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투자자-국가소송에서 투명성규칙 배제
-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투명성규칙 배제 확인 -
- 재협상을 약속한 한미FTA의 ISD와 쌍둥이 협정 -
- 호주만 외국인 투자정책에 대한 ISD 적용 제외 -
1. ISD 투명성규칙 배제
한-호주FTA 상 투자자-국가 소송(ISD)에서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투명성규칙’을 배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제남 의원(정의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한-호주FTA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부는 한-호주FTA에 따른 투자자-국가 소송에서 투명성 규칙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부속서한(Side Letter)을 교환하였으며, 협정 발효 1년 후에 이 규칙의 적용여부를 재협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의 투명성규칙은 투자자-국가 소송에 관련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밀실에서 진행되는 등 투명성관련 국제적인 비판이 비등하자, 유엔 총회가 제정하여 금년 4월1일부터 발효한 제도이다.
이 투명성 규칙에 따르면 투자자-국가 분쟁이 개시되는 경우 당사국은 중제 개시통지문 및 소송과 관련된 각종 중제서류를 공개하여야 하고, 제3자의 의견제출권, 공개 청문 등을 강화된 형태로 보장하여야 한다.
이 규칙은 한-호주FTA와 같이 올해 4월 이후에 발효되는 자유무역협정에 자동으로 적용되며, 다만 협정 당사국이 별도로 그 적용배제를 명시하는 경우에는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론스타가 한국을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하여 중제절차가 진행 중에 있으나,중제 개시 통지문 및 소송 진행 상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익을 위해 이러한 투명성 증진 제도의 도입이 절실함에도 정부는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 규칙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 소송의 근거가 되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의 개정 등을 통한 투명성 규칙의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지고 만 것으로 평가된다.
2. 재협상을 추진 중인 한미FTA ISD와 일란성 쌍둥이 ISD 체결
한-호주FTA 상 ISD는 한미FTA ISD와 일란성 쌍둥이 수준의 동일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호주 FTA의 ISD는 한-미FTA의 ISD 규정의 자구와 구조를 소폭 수정한 것으로 내용 상 차이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국회가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ISD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한호주FTA에 한미FTA와 일란성 ISD를 도입함으로서 정부는 국회의 요구를 묵살하였고, 더 나아가 향후 예정된 한미FTA ISD재협상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것이다.
국회는 지난 2011년 12월 한미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의 폐기?유보?수정을 위한 재협상을 추진할 것을 여야 합의로 결의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국회의 결의안 등을 감안하여 ‘ISD 민관 전문가 T/F’를 구성하고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한미FTA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의 폐기?유보?수정을 위한 준비를 해왔고, 조만간 ISD 재협상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한-호주FTA의 ISD가 기존의 한-미FTA ISD를 팍박이로 옮겨다 놓음에 따라, 정부 스스로 한-미FTA 재협상의 명분을 버리고, 한-미FTA ISD 개정의 폭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한미FTA 협상이 개시된 2006년부터 거의 10여 년간 문제점을 지적한 국회와 국회의원의 의견을 오기에 가깝게 묵살한 것은 통상독주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3. 호주만 외국인 투자정책에 대한 ISD 적용 배제 규정 도입
호주 정부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제도에 따른 투자인허가 결정은 ISD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호주FTA ‘부속서 11-사’는 “호주의 외국인 투자 정책 상 심사 대상이 되는 투자에 대한 거부 여부 또는 명령이나 조건 부과 여부에 관한 호주의 결정은 제2절[ISD]의 분쟁 해결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호주는 외국인투자심사제도를 통해 민감 및 비민감 영역을 구분하여 외국인 투자를 통제하고 있다.특히 호주는 미디어, 통신, 국방 분야 및 농지 및 농업 투자를 민감한 영역으로 구분하여 외국인 투자를 통제한다.
호주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결정을 ISD 적용에서 완전히 배제하며, 특정 외국인 투자를 거부하거나 투자조건을 부과 등 포괄적 권한을 유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각종의 공공정책의 시행에 따라 ISD 제소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이러한 포괄적 유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규제, 대형마트 등 영업시간 제한과 같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포괄적으로 유보하는 경우, 더 이상 이러한 제도에 따른 ISD 소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으나 그러지 아니한 것이다.
호주의 외국인투자심의제도에 대한 ISD 적용배제에 상응하는 우리 제도의 적용배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4. 한-호FTA는 ‘쇠기에 경 읽기 협정’, 재협상 논의를 시작해야
김제남 의원은 “지난 10여년간 정부에 ISD 제도를 폐기하거나 수정할 것을 요구해 왔는데 쇠귀에 경 읽기 였으며, 한-호주FTA는 ‘쇠귀에 경 읽기 협정’의 결정판이다”고 고 말하고, “박근혜 정부의 통상독주는 이전 정부에 비해서도 도가 지나치며, 국회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는 사례를 볼 때 ‘통상독제’라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고 평가하였다.
김제남 의원은 “한-호주FTA에서 ISD 투명성규칙이 배제되고, 한미FTA의 ISD를 판박이로 재현함에 따라 한미FTA 재협상 명분이 사라지고 ISD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며 “국회는 한미FTA재협상을 결의한 전례를 이어서, 한-호주FTA 비준 절차를 거부하고 재협상 논의를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최근 미국이 한국의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례를 고려하여, 한-호FTA에 중소상공인보호를 위한 제도를 포괄적 유보하는 규정을 담는 것도 핵심적인 재협상의 방향이다”고 제안하였다. 끝
※ 붙임자료 : UNCITRAL 투명성규칙 배제관련 부속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