을 세웠다. 정의당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그는 "박근혜 정권의 복지 포기와 횡포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결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지방선거 후에 야권의 빅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은근히 정계개편 기대감을 드러냈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 선거 공천 폐지 문제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는데.

"정의당은 정당 공천을 해서 유권자에게 평가 받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해 왔다. 기초 공천은 절대선과 절대악의 문제는 아니다. 기초 공천 폐지는 반(反)정치, 반(反)정당, 반(反)개혁이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기초 공천 폐지는 정치 개혁의 핵심 과제는 아니다."

-기초 선거 공천이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

"정의당 정책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당 공천은 지역토호 세력이 진입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가령 기초의원 중 건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당초 7~8%였다가 정당 공천 이후에는 3~5%로 낮아졌다. 여성과 장애인 등의 소수자 참여 비율도 정당 공천 이후에 높아졌다. 외국에는 기초 선거 공천ㆍ무공천 사례가 모두 있는데, 공천하는 나라가 더 많다."

-하지만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초 공천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비판 받고 사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민생과 복지에 관련된 약속도 수없이 안 지켰다.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비판 받아야 하지만 대선 당시 기초 공천 폐지를 공약한 세 후보(박 대통령, 문재인 의원, 안 대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박 대통령이 기초 공천 폐지 문제를 논의하자는 안 대표의 회동 제안을 거부했다.

"1차적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대선 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야당 대표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야당과 비판적인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초 공천 폐지를 주장해왔던 김한길ㆍ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물은 뒤 따르겠다"고 했는데.

"무공천 철회로 가기 위한 수순이다. 국민과 당원에게 묻고 결정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고, 정당 지도자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태도이다. 지난해 민주당의 당원 투표는 공천제도 폐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무공천은 두 공동대표가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스스로 결정한 방침을 변경하려면 스스로 결단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전격적으로 야권통합을 선언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양당 독점의 기득권 구조를 깨야 한다는 것이 안철수 현상이었다. 거대 양당 체제로 다시 돌아감으로써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국민의 정치 혁신 기대는 좌절됐고, 대권주자 안철수의 도전만 남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어느 수준으로 연대하는가.

"우리는 선택적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후보를 확정한 뒤 연대를 제의한다면 지역과 후보에 따라 선택적으로 판단하겠다."

-정의당이 서울시장 후보와 경기지사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객관적 정세와 당의 역량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는 대선과 총선에 준하는 정권 심판이 이뤄진다. 정의당 후보가 출마해서 완주하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횡포에 대해 제동 거는 게 불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을 이겨야 한다는 대의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지역에 후보를 내지 못하면 정당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객관적 상황과 주체적 역량을 봐야 한다. 정의당이 출범한 지 오래 되지 않았으므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의당은 어느 지역에 후보를 출마시키고 전력을 기울일 것인가.

"양보다 질의 전략이다. 인천 대전 대구 울산 경북 등 5개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내서 완주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호남권에서도 광역단체장 후보 1명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울산시장 선거에 나서는 조승수 후보는 울산에서 기초의원, 구청장에 이어 국회의원을 두 번 지냈다. 조 후보가 야권 전체를 대표해서 당선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인천에서도 진보 성향 구청장 2명을 재선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ㆍ기초 의원 선거 등에 200여명의 후보를 출마시킬 생각이다."

-현재까지 뚜렷하게 부각된 지방선거 정책 이슈가 없는데.

"지방자치의 핵심은 복지다. 새누리당은 대선 때 복지 공약을 많이 제시했지만 철회하거나 약화시켰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했었는데, 최근 안철수 세력과 통합하면서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정의당은 무상급식 등의 복지 정책을 제일 먼저 제기하고 이끌어왔다. 누가 실현 가능한 복지 정책을 내세우는지를 놓고 논쟁해야 한다. 우리 당은 '골목까지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아동 주치의 제도 전국 확대 등 핵심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야권 일부 후보는 '무상 버스' 공약을 내놓기도 했는데.

"보편적 복지가 무상 복지는 아니다. 세금을 더 내서라도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는 게 우리당의 입장인데, 모든 정당이 솔직하지 않다. 부자가 더 많이 내고, 중산층도 좀더 내게 해서라도 복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목적세인'사회복지세'를 채택하자는 법안을 내놓았다. 무상 버스는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정책은 아니다. 공짜 복지로 오해 받을 수 있으므로 조정돼야 한다."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야당이 지금보다 더 많은 당선자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의 혼란이 야권 전체의 공멸을 부를까 우려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드레스덴 제안'을 하고, 규제 개혁 등의 화두를 던졌는데.

"규제가 원수라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구별해야 한다. 최근 규제 개혁을 강조한 것은 경제민주화 포기를 의미한다. 서민과 약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규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수도권 집중과 환경 파괴 방지, 영세 상인 보호, 안전한 먹거리 제공은 규제를 통해 실현된다. 드레스덴 구상 자체는 그럴 듯한 그림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당장 북한이 드레스덴 구상을 우습게 보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통일 대박론은 남북관계를 풀어가면서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장밋빛 환상만 심어줬다."

-통합진보당과 결별해서 정의당을 만들었는데, 통합진보당과 어떻게 다른가.

"정의당은 낡은 진보를 털어내고 진보정치 혁신을 이루려는 세력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통일의 상대로서 유엔이 인정한 국가로 존중하지만 인권 상황과 평화 위협, 핵 개발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비판적 입장을 표명해 왔다. 또 전투적이고 폐쇄적인 과거 운동권식 문화도 혁신하고 개방적 민주정당으로 달라졌다. 우리당은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율이 통합진보당보다도 낮게 나오는데.

"더 높게 나오기도, 낮게 나오기도 한다. 과거 진보정당 경험을 되돌아 볼 때 전국 선거를 한 번 치러야 당이 일반 국민에게 인식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의당이 새로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임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당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진보세력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가.

"진보의 혁신을 모색하는 다른 진보정치 세력과 지방선거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또 새정치연합의 통합은 매우 불안정하므로 지방선거 후에 다시 정치권 빅뱅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때 우리가 진보정치의 저변 확대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설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천 대표는 진보정당의 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 전에는 생각한 적이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해 왔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심상정 의원, 노회찬 전 의원 같은 훌륭한 분도 계시지만 진보정치가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당 대표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참여정부의 대변인 출신을 96% 이상 지지율(단독 출마)로 당 대표로 선출해 준 것은 당원들의 진보정치 혁신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구상하는 게 있다면.

"9월에는 축제 형식의 정치박람회를 개최하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종종 장관, 국회의원,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정치적 의제를 놓고 토론하는 정치박람회가 열린다."

 

참여댓글 (1)
  • 나라를 위한 길

    2014.04.10 00:01:13
    많은 당면 과제에 대한 해결책은 국민에게 귀결되고, 그것이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번영으로 이어질때 근본적인 당의 기조가 실현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안녕을 위해 탐구하고, 노력하는 정의당이라면 국민 모두는 이를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