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법원이 황제노역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며 고액벌금 미납자에 대해 노역 기간의 하한선을 정해 고액 일당이 부과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밝힌 기준에 의하면 벌금형 50억 이상∼100억 원 미만은 700일, 100억 원 이상은 900일 등으로 노역장유치의 하한선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적인 예로, 2009년 이건희 회장은 벌금 1100억 원에 1000일의 환산노역일을 선고 받았고, 한화 김승연 회장은 벌금 50억 원에 1000일을 선고 받았는데, 이를 이번에 대법원이 밝힌 기준에 맞춰보면 이건희 회장은 900일, 김승연 회장은 700일로 오히려 과거 판결보다 유치일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황재노역을 퇴출시키겠다면서 오히려 노역유치일수를 줄일 소지까지 있는 것이다.
이에 노역 일당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이른바 ‘귀족노역’은 여전히 나올 수 있고, 벌금을 탕감하는 것에만 초점이 있을 뿐 미납벌금 회수는 안중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이 마련했다는 황제노역 퇴출안은 오히려 일당 수천만 원의 귀족노역을 대거 양산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해주면서 벌금을 에누리해주거나 노역일수를 오히려 줄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기호 의원은 “노역장유치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고 황제노역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 벌금 대체 노역장유치 환산금액을 1일 100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 최장 유치일수를 초과하는 벌금액이 있을 경우 이를 별도 납입해야 하며, △ 별도 납입금이 완납되지 않으면 기존의 노역장 유치일수도 공제하지 못하는 내용의 신설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호 의원은 “본래 노역장유치제도는 가난하여 벌금을 납입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나,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한 벌금을 탕감해주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금납부 능력이 충분한 재벌이나 죄질이 중해 10억 원 이상 고액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조차 벌금 탕감에 초점을 맞춘 것이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서기호 의원은 “대법원의 방안은 일당과 기간에 상관없이 노역장유치로 벌금을 모두 탕감해주게 된다. 그러나 벌금납부 능력과 죄질에 따라 노역을 하더라도 벌금미납이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는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법정의에 합당한 것이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대법원 뿐 만 아니라 그동안 황제노역 문제가 발생한 이후 국회에 제출된 형법 개정안은 모두 노역 일당을 줄이는 방안만 나왔을 뿐, 미납 벌금 회수에 대한 방안이 제시된 적은 없었다. 결국 대법원과 기존에 제출된 형법 개정안대로라면 노역 일당이 줄어들 뿐 노역이 끝나면 벌금이 모두 탕감되는 건 똑같다.
한편, 지난 2월 법원은 돈이 없어 벌금 40억 원을 낼 수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와 처남 이창석 씨에게도 노역장유치 1000일(일당 400만 원)을 선고했는데, 서기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대로라면 전씨의 차남은 1,000일 동안의 노역장유치를 마치고서도 30억 원의 미납벌금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도 있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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