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조류독감(AI), 정부는 진실만을 말해야한다
- 철새의 천재인가, 농장의 인재인가 -
정부는 조류독감(AI)의 발병 원인과 확산 주범을 철새라고 단언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그렇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환경단체와 조류 전문가들은 오히려, 농장의 오리에서 철새(가창오리)로 바이러스가 전염됐을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AI가 철새 폐사 직접 원인 아닐 수 있고 철새에서 가금류로 전파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조류 독감 확산 주범이 철새라는 주장은 성급하다”는 성명을 냈다. 철저한 원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의 철새 주범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자연 상태인 시베리아에서 고병원성인 H5N8이 발생하게 된 배경, 수거된 폐사 오리의 현황과 H5N8과의 연관성, 동림저수지와 영암호 등에서 추가 폐사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11월 초에 도래한 가창오리가 12월말 경 뒤늦게 AI를 퍼뜨렸다는 사실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 H5N8의 잠복기는 최대 21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거한 철새 폐사체는 100마리가 채 되지않는다. 당초 1,000여 마리 떼죽음이라고 언론에 호들갑을 떤 정부의 모양새도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그럼에도 농식품부가 무리하게 철새 주범론을 계속 강변하는 것은, AI 발생을 통제하지 못하고 확산경로도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치졸한 꼼수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AI는 철새나 사람을 매개체로 전파되는 경로 말고도, 공장식 축산•밀식사육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가금류, 황사 전파, 토착 가축 전염병화 등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철새에 의한 천재일지, 농장에 의한 인재일지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다. 지난해 방역의무 위반으로 농가에 부과된 과태료건수가 전년 대비 10배 가량 늘어난 사실도 오리농장 인재론을 더 의심하게 만든다.
정부는 차제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AI에 대해 다각적이며 체계적인 발병 원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집단 폐사를 불러오는 공장식 축산방식의 가금류 농장 밀집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철새의 국제적인 이동경로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 농가에 대한 직접적 피해 보상은 물론, 관련 중소상인의 영업 손실 등 간접적이고, 파생적인 보상과 지원까지도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의당 국회정책연구위원 정기석>.