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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밝힌 '경제혁신 3개 년 계획'은 명칭과는 달리 '혁신'이 없는 3년간의 일정 정리 수준에 불과했다. "낡은 것을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한다"는 것이 '혁신'이라고 했을 때,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승자독식' 구조와 이로 인한 '양극화'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빠진 이번 대통령 담화는 경제혁신 계획이라 할 수 없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에서 첫 번째 핵심과제로 내세운 '공공기관 개혁'은 이미 지난해부터 해오던 공공기관 합리화방안 및 정상화방안을 종합정리한 수준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겉으로는 공공기관의 부채관리, 비리 엄벌, 불공정행위 근절을 말하고 있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처럼 세부내용은 강력한 민영화 추진의지와 노조에 대한 굴복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도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부분까지 기업분할, 자회사신설 등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민간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핵심이라 지적받고 있는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으면서 '공공기관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공공부문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근본적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복리후생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공공기관 개혁의 변죽만 울리는 행위다. 박근혜 대통령은 12개 기관, 약 7만 1천여명의 5년간 복리후생비가 3천억이라고 지적했는데, 단 몇 사람의 경영 판단으로 철도공사에 2.4조원의 손실과 6명의 사망자를 낳은 용산개발과 비교해 누구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두 번째 과제인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는 “노동시장의 낡은 제도.관행 정상화”를 내세우면서 집단적 노사관계에는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데 대한 반성과 '혁신'은 보이지 않았다. 노사관계의 상생을 말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개혁에 맞서는 노조 저항에 책임 묻겠다’라는 말처럼 철도 파업에 대해 강경책으로 일관해왔다. 집권 1년 동안 재벌기업들은 수없이 만나면서도 노동자와 제대로 된 대화조차 안 해본 대통령이 서로간의 존중과 배려를 얘기한다고 존중받을 수 있겠는가? 노동을 대화상대가 아닌 통치대상으로 여기는 한 대화와 타협은 망상일 뿐이다.
세 번째 과제인 '사회안전망' 역시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 기초연금 대상자 및 연금액 확대,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비 절감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국정운영에 중심이 될 '경제혁신 3개 년 계획'에 반영조차 되지 않는 것은 복지 공약 '파기'에 이어 복지 '퇴행'을 예고하는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고용보험 가입 확대만으로 사회안전망이 확충될 것이라고 볼 만큼 박근혜 정부는 순진한 것인지 무지한 것인지 의문이다. OECD 최하위 수준의 공공복지를 정상화하기 위한 계획 없이, 병원비 부담에 가계가 풍비박산 나는 서글픈 현실과 사교육비 부담에 등골휘는 학부모들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그 어떠한 언급도 없는 경제혁신은 말잔치일 뿐이다.
'역동적인 혁신경제'는 '창조경제' 관련 정부지원 항목들을 모아놓은 수준이었다. '한국형 요즈마펀드'와 청년창업, 엔젤투자펀드 지원 등 창업·벤처 생태계 지원에 4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모든 계획이 2017년에 맞춰져 있는 만큼 혁신과는 관계없는 단기 성과위주로 흐를 우려가 있으며 또 하나의 거품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아울러 우리기업의 건설·플랜트 분야 해외진출 촉진을 위해 도입하겠다는 외화온렌딩 제도는, 해당 분야가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임을 상기해 볼 때, 국민세금인 외환보유고를 투입해 대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원과정에서 온렌딩 대출금리가 외평채 금리보다 낮을 경우 역마진이 발생해 국민세금을 중복 투입해 대기업을 지원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내수·수출의 균형경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규제완화 정책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의료.관광 등 서비스산업 규제완화에 포함된 의료.관광 규제완화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가계부채와 관련 현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진행해 온 것에 미루어 볼 때,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거론된 'LTV·DTI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역시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 이를 완화하면 토건족은 행복할지 모르나, 천문학적 빚에 시달리는 가계는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역시 대통령 스스로 공언한 행복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부여해 임대시장을 활성화하고 전세난을 잡기보다 이를 월세로 전환토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세세입자 모두가 물리적으로 매매나 월세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월세로 전환은 가계 가처분 소득을 더욱 제한할 우려가 있어 정부의 내수활성화 방향과도 상충된다. 여전히 대기업·건설업자·다주택자의 입장만을 반영하고 있어 박근혜 정부가 바라보는 국민이 결코 중소기업·서민·세입자가 아니라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울러 내수 수출균형 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외국민 투자자가 규제 부담을 덜고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대기업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의료 공공성을 무너뜨리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의료에 있어서 규제완화는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 확대로 이어져 가계 경제를 파탄 낼 가능성이 높다. “규제완화는 곧 투자활성화”라는 발상에서 국민생명과 인권, 환경과 직결된 규제까지도 무조건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발상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내다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지극히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국민생명과 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투자유치라는 미명하에 casino 공화국을 세우겠다는 발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이름만 그럴싸한 기구 하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결과 단절의 남북관계와 평화와 교류협력의 기운이 싹 틀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빈약한 수준의 '혁신'없는 계획으로 '3년 후 우리경제 모습'(고용률 70%/ 4%성장률/ 국민소득 4만달러)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고, '경제민주화는 이제 할 만큼 했다'며 '3년 후 우리경제의 모습'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경제혁신을 빙자한 "그들만의 파티 선언"에 다름 아니다.
2014년 2월 25일
정의당 정책위의장 박 원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